‘십시일반’ 대한항공 센터진이 살아남는 비결

입력 2016-12-16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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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진상헌-진성태(오른쪽). 스포츠동아DB

배구는 팀 스포츠다. 리시브~토스~스파이크의 3박자가 맞아야 득점 확률이 올라간다. 리시브와 토스, 디그는 비득점 부문이지만, 득점하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단계다. 하나라도 삐걱거리면 득점확률은 그만큼 떨어진다. 상대 공격을 차단하는 블로킹과 한 플레이의 시발점인 서브도 마찬가지다.

이 가운데 블로킹은 배구가 팀 스포츠임을 보여주는 한 단면이다. 전위에 자리 잡은 선수 3명까지 블로킹에 가담할 수 있는데, 팔 간격과 손 모양, 타이밍 등이 완벽하게 맞아야 한다. 특히 2~3인 블로킹은 선수들의 호흡이 매우 중요하다. 대한항공 센터진의 ‘십시일반’이 돋보이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개인 성적이 돋보이진 않지만, 하나로 뭉치니 기대 이상의 시너지효과가 나오고 있다.

대한항공은 미챠 가스파리니~김학민의 확실한 좌우 쌍포를 갖췄다. 곽승석~정지석~신영수 등 레프트 자원도 풍부하다. 한선수는 리그 최정상급 세터다. 선수구성이 화려하다. 매 시즌 우승후보로 꼽히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들에 비해 센터진의 이름값은 다소 떨어진다. 김형우(34), 최석기, 진상헌(이상 30), 진성태(23)가 주축이다. 확실한 주전 센터 없이 컨디션에 따라 코트를 밟는다. 그러다보니 블로킹 부문 개인순위에 이름을 올린 이가 한 명도 없다.

대한항공 박기원 감독은 “젊은 진성태를 제외한 3명은 2~3경기를 연달아 뛸 만한 여건이 안 된다. 풀타임을 소화하기 어려우니 상황에 따라 바꿔가며 써야 한다”며 “공격패턴은 시간이 지나면서 상대가 분석할 수 있는 부분이다. 우리의 능력만으로 득점할 수 있는 루트는 서브와 블로킹이다. 서브가 잘되면 블로킹도 그만큼 수월해진다”고 했다. 대한항공은 올 시즌 서브 부문에서도 2위(세트당 1.131)에 올라있다.

주축 센터 4명이 십시일반한 결과도 기대 이상이다. 이는 기록에도 드러난다. 올 시즌 대한항공은 팀 블로킹 부문 2위(세트당 2.689)에 올라있다. 속공성공률(64.29%)도 리그에서 2번째로 높다. 이는 센터진이 각자 역할을 문제없이 해냈다는 얘기다. 전 경기(15경기)에 출장한 센터는 없지만, 코트에 들어갈 때마다 최소한의 역할은 해준 것이다. 여기에 손가락 골절상을 당했던 베테랑 센터 김철홍(35)이 훈련을 시작한 것도 희소식이다. 박 감독은 “아직 완벽하게 공격과 블로킹이 가능한 상태는 아니다”면서도 “일주일간 몸을 만들고 점프력을 끌어올리면 곧 돌아올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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