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인 연기자 최리는 2016년을 영화 ‘귀향’로 시작하고, 드라마 ‘도깨비’로 마무리하고 있다. 오늘보다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달리며 2017년을 기대하고 있다.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김고은 구박하는 캐릭터 맞춰 째려보는 연습까지
“길거리 캐스팅으로 연기 데뷔했지만 나는 노력파”
신인 연기자 최리(21). 일제강점기 위안부 소녀의 아픔을 그린 ‘귀향’에서 무녀로 출연한 최리는 애달프고 구슬픈 분위기를 풍겼다. 후반부 ‘씻김굿’ 장면은 마음을 쓰리게까지 했다.
그가 케이블채널 tvN 금토드라마 ‘도깨비’를 통해 또 한번 강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극중 엄마와 오빠를 무시하는 거친 언행과 사촌 김고은을 구박하는 실감나는 연기를 펼치며 시청자이 눈도장을 확실히 받았다. 하지만 그런 그를 ‘귀향’의 주인공으로 떠올리는 이는 많지 않다.
“실제로 영화 봤던 분들이 ‘도깨비’ 속 저를 못 알아보시더라고요. 하하!”
최리는 이제 고작 두 편의 출연작을 통해 전혀 다른 매력으로 대중의 시선을 끌고 있다. 첫 영화로 단박에 주목받고, 첫 드라마로는 많은 연기자들이 꼭 한 번은 작업해보고 싶어 하는 연출자 이응복 PD, 김은숙 작가와 손잡는 기회까지 잡으며 신인으로서 최상의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최리는 “드라마 촬영현장은 영화와 다른데, 제가 미처 준비를 못해 첫 촬영 때 실수를 했다”면서 “마치고 집에 도착할 때까지 차에서 울었다”고 떠올렸다. 이후 “이 악물고 정신 차렸”다. 주변에서 ‘눈빛이 달라졌다’ ‘인상이 세졌다’는 반응이 나올 만큼 캐릭터를 위해 째려보는 연습을 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온화해졌다는 말을 듣는다고 한다.
“적응을 끝내고 이제 몸이 풀리려고 하니 분량이 많이 없어져서 그런가 봐요. ‘웃프’(웃기면서 슬픈)죠?(웃음)”
나이는 어리지만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조곤조곤 말하는 모습에선 어른스러움이 드러난다. 고등학생 때부터 일찌감치 타향에서 혼자 지낸 영향일까. 최리는 경남 거창여중을 졸업하고 국립전통예고 무용과에 진학하기 위해 부모 곁을 떠나 혼자의 힘으로 생활했다.
배우 최리.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최리는 “처음에는 외로워서 많이 울었다. 하지만 익숙해지지 않으면 안 됐다”고 했다. 또 중앙대 한국무용과에 입학하고 보니 자신보다 예쁘고, 실력 좋은 친구들이 많아 노력을 하지 않고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도 깨달았다. 고향에 내려가 가족과 편히 있는 것 자체만으로도 “뒤쳐질 것만 같아” 마음이 불안하기만 했다.
그만큼 초등학교 시절부터 걸음을 멈춘 적이 없다. “무대에 올라가 사람들 앞에서 표현하는 게 좋아” 구연동화 낭독, 바이올린, 피아노, 성악, 현대무용, 발레, 방송 댄스 등 경험하지 않은 것이 없다. 엄마 ‘치맛바람’이 아니라 모두 본인의 의지였다. 학예회 때는 거창 일대 “중학교를 돌며 공연”할 정도로 실력이 뛰어났다. 대신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선 조건이 있었다. “반에서 5등” 아래로 성적이 떨어지지 않겠다고 엄마와 약속했고, 끝까지 지켰다.
“밤새워 땀 흘리는 과정을 거쳐 결과물이 완성됐을 때 희열이 좋아요. 제게는 타고난 게 없어요. 노력파예요. 무용도 실력이 ‘바닥’이었는데 1등 해봤거든요. 하하! 열심히 하면 할 수 있다는 걸 경험해봤기에 노력의 힘을 알아요.”
아이러니하게 최리가 연기자로 데뷔한 계기는 ‘운빨’의 길거리 캐스팅이다. 숱하게 오디션을 보는 등 이 과정에 특별한 노력은 없었지만, 어린 시절부터 익혀 몸에 밴 예술적 감각을 누군가가 알아봤다.
“어릴 때부터 익힌 많은 걸 전공자만큼 잘 하는 건 아니지만 연기하는 데 도움이 많이 되요. 아직 부족하지만, 무용할 때보다 더 노력하고 있다고 자신할 수 있어요.”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