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적 관객 400만 돌파를 앞둔 영화 ‘마스터’의 한 장면. 희대의 다단계 사기꾼 조희팔에서 모티브를 얻은 주인공 진현필 역은 배우 이병헌이 맡았다. 사진제공|영화사 집
500만 눈앞 ‘마스터’의 비밀
영화 ‘마스터’가 파죽지세다. 개봉 일주일 만인 27일 누적 관객 350만명을 넘어선 영화는 평일에도 30만명 가까이 동원하면서 연말 극장가를 장악하고 있다. 연말연시 극장가 성수기를 지나면서 500만 관객 동원도 거뜬할 전망이다. 흥행세가 뚜렷한 만큼 화젯거리도 많다. 희대의 다단계 사기꾼 조희팔에서 모티브를 얻은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면서 그 사실을 감출 수밖에 없었던 이유에서부터 주요 캐릭터의 이름과 관련한 흥미로운 비화도 있다. 한국영화로는 이례적으로 쿠키영상을 두 편이나 삽입한 사실도 눈길을 끈다. ‘마스터’, 이제는 말 할 수 있다.
김재명 형사, 이재명시장 이름 따 지어
이병헌 “사기꾼 말로 보여주자”제안에
쿠키영상 두 편으로 늘려 마지막 배치
● 조희팔 사건 모티브, 왜 감췄나
‘마스터’는 이병헌과 강동원, 김우빈의 만남으로 화제를 뿌렸지만 기획단계에서 영화계의 이목을 집중시킨 또 다른 부분은 그 내용이다. 무려 4조원을 가로챈 조희팔을 연상케 하는 사기꾼을 주인공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연관성을 지적하는 시선이 제기될 때마다 “조희팔 사건을 그린 작품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개봉 전부터 여러 해석을 얻으면서 불필요한 오해를 받을 수 있다는 우려 탓이다.
‘마스터’ 제작 관계자는 “조희팔에서 모티브를 얻었지만 실화를 다룬 영화가 아니라서 조심스러웠다”며 “일단 완성된 영화를 보여준 뒤 설명하는 게 맞는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을 맡은 조의석 감독이 처음부터 조희팔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다. 사기꾼의 이야기를 구상하던 즈음 뉴스에서 ‘조희팔이 중국에서 사망했다’는 보도를 접한 뒤 사건을 파고든 조의석 감독은 “처음엔 사람들이 왜 속았을까 싶었지만 막상 자료 조사를 해보니 나라도 속을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고 밝혔다. 실제로 벌어진 극적인 이야기는 그렇게 ‘마스터’에 담겼다.
● 진현필·김재명, 작명에 얽힌 사연
등장인물의 이름 역시 허투루 짓지 않았다. 하나씩 파헤치면 각각의 사연이 있다.
먼저 이병헌이 연기한 진현필 회장은 조희팔의 이름에서 따왔다. 초성만 발췌해 지은 이름이다. 두 이름의 발음은 물론 풍기는 뉘앙스가 비슷한 탓에 이병헌은 “엄연히 진현필이라는 캐릭터 이름이 있는데도 자꾸만 조희팔이라고 부르게 된다”고 했다.
강동원이 맡은 형사 김재명은 감독의 ‘사심’으로 지어진 이름이다. 당초 시나리오에는 김재명이 아닌 ‘김형사’라고만 돼 있었다. 촬영을 앞두고 작명에 고심하던 감독은 이재명 성남시장의 이름을 따왔다. 평소 이재명 시장의 ‘팬’을 자처하는 감독은 뚝심으로 사건을 해결하는 김형사의 캐릭터가 이 시장과 비슷하다고 여겨 김재명이라는 이름을 완성했다.
● 쿠키영상, 왜 둘이나…
‘마스터’는 엔드 크레딧이 올라갈 때까지 관객을 좌석에 붙잡아 둔다. 두 편의 쿠키영상이 있기 때문이다. 할리우드 히어로 무비에서나보아온 쿠키영상은 영화가 미처 설명하지 못한 내용이나 후속편 예고 등을 짧게 담은 일종의 보너스 영상이다. ‘마스터’의 당초 시나리오에는 사기 사건을 해결한 김우빈의 모습을 보여주는 내용의 쿠키영상 1편 뿐이었다. 하지만 이병헌의 제안으로 한 편이 추가됐다. “악랄한 사기꾼의 말로를 보여주자”는 배우의 아이디어에 감독이 동의했다. 쿠키영상의 배치는 막판까지 제작진을 고민하게 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