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배구연맹 김광수 회장(왼쪽)이 29일 서울 도곡동 대한배구협회 회의실에서 열린 임시 대의원 총회에서 서병문 대한배구협회장의 불신임안 가결을 선언하고 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핵심은 서 회장이 선거 당시 내걸었던 ‘협회에 소속된 시·도협회와 산하단체, 생활체육 지도자, 선수, 배구인들이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화합하는 배구협회를 만들겠다’는 등의 공약을 지키지 않았다는 것이다. 퇴진시키기로 약속했던 전 집행부 인사를 부회장 등의 요직에 배치한 것이 한 예인데, 충북배구연맹 박현규 회장은 “서 회장이 기준과 원칙을 무시하고 정체성 없는 인사를 단행했고, 협회는 산하단체에 돈을 전혀 쓰지 않는다”고 말했다. 인천배구연맹 임금규 부회장은 “서 회장을 추천하면서 ‘집행부의 장기집권 체제를 바꿔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소통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애초 협회가 대의원측의 총회 개최 요청을 반려하며 약속했던 회장 간담회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전언이다. 협회 측은 총회 개최 요청을 반려한 뒤 “회장과 간담회를 열겠다”고 약속하며 일단 사태를 수습했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대의원 측 핵심 인사는 “간담회 형식으로 대의원들과 대화하자고 했고, 서 회장도 이를 받아들였다. 그런데 1주일 뒤에 지역별 간담회를 한다고 하더라. 우리는 대의원을 모두 모아달라고 부탁했는데,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 부산에서 4명, 전주에서 2명이 모여 간담회를 했다더라”고 전했다. 한 대의원은 “대한체육회로 넘어가기 전에 협회에서 총회를 승인했다면 불신임 안건이 가결되진 않았을 것”이라고 돌아봤다.
그뿐만 아니라 김갑제 감독의 사망 사건 처리 과정도 도마 위에 올랐다. 김 감독은 10월 이사회에서 집행부 인사에 인적 쇄신이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며 강력하게 항의하다 쓰러져 세상을 떠났다. 당시 현장에 있던 한 대의원은 “협회의 응급조치가 미흡했다”고 강하게 말했다. 이후 협회장으로 치르기로 했던 김 감독의 장례 절차와 비용 문제도 투명하게 밝혀지지 않는 바람에 대의원 측의 불신이 더욱 깊어졌다는 것이다.
이후 한 협회 간부 자녀의 대학 부정입학, 장남의 국가대표팀 단장 선임 등 사건이 발생하자 대의원 측의 인내심은 극에 달했다. 이날 총회의 제3~4안건도 김 감독의 사망, 협회 간부 자녀의 대학 부정입학 등 2가지였는데, 집행부 전체가 해임되면서 이 안건들에 대한 논의는 미뤄졌다. 총회 의장을 맡았던 중고배구연맹 김광수 회장은 “새 배구협회장이 선임된 뒤 정기 대의원총회에서 논의할 것”이라고 했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