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김태균-삼성 구자욱-SK 최정-KIA 이범호(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사진|스포츠동아DB·스포츠코리아
KBO리그가 ‘타고투저리그’라는 것은 상식이다. 3할타율은 ‘잘 치는’ 타자가 아니라 ‘좀 치는’ 타자로 받아들여진다. 그러나 가을야구를 통해 ‘과연 타고투저가 맞나’라는 근본적 의문과 마주하게 됐다. 외국인선발 등 일급투수들이 줄줄이 등판하자 저득점 게임이 속출한 것이다. 이렇게 되면 ‘타선은 강하다’는 WBC 대표팀의 대전제가 흔들리게 된다. 이미 대표팀은 선발과 불펜 구성 단계부터 어려움을 겪는데 타선이 그 공백을 메워주지 못하면 국제경쟁력 자체를 의심받을 위기다.
그래서 김 감독은 드러난 양적 통계 말고, 숨어 있는 질적 데이터를 구한 것이다. KBO리그의 외국인투수라면 대부분 팀의 원투펀치 선발이고, 불펜 등판도 가장 결정적인 승부처에서 이뤄질 것이다. 이런 투수들을 상대로 잘 쳐야 WBC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스포츠동아는 통계전문회사 ‘스포츠투아이’에 의뢰해 ‘2016시즌 외국인투수 상대 국내선수 타율과 홈런 톱5’를 뽑아봤다. 규정타석을 소화한 선수 중 타율 1위는 한화 김태균이었다. 시즌 타율 0.365였던 김태균은 외국인투수를 맞아 유일하게 4할 타율 이상(0.401)을 찍었다. 강한 투수에 더 강했던 셈이다.
삼성 구자욱(0.398)이 뒤를 이었다. SK 김성현(0.383), KIA 이범호(0.381), 넥센 고종욱(0.378) 등 의외의 이름들이 ‘톱5’안에 들어갔다. 2~5위 그룹 중 시즌 타율 톱5 안에 든 선수는 없었다. 김성현은 22위, 이범호는 29위였다.
홈런왕 SK 최정은 시즌 40홈런 중 외국인투수 상대로 10개를 터뜨려 이 부문에서도 1위였다. 큰 점수차에서 약한 투수를 공략한 소위 ‘스탯관리’에 쏠리지 않았다는 반증이다. 두산 김재환, KIA 이범호, 한화 김태균이 8홈런으로 2위권을 형성했다. 이어 공동 5위권에 두산 양의지, NC 이호준, KIA 김주찬과 나지완, SK 이재원이 포진(이상 6홈런)했다.
야구는 ‘얼마나 많이’를 따지는 종목이다. 그러나 게임을 이기려면 ‘언제’가 중요하다. ‘백전노장’ 김 감독은 그 ‘언제’를 해결해줄 적임자를 찾고 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