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다리 아저씨’로 변신한 전북현대 김신욱(왼쪽)이 28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146병동(소아종양혈액병동)을 찾아 입원 중인 장준혁 군에게 선물을 전달한 뒤 쾌유를 빌며 함께 포즈를 취했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형의 꿈 이야기 들려줄까?
초등학교 3학년때 축구선수를 결심했어
바퀴벌레 나오는 컨테이너숙소·줄부상…
특급스타 오르기까지 많은 시련들이 있었지
이제 형 꿈은 월드컵서 한국선수 최다골 넣는거야
나의 친구들아, 형이랑 약속하자
어떤 시련이 와도 포기하지 않기로…
그리고 잊지마, 형은 너희들의 영원한 팬이야.
‘진격의 거인’이 ‘키다리 아저씨’로 변신했다.
K리그 클래식(1부리그) 전북현대 김신욱(28)이 28일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 146병동(소아종양혈액병동)을 찾아 뜻 깊은 시간을 보냈다. 성금 2000만원을 기탁했고, 손수 마련한 선물도 전달했다. 또 즐거운 ‘대화의 장’을 통해 146병동에 입원 중인 어린이, 청소년들이 꿈과 용기를 잃지 않기를 기원했다.
김신욱의 서울아산병원 방문은 올해가 2번째다. 첫 방문은 울산현대 시절이던 2013년 12월이었고, 역시 146병동이었다. 스포츠동아가 주최한 동아스포츠대상 축구 부문 ‘올해의 선수’로 선정된 그는 상금 1000만원을 아픈 이웃들과 나누고 싶다며 산타클로스 복장으로 서울아산병원을 찾아 나눔을 실천했다. “더 멋진 모습으로 다시 찾아오겠다.” 3년이 흘러 그 약속을 지켰다. 팀도 바뀌었고, K리그에서 가장 높은 몸값을 자랑하는 ‘특급 스타’로 발돋움했지만 마음은 여전했다. 146병동에서 보낸 2시간. 짧지만 알찬 하루를 보낸 김신욱이 미소와 눈물로 쓴 편지를 공개한다.
To 언제 어디서나 최고인 146병동 친구들
안녕! 형(아저씨) 기억하지? 여러분들과의 만남을 그토록 고대했는데 마음은 답답했어. 대체 친구들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지…. 우습지만 간단한 인사말을 준비하는 것조차 버거웠다면 믿어줄까?
먼저 ‘꿈’을 이야기하고 싶어. 지금은 좋은 환경에서 행복하게 축구를 하고 있지만, 항상 화려한 걸음을 밟은 것은 아니었어. 그날(28일) 만났을 때도 이야기했듯이 바퀴벌레 기어 나오는 컨테이너 숙소에서 머물고, 축구를 하면서 묵묵히 꿈을 키웠단다.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운동장에서 공을 차는 내내 마음속으로 외쳤지. ‘좋은 축구선수가 될래요. 국가대표가 되고 싶어요. 꿈을 이루게 해주세요!’
시련도 많았어. 중학교 시절 왼발 골절을 시작으로 오른발∼왼발을 번갈아 다쳤는데, 다 내려놓고 싶더라. 3개월 쉬고 3주 뛰다 다시 몇 개월 쉬는 날이 계속됐지. 울고 불며 병원을 들락거리고 재활하는 것은 운동선수에게 최악의 상황이야. 그 때 병원 TV에서 본 축구경기를 잊을 수 없다. 골 넣고 기뻐하는 선수의 모습이 잊혀지지 않아. 다시 초심을 찾았어.
간절히 바라던 프로에 입단하고, 데뷔전을 준비할 때의 기억도 생생해. 클럽하우스를 떠나 경기장으로 향하는 길이 어찌나 멀고 부담스럽던지…. 선수단 버스가 사고 나길 바랐다면 이해할 수 있을까? 그래도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었지. 2009년 대표팀에서 처음 이동국(37·전북) 선배를 만났는데, 얼굴에 광채가 나는 듯했다고 한 것 기억하지? 지금은 웃고 농담해도 그 때는 심장이 턱 멎는 듯했어. 내가 저런 사람과 뛰다니, 같은 방을 쓰고 있다니. 아예 같은 팀 동료가 된 지금도 그 때 느낌이 강렬해.
형은 지금도 목표와 꿈을 갖고 있어. 부끄럽지만 한 가지만 공개한다. 역대 한국 공격수 가운데 월드컵에서 가장 많은 득점을 기록하는 거야. 안정환(40·은퇴) 선배가 3골을 기록 중인데, 이걸 뛰어넘고 싶어. 2014브라질월드컵에서 난 ‘우물 안 개구리’가 뭔지를 느꼈어. 훈련을 게을리 할 수 없고, 계속 채찍질하는 이유야. 나이로 볼 때 2번 정도 월드컵 기회가 열릴 것 같은데, 난 ‘꿈★은 이뤄진다’는 생각으로 달릴 거야. 부딪혀야 결과도 있으니.
세상에서 하나뿐인 소중한 친구들아, 형이랑 약속하자! 언제, 어떤 상황이든 포기하지 않고, 당당하자고. 열정과 꿈으로 도전하겠다고. 서로 응원하며 멋지게 싸우자. 너희들도 이겨낼 거고, 나 또한 이겨낼 수 있어. 꾸준히 안부 전하고, 언제든 연락해. 난 너희들의 영원한 팬이니까.
From 계속 당당할 신욱이 형
정리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