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5월 20일부터 국내 6개 도시에서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이 열린다. 연령 제한이 있는 대회에 나서는 선수가 나이를 조작한다면 분명한 범죄행위이지만, 현실적으로 개최국의 수사권이 참가국에 미치지는 못한다. 정정당당한 스포츠 정신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사진은 지난해 6월 열린 U-20 월드컵의 공식 엠블럼·슬로건 발표 행사 모습. 스포츠동아DB
개최국 수사권, 참가국에 미치지는 않아
올해 우리나라에서 열리는 가장 큰 스포츠 이벤트는 무엇일까? 월드베이스볼 클래식(WBC) 예선? 2018러시아월드컵 아시아 최종 예선? 세계태권도선수권대회? 각자 좋아하는 종목과 취향이 있어 중요도 또한 다르게 평가될 것이다. 그러나 필자는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을 들고 싶다.
U-20 월드컵은 FIFA가 주관하는 공식대회 중 성인월드컵 다음으로 권위 있는 대회다. 올해 5월 20일부터 6월 11일까지 수원, 전주, 인천, 대전, 천안, 서귀포 등 전국 6개 도시에서 펼쳐진다. 연령별 대회이다 보니 4년마다 열리는 성인월드컵과 달리 2년에 한 번씩 치러진다. 우리나라에는 ‘붉은 악마’라는 별칭을 선사한 대회로도 인연이 깊다. 1984년 멕시코 4강 신화 당시의 일이다. 상대팀은 붉은 유니폼을 입은 우리 선수들이 벌떼처럼 달려든다며 매우 두려워했다. 전 세계 언론에서 ‘붉은 악마’라는 별칭을 선사한 이유다.
세계대회를 연령별로 개최하는 것은 축구만이 아니다. 거의 모든 구기종목에는 연령별 대회가 있다.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최소한 주니어와 시니어로 구분한다. 이렇게 나이로 참가 자격을 제한하는 이유는 신체 발달의 차이 때문이다. 사람의 신체적 능력과 기술 습득 능력 등을 합치면 20대 중후반 즈음 최고조에 달한다. 특히 성장기인 10대∼20대에는 한두 살 차이로도 경기력이 엄청나게 달라진다.
그런데 이런 연령별 대회를 악용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대표적 사례가 나이를 속이고 출전하는 경우다. 특히 아프리카나 제3세계 국가들에서 이런 일이 많다. 우리나라도 영·유아 사망률이 높던 시절에는 이런 일이 있었다. 태어난지 1∼2년이 지나 생존이 확인된 뒤에야 출생신고를 하곤 했다. 이런 경우는 취학도 늦고, 그에 따라 운동 시작도 늦어 경기력에 미치는 영향이 비교적 크지 않아 보인다. 문제는 나이 자체를 조작하는 경우다. 제한 연령을 넘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음에도 출생서류를 조작해 참가하는 것이다. 우리 법으로는 형법 제228조의 공정증서원본불실기재죄 및 행사죄,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죄 등이 적용될 것이다.
FIFA도 이 같은 문제점을 잘 인식하고 있다. 그래서 U-17 월드컵이나 U-20 월드컵에서 자기공명영상(MRI) 촬영을 하기도 했다. 손목뼈를 촬영해 나이를 가늠하는 방식이다. 정확성 여부를 떠나 검사 자체로 사전에 부정한 선수의 등록을 막는 효과를 노린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 나이 측정은 어느 정도 정확할까? 나이 측정은 법의학적으로도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 범인이나 사망자가 남긴 인체조직을 통해 나이를 추정하면 수사범위가 훨씬 좁아지기 때문이다. 나이를 추정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대표적인 것은 치아 상태로 나이를 추정하는 것이다. 이 방법은 연령대별로 10% 가량의 범위 내에서 나이 추정이 가능하다. 예를 들면 10대의 경우 한 살, 20대의 경우 두 살, 30대의 경우 세 살 정도의 오차범위 내에서 나이를 추정할 수 있다. 물론 인종, 식습관, 양치습관 등에 따라 좀더 오차가 벌어지거나 좁아질 수도 있다.
또 타액, 백혈구, 대뇌피질 검사 등을 통해 나이를 추정하는 방법도 있다. 이 경우 연구 결과에 따라선 1년 6개월∼3년 가량의 오차를 두고 나이 추정이 가능하다고 한다. 이처럼 현대과학으로도 신체검사를 통해 나이를 정확히 측정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여기에 출산기록, 병원진료기록, 주변인 진술 등이 더해져야 한다.
그런데 나이 속이기로 인해 징계나 처벌을 받았다는 기사는 찾아보기 어렵다. 그 이유는 뭘까? 형사적으로 범죄가 된다고 하더라도 수사권이 미치기 어렵기 때문이다. 참가국에서 조직위원회에 조작된 나이 관련 서류를 제출해 그것이 범죄가 된다고 하더라도, 개최국의 수사권이 참가국에 미치지 않는다. 수사권은 주권(主權)의 문제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어느 나라가 외국 수사기관이 자국에 들어와 마음대로 휘젓고 다니는 것을 용납할까? 또 FIFA에 사실조사권이나 징계권이 있다고 하더라도 수사권을 넘어서기는 어렵다.
스포츠는 원래 ‘여가’를 뜻하는 말이었다. 즐긴다는 의미가 훨씬 강했던 것이다. 그러던 것이 경쟁이나 승부의 요소가 강해지면서 부정이 개입되기에 이르렀다. 이제는 즐김의 영역으로 되돌아갈 때가 되지 않았을까?
법무부 법질서선진화과장 양중진 부장검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