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재균 “ML서 한 경기라도 뛰어보고 싶었다”

입력 2017-01-16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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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재균. 스포츠동아DB

황재균(30)의 최종 선택은 메이저리그였다. 롯데는 15일 보도자료를 통해 황재균과의 계약 무산 소식을 전하면서 그의 미국 진출 의지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스포츠동아와 연락이 닿은 황재균은 늘 그랬듯 운동을 하기 위해 이동하는 중이었다. 그는 “고민을 많이 했다. 결정은 했는데 이게 맞는 건지는 아직까지 잘 모르겠다”며 어려운 선택이었음을 밝히고는 “어릴 때부터 미국무대에서 뛰어보고 싶은 꿈이 있었다. 메이저리그에 가서 한 경기라도 뛰어보고 싶은 마음에 도전하기로 결정했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황재균의 선택은 많은 이들을 놀라게 했다. 지난주 미국 현지 매체들은 메이저리그 구단이 그에게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는 보도를 쏟아냈지만, 계약 내용이 마이너리그계약이나 스플릿계약(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 보장조건이 다른 계약)일 것이라는 데 무게를 뒀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고액 연봉과 기간이 보장되는 국내 잔류 쪽에 힘이 실렸다.

황재균도 고민이 깊었다. 이성적으로 판단했을 때는 한국에 남는 게 정답이었지만 새로운 무대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자꾸 발목을 잡았다. 그는 “롯데가 정말 좋은 제안을 해주셨는데 죄송하다”며 “돈을 생각했다면 한국에 남았겠지만 꿈을 좇기로 결정했다.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았다”고 이를 악물었다. 다음은 황재균과의 일문일답.


-의외의 결정이다. 미국 구단들이 스플릿계약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국내 잔류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그동안 고민이 많았다. 롯데가 정말 좋은 조건을 제시해줬기 때문에 결정이 힘들었다. 다른 이유는 없다. 한 번쯤은 도전해보고 싶었다. 메이저리그에서 한 경기라도 뛰어보고 싶다는 마음에 결정했다.”


-메이저리그에서 뛰어 보는 게 어릴 적 꿈이었다고 늘 말했다. 꿈 때문에 결정했다고 보면 되나.

“맞다. 꿈이라고 밝혔는데 한 번은 도전해봐야 하는 것 아닌가. 지금 아니면 안 될 것 같았다. 남아서 후회하느니 가보고 후회하는 게 낫지 않나. 물론 나도 걱정은 된다. 간 지 하루 만에 왜 왔나 싶을까봐.(웃음)”


-김현수 류현진 등 친구들이 메이저리그에서 뛰고 있다. 결정을 내리기 전에 조언을 구했을 것 같다.

“정말 많이 물어봤다. 스플릿계약을 하면 대우부터 다르다고 했다. 일본 출신 선수들이 메이저리그에서 성공하지 못하는 이유도 일본에서는 스타인데 미국에서는 대우가 그렇지 않으니까 현실을 못 받아들인다고 하더라. ‘내가 여기서 왜 이러고 있지’라는 의구심이 계속 들고…. 난 생각이 다르다. 한국에서는 연차가 있지만 거기서는 신인 아닌가. 한국과 비슷한 대우를 바라는 것 자체가 잘못된 거라고 본다. 한국에서도 신인생활을 해봤으니 괜찮다. 또 미국에서 잘 하면 좋은 대우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황재균. 스포츠동아DB



-냉정하게 보자. 실패하면 어떻게 할 건가.

“최악의 경우도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실패를 예상하고 도전하는 사람은 없지 않나. 내가 가서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관심을 드러내고 있는 메이저리그 구단은 몇 개인가.

“4~5개 팀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계약을 발표하기까지는 좀더 시간이 걸릴 수 있다. 언제 오퍼가 이메일로 날아올지 모르기 때문에 내일 할 수 있고, 일주일 뒤에 할 수 있다. 계약이 되면 곧바로 미국으로 떠날 생각이다.”


-그렇다면 계약이 체결되기까지 국내 구단과의 협상을 미뤄도 되는 것 아니었나.

“그건 롯데에 대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루빨리 전력을 꾸려서 시즌을 준비해야 하는데 이미 나 때문에 너무 늦어졌다. 더 이상 미루는 게 죄송해서 오늘(15일) 직접 찾아뵙고 내 의사를 밝혔다. 정말 좋은 조건을 제시해주셨는데 거절해서 놀라셨을 것이다. 죄송한 마음이 크다.”


-이미 주사위는 던져졌다. 자신감은 있나.

“당연히 힘들 거라고 생각한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미국에서 오지 않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아직까지는 걱정 반, 기대 반이다. 그래도 지금이 아니면 못 할 것 같았다. 한 번 도전해보겠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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