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 레프트 4人, 포화상태 아닌 황금분할이었다

입력 2017-02-08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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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항공 김학민-신영수-곽승석-정지석(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스포츠동아DB

대한항공 김학민-신영수-곽승석-정지석(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으로). 스포츠동아DB

다다익선(多多益善).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는 뜻이다. ‘NH농협 2016~2017 V리그’에서 이 사자성어가 완벽하게 들어맞는 팀이 있다. 7일까지 남자부 선두를 달리고 있는 대한항공(승점 56)이다. 4명의 주전급 레프트를 보유한 장점이 승부처에서 발현되고 있어서다.

대한항공은 총 6명의 레프트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 이들 중 신영수(35)~김학민(34)~곽승석(29)~정지석(22) 등 4명은 언제 선발출장해도 이상할 것이 전혀 없는 주전급이다. 신영수와 김학민의 장점은 공격, 곽승석과 정지석은 리시브와 수비에 탁월한 능력을 지니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반쪽 선수’가 아니다. 공격과 수비 모두 가능한 살림꾼이다.

올 시즌 초반 대한항공 박기원 감독은 ‘레프트 포화상태’를 우려했다. 신영수가 부상에서 회복한 뒤에는 그 고민이 더욱 깊어졌다. 공존에 따른 문제를 해결해야 했다. 일단 박 감독은 “경기 당일 컨디션에 따라 코트에 나간다”는 원칙을 세우고, “생각했던 것보다 선수들의 체력이 빨리 떨어지니 언제든 뛸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제는 새로운 리시브 시스템에 대한 적응이 늦었던 것이다. 박 감독은 애초 ‘스피드 배구’의 흐름에 발맞춰 3인 리시브 시스템을 구축하려 했다. 그러나 완성이 늦어지면서 재빨리 노선을 바꿨다. 지금의 2.5인 리시브 시스템이 만들어진 배경이다. 김학민이 리시브 점유율을 19.1%까지 끌어올리면서 전천후로 거듭난 것도 큰 힘이 됐다.

공격에서도 시너지효과를 창출했다. 대한항공은 날개공격 비중이 매우 높은 팀이다. 퀵오픈토스 점유율 34.2%, 후위 26.5%, 오픈 19.5%로 총 80.2%에 달한다. 반면 속공(14.5%)과 시간차(5.3%) 점유율은 상대적으로 낮다. 올 시즌 대한항공의 총 득점(2434점) 가운데, 신영수(122점)~김학민(381점)~곽승석(138점)~정지석(111점)이 합작한 점수가 752점. 비율로 환산하면 30.89%다. 특히 김학민의 공격성공률은 56.79%(경기당 14.1득점)에 달한다. 다양한 공격루트를 가진 덕분에 외국인선수 미챠 가스파리니의 공격점유율(39.9%)을 낮추고, 체력부담을 덜어줬다. 포화상태에 따른 우려가 황금분할이라는 효과로 확 바뀐 것이다.

박 감독은 7일 “좋은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으면 그만큼 팀을 꾸리기가 수월하다”며 “선수들의 능력에 맞게 시스템을 구축한 것뿐이다. 시즌을 치르면서 주전급 레프트 자원 4명을 보유한 장점이 발현되고 있다. 애초 생각했던 리시브 시스템이 서서히 완성되고 있는데, 이 과정에서 시행착오를 겪은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세터 한선수도 공격 배분에 대해 정말 많이 연구하면서 잘해주고 있다. 선수들을 보면 정말 흐뭇하다. 남은 경기에서도 최선을 다해 목표를 이루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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