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한령’의 여파로 일부 한중 합작프로젝트가 진행을 멈추고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6월 중국 상하이에서 열린 CJ엔터테인먼트 ‘한중합작 영화 라인업 발표회’ 모습. 사진제공|CJ엔터테인먼트
현지서 철수한 감독·제작진도 상당수
누구도 공식적으로 말하진 않지만 체감은 ‘혹한기’다.
중국으로 향한 한국영화 제작진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배치 결정 이후 형성된 한한령의 여파로 공동 프로젝트 진행에 정체기를 맞고 있다. 중국시장을 한국영화의 새로운 활로로 보고 진출을 적극 모색해왔지만 최근 급제동이 걸린 모양새다.
한국영화의 중국합작 추진은 3∼4년 전 본격적으로 시작됐고 CJ엔터테인먼트와 쇼박스, NEW 등 국내 투자배급사는 현지 법인을 설립해 공동 기획, 개발에 속도를 내왔다.
CJ엔터테인먼트는 지난해 6월 상하이에서 한중합작 라인업 발표회를 열고 ‘베테랑’과 ‘장수상회’의 중국 리메이크는 물론 윤제균 감독이 합작영화 ‘쿵푸로봇’을 연출한다고 알렸다. 쇼박스 역시 중국 화이브라더스와 합작한 ‘뷰티풀 엑시던트’를 포함해 또 다른 영화를 기획하고 있다. NEW도 마찬가지다. 2015년 중국 엔터테인먼트그룹 화처와 합작법인 화처허신(화책합신)을 설립해 ‘뷰티인사이드’, ‘더 폰’의 리메이크 작업을 추진해왔다.
이들 투자배급 3사는 “진행하는 한중합작 프로젝트 가운데 한한령 이후 기획이 중단된 경우는 없다”고 알리고 있다. CJ의 한 관계자는 15일 “제작을 공표한 합작영화들은 현재 기획·개발 단계”라고 밝혔고, NEW 역시 “합작영화 ‘마녀’의 시나리오가 최근 완성됐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도, 중국에서도 공식적인 중단 공표는 없지만 합작 프로젝트가 정체기에 빠졌다는 사실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한한령이 시작된 지난해 8월 이후 6개월 동안 합작영화 제작이 어떻게 진척되는지 ‘업데이트’ 되지 않는데다, 심지어 최근 중국에서 짐을 싸서 돌아오는 감독과 제작진도 상당수로 확인되고 있다.
특히 개별적으로 진출한 경우 한한령 이후 폐쇄적으로 돌아선 중국과의 공동 작업에 난항을 겪는 경우는 더 많다. 중국 최대 영화사와 손잡았다고 해도 예외일 순 없다. 실제로 1000만 영화 ‘7번방의 선물’의 이환경 감독은 차이나필름, 알리바바픽쳐스의 투자를 바탕으로 한중합작 ‘대단한 부녀’ 연출을 맡기로 계약까지 마쳤지만 1년이 지난 지금까지 진척이 없다.
영화계에서는 사드 이후 중국 영화사가 한국 감독과 스태프의 기용을 꺼린다는 사실도 체감하고 있다. 영화계 한 관계자는 “한국 감독을 기용하면 불이익을 주겠다는 중국 정부의 방침이 영화사마다 전달됐다는 소식을 최근 접했다”며 “굳이 위험을 무릅쓰고 한국 제작진을 기용할 필요가 없다는 현지 분위기가 팽배하다”고 밝혔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