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베이스볼] 희망 물고 온 갈매기 김원중 “이젠 외모 아닌 야구로!”

입력 2017-04-05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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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우완 투수 김원중은 구도 부산의 희망이다. 그는 1일 마산에서 선발 등판, NC전 15연패를 끊으며 큰 경기에 강한 인상을 보여줬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롯데 우완 투수 김원중은 구도 부산의 희망이다. 그는 1일 마산에서 선발 등판, NC전 15연패를 끊으며 큰 경기에 강한 인상을 보여줬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우리 (김)원중이 좀 길게 인터뷰해도 됩니다.”

큰 키(191㎝)에서 내리 꽂는 공이 잘 생긴 얼굴만큼이나 시원시원했다. 1일 마산 NC전에 선발등판해 5이닝 4안타 1볼넷 5탈삼진 무실점 역투로 팀의 3-0 승리를 이끈 롯데 김원중(24). 전날 개막전에서 패하면서 롯데는 지난해부터 NC전 15연패를 기록한 상황이었지만, 스물넷의 젊은 어깨가 마침내 지긋지긋한 NC전 연패의 사슬을 끊었다.

걱정 반 기대 반. 그런데 기대 이상이었다. 스프링캠프부터 뚜렷한 성장세를 보여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시켰는데 첫 판부터 ‘대박’이었다. 최고구속은 146㎞. 커브도 기막혔고, 물러서지 않는 정면승부와 투지로 롯데 팬들의 가슴에 불을 질렀다. 무엇보다 이날 승리는 2012년 롯데에 입단한 김원중의 프로데뷔 첫 승. 지난해까지 통산 18경기에 등판해 28이닝을 던지면서 승리 없이 1패만 기록한 것이 전부였던 그가 오랜 기다림 끝에 승리한 만큼 감격은 남다르다.

2일 NC전을 앞두고 마산구장 롯데 덕아웃에서 김원중을 만났다. 조원우 감독은 자리를 비켜주며 “원중아, 인터뷰 길게 해도 된다”며 ‘아빠미소’를 지었다. 보기만 해도 배가 부른 모양이었다.

롯데 김원중.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롯데 김원중.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 입단 6년째에 피워낸 프로데뷔 첫 승

-데뷔 후 5년간 1승도 없다가 마침내 첫 승을 거뒀다.

“여기저기서 축하 많이 받았다. 중·고등학교 친구들한테도 연락이 왔으니까.(웃음)”


-개막 후 2번째 경기 선발등판이 더 부담되고 긴장됐을 것 같은데.

“정반대다. 오히려 생각보다 긴장을 안 하는 스타일이다. 어릴 때부터 그랬다. 오히려 마운드에 올라갈 때 너무 편하게만 생각하니까 안 되더라. 그래서 일부러 긴장을 하려고 했다.”


-NC전에서 15연패 중이었는데, 꼭 잡고 싶었나.

“첫 경기라 전투력이 올라온 것 같기는 하지만 NC라고 해서 꼭 그런 건 아니다. 지나간 건 지나간 거고, 올해는 올해니까. 마운드에서 생각을 많이 하려고 하지 않는 스타일이다. 생각해야할 것까지 잊어버려서 문제지만.(웃음)”


-선발등판 전에 포수 강민호는 뭐라고 얘기했나.

“그냥 ‘다 죽여버리겠다고 생각하고 자신 있게 던져라’고 하셨다. 맞는 말인 것 같다. 저기(마운드)에서는 타자를 죽여야 내가 사니까.(웃음) 이용훈 코치님은 ‘지금까지 좋았지 않았나. 네가 할 수 있는 것만 하고 내려와라’고 말씀해주셨다. 나도 ‘내가 할 수 있는 것만 하자’고 마운드에 올라갔는데,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


-1회 첫 타자(김성욱)를 3구삼진으로 잡으면서 자신감이 생긴 게 아닌가 싶다.

“그런 면이 있다. 처음이 어려운데 순조롭게 끝나 경기를 쉽게 풀어갈 수 있었던 것 같다. 작년 마무리캠프 때부터 주변에서 ‘좋다’는 말씀을 많이 해주셨는데, 그때만 해도 나 스스로 자신감이 생기지 않았다. 올 2월 스프링캠프 넘어가면서 ‘진짜 괜찮은 것 같다’고 느꼈던 것 같다. ‘몸도 공도 되는구나’ 생각이 들면서 나에 대한 믿음이 생겼다고나 할까.”

롯데 김원중.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롯데 김원중.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 김원형-이용훈 코치의 조언과 기술적 변화

-작년과 비교해보면 공이 안정되고, 특히 커브의 움직임이 좋은 것 같다.


“작년 투구폼과 메커니즘에서는 컨트롤이 잘 안 됐던 것 같다. 욕심만 부렸던 것 같고…. 작년과 올해 투구폼 영상을 많이 봤는데, 작년엔 다리를 들고 나갈 때부터 원하는 방향대로 안 갔다. 이제는 그런 부분들이 교정됐다.”


-지난해까지 들쑥날쑥한 피칭이었는데, 밸런스의 문제였다는 뜻인가.

“김원형 (수석 겸 투수)코치님과 이용훈 (불펜)코치님 투구이론과 메커니즘이 비슷하더라. 누구는 ‘이렇게 하라’고 하고, 누구는 ‘저렇게 하라’고 하면 혼란스러운데 두 분의 이론이 비슷하니 혼돈이 없었다.”


-구체적으로 무엇이 바뀌었고, 어떤 부분에 공을 많이 들였나.

“작년까지는 왼발(자유족)이 크로스 형태로 들어갔는데, 김원형 코치님도 그렇고 이용훈 코치님도 똑바로 내딛는 스퀘어 형태로 편하게 바꿔보자고 하셨다. 종전까지는 플레이트(투수판)를 3루 쪽으로 밟고 던졌는데, 1루 쪽으로 옮겼다. 그동안 우타자 기준으로 몸쪽으로 던질 때는 좋았지만 바깥쪽이 잘 안 됐다. 그런데 1루 쪽을 밟고 던지니까 시선 자체가 바깥쪽이 편해 보이니까 좋다.”

롯데 김원중.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롯데 김원중.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 어릴 때부터 찾아온 부상과 시련

김원중은 어린 나이에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다. 동성중 1학년 때 골반 통증이 찾아왔고, 정밀검진 결과 골반뼈와 다리뼈가 분리되는 증세 때문에 수술을 받아야한다는 소견을 전해 들었다. “앞으로 운동하지 못한다”는 의사의 말은 야구선수의 꿈을 키워가던 그에게 ‘마른하늘에 날벼락’이었다. 어린 시절에 찾아온 절망. 그러나 3차례나 수술을 받는 과정에서도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동성고 시절 키와 실력이 쑥쑥 성장하면서 전국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다. 2012년 롯데에 1라운드 지명을 받았다. 그러나 그의 야구인생 앞에 다시 가시밭길이 놓였다. 입단하자마자 어깨 부상에 시달렸고, 이후 재활과 군복무(상근 예비역)를 마치면서 2015년 8월에야 처음 1군 마운드에 오를 수 있었다. 이후에도 종종 찾아오는 기회를 살리지 못했고, 지난해까지 1군보다는 2군에서 생활하는 날이 많았다.


-어릴 때부터 부상이 잦았다.

“우리 팀 트레이너에게 난 요주의 인물이다. 항상 특별관리를 받는다.(웃음) 골반도 어릴 때부터 고질이라 수술을 받았는데, 이제 사실 골반에는 많이 신경 안 써도 되는 상태다. 그래도 골반은 항상 관리하고 훈련을 많이 하고 있다. 어깨는 늘 부담이긴 하다. 그래서 안 아파야한다는 생각이 많다.”


-그런데 올 시즌 첫 등판부터 큰일 날 뻔했다. 4회 권희동의 강습타구에 발을 맞았다. 모두들 걱정했는데 바로 투구를 이어가면서 팬들의 기립박수를 받았다. 정말 괜찮나.

“맞았으니까 아프다.(웃음) 그래도 검진 결과 뼈에는 이상이 없다니까 다행이다. 이상이 있었으면 공을 더 이상 못 던졌을 것이다. 현재로선 다음 등판에 문제가 없을 것 같다.”

롯데 김원중.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롯데 김원중.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 “외모보다는 야구!” 염종석과 윤학길의 후계자로?

-부산에 혼자 와서 산 지도 오래됐다.


“사직구장 근처에서 자취하고 있는데 이제 부산생활이 익숙해졌다. 몇 년 만 더 있으면 광주 가면 어색할 것 같다. 말투도 많이 바뀌었는데, 여전히 급하면 광주 사투리가 튀어나온다.(웃음)”


-프로 입단 후에는 야구보다는 외모로 더 주목을 받아왔다.

“야구를 더 잘해야 외모 얘기가 묻히지 않을까.(웃음)”


-올 시즌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입단 후 1군 무대에서 5년간 30이닝을 넘기지 않아 신인왕 자격도 있는데.(롯데는 우승도 1992년이 마지막이었고, 신인왕도 1992년 염종석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김원중이 과연 롯데의 신인왕 계보를 25년 만에 이어갈 수 있을까)

“노린다고 되는가. 그래봐야 내 욕심이다.(웃음) 기대가 크면 실망이 크다고 하지 않나. 그냥 안 아프고 선발로테이션 거르지 않는 게 목표다. 아프면 아무 소용없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사이, 현역 시절 ‘절대 동안’을 자랑하며 ‘어린왕자’라는 별명으로 불리던 김원형(45) 수석코치가 덕아웃을 지나갔다. 제자가 승리투수가 된 뒤 인터뷰를 하는 모습이 흐뭇했던 모양이다.

“외모로나 실력으로나 ‘어린왕자’ 후계자 아니냐”는 기자의 농담에 김 코치는 “김원형! 김원중! 이름도 비슷하지 않나. 집나간 막내 동생 찾았다”면서 “롯데에서는 ‘어린왕자’보다는 ‘황태자’가 돼야지”라며 웃었다. 롯데의 전설적 투수 ‘고독한 황태자’ 윤학길을 연상시키는 에이스로 성장하라는 격려였다. 봄을 물고 오는 제비처럼, 오랜 기다림 끝에 첫 승을 피워낸 김원중이 불안하던 롯데 마운드에 희망을 나르고 있다.

마산 |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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