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 열아홉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여혐 문제에 ‘볼륨을 높이다’

입력 2017-05-02 12:3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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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타 한예리

페미니스타 한예리

열아홉. 스무 돌의 완성을 앞두고 설렘은 커지고 그만큼 책임은 막중해지는 시기다. 여성의, 여성에 의한, 여성을 위한 서울국제여성영화제가 올해로 열아홉을 맞았다. 더욱 풍성하고 성숙한 작품과 프로그램들이 관객들을 만날 채비 중이다.

2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로 한국방송예술진흥원에서 진행된 제19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기자회견. 행사에는 이혜경 조직위원장을 비롯해 김선아 집행위원장, 조혜영 프로그래머 그리고 2대 페미니스타 배우 한예리가 참석했다.

1997년 대학로의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처음 시작된 서울여성영화제는 세계 여성영화의 최근 흐름을 소개하고 아시아 지역의 국제여성영화 네트워크를 소개하는데 목적을 두고 설립됐다.

이혜경 조직위원장은 “우리 영화제는 19년, 햇수로는 20년 동안 애를 쓰고 달려왔다. 하지만 여전히 여성 혐오 등 배타적이고 폭력적인 현상들이 증가하고 있다. 남성 중심적인 사고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는 “여성적인 관점에서 세계를 보는 것에서 나아가 페미니즘까지, 여성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살펴보는 것은 아주 중요하다”면서 “우리가 그동안 성취한 것은 무엇이고 앞으로 해내야 할 것은 무엇인지 영화를 통해 집단적으로 토론해 보고자 한다. 우리 영화제가 새롭게 도약하는 기회인 동시에 20회를 앞두고 가지는 마지막 성찰의 시간이다. 많이 지지해주고 관심 가져 달라”고 말했다.

이혜경 조직위원장

이혜경 조직위원장


올해로 19회를 맞은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여성 영화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주제로 삼았다. ‘페미니스트 필름 클래식’ ‘새로운 물결’ ‘쟁점: 테크노페미니즘-여성, 과학 그리고 SF’의 세 상영 섹션으로 마련돼 여성 영화사를 살펴본다. 성적 소수자들의 삶과 사안을 다룬 ‘퀴어 레인보우’와 10대 여성감독들의 ‘아이틴즈’도 구성됐다. ‘아이틴즈’와 ‘아시아 단편경선’은 경쟁 부문이다.

조혜영 프로그래머는 “올해 아이틴즈에서는 특히 정치적인 작품이 많다. 선거 나이 등을 소재로 한 ‘19금’ 등 실험적인 작품도 많아서 주목할 만하다”고 소개했다. 더불어 “아시아 단편경선에는 무려 429편이 출품됐고 17편이 본선에 진출했다”면서 “한국, 아시아 전역을 넘어 전 세계적으로 젊은 세대의 페미니즘의 관심이 매우 증가했다. 반가운 흐름이다. 페미니스트적인 관점에서 영화적으로 표현한 작품이 많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김선아 집행위원장

김선아 집행위원장


이번 제19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의 개막작은 ‘토탈 이클립스’로 국내 관객들에게도 잘 알려진 폴란드 영화의 거장 아그네츠카 홀란드 감독의 ‘스푸어’가 선정됐다.

김선아 집행위원장은 “여성의 시선으로 세계를 보는 것에 부합하는 작품”이라면서 “오늘날 페미니스트적인 시선과 세계관을 그대로 담은 작품이다. 웅장하고 방대한 세계관이 우리 영화제가 바라보는 세계관과 일치했다”고 선정 이유를 밝혔다.

이날 행사에서는 배우 한예리의 페미니스타 위촉식도 함께 진행됐다. 한예리는 제15회에서 공식 트레일러의 주연과 개막식 사회로 활약했으며 지난해 제18회에서는 ‘<여판사>, 1962X2016’ 특별 공연으로 영화제와 함께했다. 올해는 2대 페미니스타로 위촉돼 개막식 사회를 진행하고 아시아 단편경선 본선 심사위원으로 합류한다.

한예리는 “여성 영화인으로서 무엇을 더 열심히 할지 고민이 있다. 어쩌면 단순한 것 같기도 하다. 여성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이고 여성 영화인의 외침에 내가 조금 더 대답하는 것이 내 할 일인 것 같다. 여성 영화의 매력을 충분히 알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감사하다”고 각오를 전했다.

그러면서 “영화인임에도 그동안 이런 영화제가 있다는 것을 잘 몰랐다. ‘왜 더 빨리 알지 못했나’ 반성하고 후회했다. 늦은 감이 있지만 좋은 기회”라면서 “왜 여성 영화제가 있어야 하는지 많이 생각하게 됐다. ‘여성은 가장 오래된 흑인’이라고 하지 않나. 그만큼 여성은 차별을 많이 받아왔다. 여성 영화제가 모든 사람이 동등해지고 함께 잘 살아가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제19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는 6월 1일부터 7일까지 7일간 메가박스 신촌에서 개최하며 이번 영화제를 통해 37개국 106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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