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적북적…소박한 홍콩의 아침에 녹아들다

입력 2017-05-12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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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름하고 볼품없는 외관이지만 센트럴을 대표하는 콘지 노포 와키(맨위), 1952년 창업한 란퐁유엔의 외관. 가게 앞에 단골로 알려진 주윤발의 사진이 붙어 있다(중간), 1926년 창업한 유서 깊은 딤섬 전문점 린흥 티하우스의 외관(맨아래). 홍콩|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허름하고 볼품없는 외관이지만 센트럴을 대표하는 콘지 노포 와키(맨위), 1952년 창업한 란퐁유엔의 외관. 가게 앞에 단골로 알려진 주윤발의 사진이 붙어 있다(중간), 1926년 창업한 유서 깊은 딤섬 전문점 린흥 티하우스의 외관(맨아래). 홍콩|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 홍콩 현지인처럼 아침식사하기

▶콘지 전문점 ‘와키’
고명 곁들인 중국식 죽…한 그릇이면 든든

▶중국의 OO천국 ‘란퐁유엔’
한국 분식집처럼 정감가는 메뉴들 중독성

▶홍콩 3대 딤섬 ‘린흥 티하우스’
91년 역사…다양하고 딤섬 골라먹는 재미

어느 정도 해외여행 경험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갖는 로망이 있다. 여행지의 평범한 로컬 주민처럼 먹고 마시고 노는 이른바 현지화 단계이다. 그래서 도전했다. ‘홍콩 사람처럼 아침 먹기’. 동남아 국가들은 무더운 기후와 문화적 특성 때문에 아침식사를 집이 아닌 밖에서 먹는 경우가 많다. 특히 홍콩은 지역마다 동네 사람들의 사랑을 받는 아침식사의 ‘명소’들이 있다. 이번에 그중 오랜 역사를 자랑하고, 가장 홍콩스런 분위기를 지닌 세 맛집을 찾아갔다.

오픜 키친(?)인 좁은 주방과 홀이 맞닿은 와키의 좁은 실내. 아침에는 빈자리 없이 북적거린다. 여타 홍콩 로컬 맛집과 마찬가지로 이곳 역시 다른 사람과의 합석은 필수이다. 홍콩|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오픜 키친(?)인 좁은 주방과 홀이 맞닿은 와키의 좁은 실내. 아침에는 빈자리 없이 북적거린다. 여타 홍콩 로컬 맛집과 마찬가지로 이곳 역시 다른 사람과의 합석은 필수이다. 홍콩|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 부드러운 콘지와 선지의 조화, 와키(威記·Wai Kee)

중국인의 일반적인 아침 식단 콘지(Congee·중국식 죽) 전문점이다. 콘지는 두유, 요우티아오(중국식 꽈배기)와 함께 중국 서민들의 아침식탁에 거의 매일 오르는 메뉴이다. ‘와키’는 현지인들이 콘지 맛집으로 손꼽는 가게다. 센트럴에 있는 홍콩식 포장마차, 다이파이동 골목 끝에 있는데 역사가 67년이다.

60년 넘는 역사를 지닌 노포 와키의 간판 메뉴인 콘지(중국식 죽)들. 수저로 들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돼지 선지가 들어간 콘지다. 
홍콩|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60년 넘는 역사를 지닌 노포 와키의 간판 메뉴인 콘지(중국식 죽)들. 수저로 들고 있는 것이 우리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돼지 선지가 들어간 콘지다. 홍콩|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콘지는 우리네 죽에 비해 부드럽다. 쌀알의 느낌이 거의 없어 미음이나 스프와 같은 식감이다. 여기에 오징어 같은 해물, 돼지고기, 소고기, 염지 오리알 등 다양한 고명을 곁들인다. 그중 돼지 선지를 넣은 콘지가 인상적이다. 재료 자체의 선입관과 살짝 공포스런 외관 때문에 망설여지지만, 먹어보면 젤리처럼 쫄깃한 식감과 부드러운 콘지의 어우러짐이 좋다. 걱정했던 잡내도 없고, 한 그릇 먹으면 든든함을 느낀다. 통상 콘지와 곁들이는 메뉴는 요우티아오나 튀긴 국수가 일반적인데, 와키에서는 그와 함께 창펀(라이스롤 찜)도 추천한다. 쌀로 만든 얇고 부드러운 피 속에 각종 재료를 넣은 창펀은 딤섬집 필수 메뉴 중 하나인데, 와키의 것은 유난히 보들보들해 매력적이다. 다양한 속을 넣은 것도 맛있지만, 개인적으로는 아무 것도 넣지 않고 창펀 피만 말아서 살짝 양념장을 뿌린 것이 담백해 입맛을 당겼다.

좁은 실내에 테이블이 다닥다닥 붙은 란퐁유엔의 아침 풍경. 다른 사람과의 합석은 기본이다.  벽에  붙은 80년대 홍콩 스타 알란 탐의 사진과 영화 포스터 등이 푸근한 정취를 자아낸다. 홍콩|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좁은 실내에 테이블이 다닥다닥 붙은 란퐁유엔의 아침 풍경. 다른 사람과의 합석은 기본이다. 벽에 붙은 80년대 홍콩 스타 알란 탐의 사진과 영화 포스터 등이 푸근한 정취를 자아낸다. 홍콩|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 밀크티와 프렌치 토스트, 란퐁유엔(蘭芳園·Lan Fong Yuen)

소호에 있는 이 집은 관광객에게는 차의 부드러움을 높이기 위해 차를 실크스타킹으로 거르는 ‘실크스타킹 밀크티’로 유명한 가게다. 1952년에 문을 열어 65년째 영업하고 있고 알란탐, 주윤발 등 홍콩 연예인들의 단골집으로 소문난 곳이다. 만약 숙소가 근처에 있거나 아침형 인간이라면 란퐁유엔의 아침식사에 도전해 보라. 북적거리면서 활기차고, 소박하면서도 여유로운 홍콩인의 아침 정경을 느낄 수 있다.

가게 안은 테이블이 다닥다닥 붙어 있어 손님들이 어깨나 등을 맞댈 정도로 좁다. 비슷한 로컬 맛집과 마찬가지로 이곳도 합석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벽에는 80년대 스타 알란탐의 사진이나 옛 영화 포스터 등이 붙어 있어 아련한 정감을 일으킨다.
소호 주민의 아침을 책임진 터줏대감 맛집 란퐁유엔의 햄 누들. 라면 비슷한 즉석면에 슬라이스 햄 을 올렸는데, 첫 인상은 평범함을 넘어 부실해 보이기까지 하지만 의외로 중독성 있는 인기 메뉴다. 홍콩|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소호 주민의 아침을 책임진 터줏대감 맛집 란퐁유엔의 햄 누들. 라면 비슷한 즉석면에 슬라이스 햄 을 올렸는데, 첫 인상은 평범함을 넘어 부실해 보이기까지 하지만 의외로 중독성 있는 인기 메뉴다. 홍콩|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란퐁유엔의 메뉴는 유별나거나 대단한 것은 없다. 일품요리 전문점이 아닌, 우리네 ‘OO천국’ 같은 분식집이어서 프렌치 토스트, 볶음국수, 라면, 돈카스 샌드위치 등의 스낵류가 대부분이다. 시그니처 메뉴로 꼽히는 프렌치 토스트도 한국 카페에서 본 예쁜 플레이팅과는 거리가 먼 투박스런 모양새다. 하지만 먹다보면 나도 모르게 그릇을 비우게 되는 은근한 중독성이 있다. 좁고 북적거리는 본점 분위기가 부담스럽다면 침사추이와 순탁센터에 있는 분점으로 가는 것도 좋다.

1926년 창업한 유서 깊은 딤섬 전문점 린흥 티하우스가 자랑하는 각종 딤섬들. 샤오롱바오, 하가우 등 한국사람들이 즐겨찾는 것부터 부드러운 식감의 창펀, 오리발에 이르까지 다양하다. 홍콩|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1926년 창업한 유서 깊은 딤섬 전문점 린흥 티하우스가 자랑하는 각종 딤섬들. 샤오롱바오, 하가우 등 한국사람들이 즐겨찾는 것부터 부드러운 식감의 창펀, 오리발에 이르까지 다양하다. 홍콩|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 91년 역사의 홍콩 3대 딤섬, 린흥 티하우스(蓮香樓·Lin Heung Tea House)

딤섬의 본고장답게 홍콩에는 수많은 딤섬 전문점이 있다. 그중에는 미슐랭 3스타를 받은 포시즌스호텔의 룽킹힌처럼 고급의 극치를 달리는 곳도 있고, 홍콩 딤섬의 교과서로 불리며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는 ‘팀호안’도 있다. ‘린흥 티하우스’도 홍콩을 대표하는 딤섬 맛집이다. 흔히 룩유 티 하우스, 예만방과 함께 ‘홍콩 3대 딤섬’으로 불리기도 한다.

1926년에 창업해 91년의 역사를 자랑한다. 이번 세 맛집 중에 난이도(?)가 가장 높지만, 그만큼 현지인의 생활 속으로 쑥 들어간 듯한 즐거움도 크다. 가격도 비싸지 않고 딤섬의 종류도 무척 다양하다. 물론 딤섬 각각의 맛도 뛰어나다.

린흥 티하우의 딤섬 웨곤(손수레)에서 손님이 딤섬을 고르고 있다. 린흥 티하우스는 아직도 종업원이 각종 딤섬을 실은 웨곤를 밀고 테이블 사이를 다니며 주문을 받는 전통방식을 고수한다. 손님은 먹고 싶은 것을 고른 뒤 주문표에 도장을 받는다. 홍콩|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린흥 티하우의 딤섬 웨곤(손수레)에서 손님이 딤섬을 고르고 있다. 린흥 티하우스는 아직도 종업원이 각종 딤섬을 실은 웨곤를 밀고 테이블 사이를 다니며 주문을 받는 전통방식을 고수한다. 손님은 먹고 싶은 것을 고른 뒤 주문표에 도장을 받는다. 홍콩|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하지만 린흥 티하우스의 매력은 홍콩 딤섬집의 전통이 살아있는 가게 분위기에 있다. 린흥 티하우스는 종업원이 각종 딤섬이 올라간 손수레(웨곤)를 끌고 테이블 사이를 돌아다니면서 주문받는 옛 방식을 고수한다. 딤섬수레가 오면 손에 주문표를 든 손님들이 모여들어 도장을 받은 뒤 원하는 것을 가지고 간다. 처음에는 정신없고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지만, 익숙해지면 고르는 재미가 남다르다.

단 워낙 손님이 많다 보니 서비스는 기대하기 어렵다. 테이블을 닦아주거나 수저와 식기의 청결에 대해서는 알아서 주의해야 한다. 주위를 보면 휴대용 티슈로 테이블을 닦고, 뜨거운 찻물에 수저와 찻잔을 씻는 현지인의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대로 따라하면 된다.

홍콩|글·사진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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