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선수단이 28일 천안축구센터에서 훈련하기 전 스프링클러가 작동되고 있다. 천안 |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좌우 터치라인 최대한으로 물 뿌려
한국은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 코리아 2017’에서 조별리그 2경기 만에 일찌감치 16강행을 확정하는 등 개최국답게 선전하고 있다. 20일 개막전에서 만난 미지의 상대 기니를 3-0으로 격파한 데 이어 23일 역대 U-20 월드컵 최다(6회) 우승국 아르헨티나마저 2-1로 제압해 팬들을 열광케 했다. 비록 26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잉글랜드전에선 0-1 로 패했으나 끈끈한 뒷심을 발휘하며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그런 U-20 태극전사들이 가는 곳마다 쉽게 볼 수 있는 장면이 하나 있다. 초록 그라운드 구석구석의 스프링클러가 힘차게 물줄기를 내뿜는 광경이다. 훈련 때부터 유독 촉촉한 그라운드를 선호한다. 저돌적이고 헌신적인 최전방 스트라이커 조영욱(고려대)을 비롯해 빠른 발을 자랑하는 ‘FC바르셀로나 콤비’ 이승우-백승호의 스피드를 극대화하려면 젖은 잔디가 유리하기 때문이다.
U-20 대표팀은 A조 1·2차전을 치르기 위해 전주에 머물 때 전주월드컵경기장 보조구장, U-20 월드컵 훈련장 등에서 주로 훈련했는데, 틈날 때마다 잔디를 물로 적셨다. 수원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는 16강전에 대비해 천안으로 이동한 뒤에도 바뀌지 않았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신태용) 감독님의 주문이다. 언제 어디에서나 ‘최대한 많은 양의 물을 뿌려달라’고 요청한다. 계속 장소를 옮겨도 똑같은 주문을 할 것”이라고 귀띔했다.
결전 당일에도 FIFA가 허용하는 최대치의 물을 뿌렸다. 전주월드컵경기장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선 킥오프 전 2차례, 심지어 하프타임에도 시원하게 물을 뿌렸다. 특히 터치라인 부근에 집중됐다. 좌우 풀백의 오버래핑, 윙포워드의 침투를 최대한 원활하게 해주려는 의도가 뚜렷했다. 상대팀에서 불평을 하지 않고, FIFA도 제지하지 않았으니 우리로선 나름의 ‘홈 어드밴티지’를 조금이나마 누렸다고 볼 수 있다. 많은 물기를 머금은 미끄러운 잔디, 이를 위해 제 시간에 정확히 작동된 스프링클러는 U-20 대표팀의 선전을 돕고 있는 ‘장외 태극전사’인지 모른다.
천안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