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자 최강희. 사진제공|플라이업 엔터테인먼트
“드라마 ‘달콤한 나의 도시’를 찍었던 약 10년 전의 저로 돌아갔다. 하하!”
엷은 미소를 띠고 있지만 목소리는 단호했다. 4년 전 겪었던 심적 고통이 너무나도 컸기에 이 순간이 소중하다.
최강희는 2013년 10월 전까지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우울증을 심하게 앓았다.
그해 여름 집 밖으로 나오지 않으며 “밤의 사람”처럼 지냈다. 어두운 감정의 영화나 책을 보거나 음악을 들으며 주로 아침 7시에 잠에 들곤 했다.
그의 곁에서 외로움, 공허함, 방황, 반항이라는 단어가 떠나질 않는 시기였다.
자신이 꿈꾸는 연기자로서 이상은 높지만 처한 현실과 격차가 크다고 생각한 때문이었다.
“데뷔작인 ‘신세대 보고서 어른들은 몰라요’ 등 청소년 드라마를 할 때는 제가 연기 천재인줄 알았다. 현실은 그렇지 않더라. 연기가 두려워지고. 대인관계에서도 주변의 좋지 않은 말만 신경 쓰게 되는 제 모습을 보면서 스스로 싫어하게 됐다.”
그는 “‘배고프지 않아 연기가 안 되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며 웃었다. 심지어 ‘화려한 유혹’ 때는 목소리가 나오지 않아 더빙으로 처리할 정도였다.
다행히 ‘추리의 여왕’으로 완벽하게 떨쳐내 가뿐한 마음이다.
연기자 최강희. 사진제공|플라이업 엔터테인먼트
오랜만에 밝은 캐릭터를 맡은 것도 좋은 에너지로 작용했다.
그 이면에는 출연을 적극 추천한 라디오작가인 친구 한가람과 촬영 전 요구 사항을 제시하지 않고 “행복했으면 좋겠다”고 말한 연출자 김진우 PD와 유영은 PD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최강희는 힘찬 목소리로 “이제는 낮의 사람”이라며 “밝고 깨끗하고 맑아졌다”고 했다.
변화로 친구와 한 번도 해보지 못했던 커피숍 수다도 떨어봤다. 태양이 내리쬐는 거리를 거니는 것도 문제 없으며, 사람들의 시선을 피하기 위해 모자를 뒤집어쓰거나 선글라스를 쓰고 다니지도 않는다.
“제가 힘든 과정을 겪었지만 이겨내서였을까. 과거의 저와 같은 상황에 처해 있는 사람들을 위한 연기를 하고 싶다. 그들의 마음에 불을 켜고 짐을 덜어줄 수 있는 연기. 세상에는 다양한 모습이 있다는 것을 알려드리고 싶다.”
벌써 올해 마흔 살인 최강희. ‘동안’이란 수식어를 빼놓기에는 허전하다.
“나이를 못 느끼다가도 ‘동안’이라고 불러주시면 실감한다. 하하! 칭찬은 너무나 감사하지만 그걸 좇진 않는다. 과거의 아픔이 있기 때문에 주변의 좋은 시선과 반응이 족쇄로 변질하지 않도록 하고 싶다.”
스포츠동아 백솔미 기자 bsm@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