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이닝 1점’ 친정팀 울리는 임기영 보며 가슴 아픈 한화

입력 2017-06-07 21: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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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A 임기영.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2014년 12월11일로 시계를 돌려보자. 이날 KIA는 프리에이전트(FA) 송은범의 한화 이적에 따른 보상선수로 우완 사이드암 임기영을 지명했다. 국군체육부대(상무) 입대를 앞둔 임기영을 선택한 이유는 단 하나, 바로 성장 가능성이었다. 당시 임기영은 “정든 한화를 떠나게 돼 아쉽다”면서도 “군에 다녀와서 KIA에서 잘하는 게 한화 팬들께도 보답하는 일”이라고 덤덤하게 이적을 받아들였다. 3시즌(2012~2014시즌) 동안 41경기에서 2승3패1홀드, 방어율 5.34를 기록한 것이 전부였지만, KIA 구단은 확신을 갖고 그를 지명했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난 지금, FA였던 송은범과 보상선수였던 임기영의 운명은 완전히 엇갈렸다. 임기영은 전역 후 복귀 첫해인 올 시즌 KIA 선발진의 한 축으로 자리매김했고, 송은범은 한화 유니폼을 입고 74경기에 등판해 4승24패5세이브2홀드, 방어율 6.73(226이닝 169자책점)의 성적을 거둔 것이 전부다. 그러다 보니 임기영의 호투를 지켜보는 한화 팬들의 마음이 편할 까닭이 없다.

임기영은 7일 광주 한화전에서도 9이닝을 혼자 책임지며 5안타 2볼넷 7삼진 무실점의 호투로 팀의 7-0 완승을 이끌었다. 8일 만의 등판에 리듬이 깨지진 않을까 우려하는 시선도 있었다. 그러나 시즌 2번째 완봉으로 7승째(2패)를 따내며 모든 우려를 기우로 바꿨다. 방어율은 종전 2.07에서 1.82(74.1이닝 15자책점)까지 낮췄다. 방어율 1점대에 재진입하며 특급 선발투수로서 위력을 뽐낸 것이다. 이날 임기영의 직구(46개) 최고구속은 141㎞에 불과했지만, 볼 끝이 좋아 한화 타자들은 땅볼로 물러나기 일쑤였다. 주무기인 명품 체인지업(50개)과 커브(15개), 슬라이더(4개)를 곁들이니 그야말로 거칠 것이 없었다. 특히 6회까지 잡아낸 아웃카운트 18개 중 외야로 향한 타구가 단 2개에 불과했을 정도로 안정감이 넘쳤다. 9회에도 김태균~윌린 로사리오~이성열로 이어지는 한화의 강타선을 가볍게 막아냈다.

임기영이 2사 만루의 실점 위기를 넘긴 7회말부터 한화는 송은범을 마운드에 올렸다. 그러나 송은범은 2이닝 동안 5안타 2삼진 2실점을 기록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7회를 실점 없이 막았지만, 8회 들어 집중타를 허용하며 승기를 완전히 넘겨주고 말았다. 늘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 속에서도 별다른 반등 요소를 찾지 못하고 있다. 올 시즌 한화전 2경기에서 2전승, 16이닝 1실점(방어율 0.56)의 성적을 거둔 임기영을 보는 한화 팬들의 가슴이 쓰라린 이유도 여기에 있다. 4년 34억원에 FA 계약을 맺은 송은범(연봉 4억5000만원)과 연봉 3100만원을 받는 임기영의 몸값을 생각하면 더욱 그렇다.

KIA 버나디나.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임기영의 호투에 타자들도 응답했다. 특히 외국인타자 로저 버나디나는 KBO리그 데뷔 첫 연타석홈런을 터트리는 등 5타수3안타4타점3득점의 맹타를 휘두르며 임기영이 완봉승을 거두는 데 힘을 보탰다. 1-0의 살얼음판 리드 상황에서 5회 솔로홈런, 6회 3점홈런을 연이어 터트리며 두 자릿수 홈런 고지를 밟았다.

광주 |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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