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SF’는 어떤 방향으로 마무리될까.
15일 오후 서울 마포구 상암동 스탠포드 호텔에서 열린 tvN 월화드라마 ‘써클: 이어진 두 세계’(극본 김진희 유혜미 류문상 박은미, 연출 민진기, 이하 ‘써클’) 기자간담회에는 김강우, 여진구, 공승연, 이기광, 민진기 PD 등이 참석했다.
‘써클’은 2017년과 2037년 두 시대의 대한민국을 배경으로 하는 SF 추적극. 2017년 미지의 존재로 인해 벌어진 의문의 살인사건을 쫓는 ‘파트1: 베타프로젝트’와 감정이 통제된 2037년 미래사회 ‘파트2: 멋진 신세계’를 배경으로 두 남자가 미스터리한 사건을 추적해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 현재와 미래를 오가는 타임슬립이 아닌, 다르면서도 이어져 있는 두 시대의 이야기가 한 회에 펼쳐지는 ‘더블트랙’ 형식의 새로운 드라마다. 올해 tvN에서 선보인 드라마보다 비교적 높은 시청률과 완성도로 시청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이런 인기에 대해 민진기 PD “참신한 시도에 대해 많은 사랑을 주신 것 같다. 지금까지 시도하지 않았던 더블 트랙이라는 형식도 시청자들이 재미있게 봐준 것 같다. 매회 반전을 거듭하는 스토리로 세팅을 했는데 그런 부분들이 미드 같은 느낌을 줄 수 있어 그 부분에 대해 만족하시는 듯하다. 결정적으로는 배우들의 연기가 ‘웰메이드’라고 생각한다. 스토리 몰입에 도움이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시즌2에 대해 “내가 결정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 모든 연출자가 원하는 부분이다. 그게 가능하기 위해서는 시청자의 사랑이 필요하다”며 “마지막까지 시청자의 사랑과 퀄리티가 나와야 된다고 생각한다. 시즌2는 지금 드라마가 잘 마무리 되어야 다음을 기약할 수 있다”고 이야기했다.
마지막까지 완성도 높은 드라마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민 PD다. 하지만 극 초반 미흡한 CG는 아쉬움을 남겼다. 이에 대해 민 PD는 “아쉽다는 시청자 반응이 있는데, 나 역시 마찬가지다. SF라는 드라마 특성상 CG에 공력을 들이려고 많은 업체들과 접촉했다. 현실적인 부분을 고려하면서 업체를 선정하게 됐다. CG라는 부분때문에 시작하지 못한 SF 장르를 시작해줘서 고맙다는 업계의 반응을 들었다”며 “어찌됐든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길들여진 시청자들에게 아쉬울 수 밖에 없을 거다. 그래서 연기, 스토리에 더욱 집중해서 드라마를 만들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써클’ 제작진은 기존 지상파 드라마에서 볼 수 없던 새로운 시도에 의미를 두고 있다. 그럼에도 중간 진입이 어렵다는 점은 ‘써클’의 한계로 지적된다. 민 PD는 “항상 새로운 시도에는 위험 부담 도전이 따른다”며 “케이블 드라마가 지향해야할 목표점이라고 생각한다. 지상파와 케이블의 차이라고 생각한다. 다수의 대중의 만족을 바라는게 지상파 드라마라면 새로운 소재로 팬덤을 만들고 팬덤을 발판으로 해서 시즌제 드라마로 발전시키는 게 목표라고 생각한다. 드라마를 다소 어려워하시는 시청자분들도 이해를 시키기 위한 많은 노력을 저희가 해야 하고 저희의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이야기했다.
새로운 장르를 개척하는 과정에는 시행착오가 있다. 제작진은 그런 점을 모르고 있지 않다. 다만 함께 하는 배우들은 나름의 어려움 속에 열연을 펼치고 있다. 파트2에 본격 등장한 공승연은 “CG 감독님과 잘 이야기해서 믿고 열심히 뻔뻔하게 연기했다”며 CG와의 케미(?)를 언급했다.
기억제어라는 다소 어려운 소재의 중심에 선 이기광은 “일단 멀지 않은 미래에는 충분히 가능한 기술이라고 생각한다. 현실적으로 그런 일들이 일어났을 때 내 생각에는 본인이 갖고 있는 기억은 좋은 기억이든 나쁜 기억이든 나 자신이 발전할 수 있고 인간적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 기억이 있었기에 지금의 내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억차단시스템이 실제로 상용화가 된다고 하더라도 내 기억을 갖고 살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또 김강우는 극 중 김준혁(김강우)이 김범균(안우연)으로 밝혀질 때까지의 연기에 대해 “사실 나도 헷갈린다. 내가 우진(여진구)인가, 범균인가, 아니면 바보인가 궁금했다”며 “감독님도 말씀을 안 해주시고 작가님들이 ‘떡밥’을 까는게 자꾸 우진인 것처럼 깔더라. 궁금증을 많이 유발하게 만드신 것 같다. 나도 명확하게 설정하지 않고 연기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기광의 브로맨스에 대해서는 “거의 멜로를 찍고 있다”며 “요즘 ‘브로맨스라’는 말이 유행인데, 그런 것 같다”고 했다. 이기광은 역시 “김강우와 함께 연기하는 장면이 많다. 연기적으로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연기를 배운다는 생각으로 촬영하고 있다”며 “(배우는 것이) 가장 즐겁고 좋은 에피소드다”고 말했다.
이에 옆에 있던 여진구는 “나도 범균(안우연)이와 브로맨스”라며 너스레를 떨었다.
더블트랙 속에서도 묘한 케미를 형성하고 있다. 이런 배우들의 호흡과 제작진의 노력 속에 남은 4회가 촘촘하게 그려질 예정이다. 민 PD와 김강우는 “마지막까지 반전은 계속된다. 지금까지의 반전은 아무것도 아니다. 지금부터다. 드라마를 관통하는 메시지는 남은 4회를 통해 알 수 있을 것이다. 상상을 초월하는 반전을 기대해 달라”고 했다.
어렵지만, 전혀 어렵지 않은 모순 드라마(?) ‘써클’이다. ‘한국판 SF’를 넘어 ‘SF 시리즈’로 진화할지 주목된다. 또 국내 드라마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마무리되며 시청자들에게 기억될지 관심이 쏠린다. ‘서클’은 매주 월, 화요일 밤 11시 방송된다.
동아닷컴 홍세영 기자 projecthong@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