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얼’·‘박열’·‘옥자’…여름 극장가 빅뱅 포문

입력 2017-06-27 06: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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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가 티켓 전쟁이 시작된다. 28일과 29일 차례로 개봉하는 영화 ‘옥자’ ‘박열’ ‘리얼’(맨위부터)은 연출자와 출연자, 제작과정, 시대적 배경 등 서로 지닌 매력이 제각각이어서 관객의 평가에 시선이 쏠린다. 사진제공|넷플릭스·박열문화산업전문유한회사·코브픽처스

극장가 티켓 전쟁이 시작된다. 28일과 29일 차례로 개봉하는 영화 ‘옥자’ ‘박열’ ‘리얼’(맨위부터)은 연출자와 출연자, 제작과정, 시대적 배경 등 서로 지닌 매력이 제각각이어서 관객의 평가에 시선이 쏠린다. 사진제공|넷플릭스·박열문화산업전문유한회사·코브픽처스

봉준호 감독의 ‘옥자’, 非멀티플렉스 저력 관심
이제훈 주연 ‘박열’, 제국주의 비판 색다른 재미
내일 개봉 ‘리얼’, 김수현의 연기 변신 키포인트

‘빅뱅’이 시작됐다. 여름 극장가, 한국영화를 대표하는 감독과 톱스타의 신작이 치열하게 맞붙으면서 쉽게 예상할 수 없는 흥행전선이 형성되고 있다. 29일 극장과 온라인으로 동시에 공개되는 봉준호 감독의 ‘옥자’를 비롯해 하루 앞선 28일 이준익 감독의 ‘박열’과 배우 김수현 주연의 ‘리얼’이 개봉한다. 영화는 각자 처한 상황은 물론 작품이 담아낸 메시지로도 시선을 끈다. 때문에 영화의 완성도와 성과를 단순한 흥행수치로만 판단하기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한국영화의 범위와 앞날을 가늠하는 기회가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전망이 뒤따른다.


● ‘옥자’…비(非) 멀티플렉스 극장 공개

‘옥자’는 서울극장과 대한극장 등 전국 87개 극장(107 개 스크린)에서 개봉함과 동시에 190여개국 온라인 플랫폼 이용자에게 공개된다. 미국 동영상 스트리밍 서비스인 넷플릭스가 투자한 ‘옥자’는 그 특수성으로 인해 국내 멀티플렉스 극장 체인 상영이 가로막혔다.

개봉이 이틀 앞으로 다가오면서 이제 ‘옥자’가 품은 이야기와 메시지를 온전히 들여다봐야한다는 쪽으로 관객의 목소리가 쏠린다. 영화는 다국적 기업이 식량난 개선을 위해 슈퍼돼지를 만들어 강원도 산골에서 사육하며 시작한다. 슈퍼돼지 옥자는 함께 자란 시골소녀 미자(안서현)와 눈빛만으로 마음이 통하는 사이. 이들의 순수함은 초일류 기업의 잔혹한 욕망 앞에서도 흔들리지 않는다.

“사랑스러운 돼지를 찍고 싶었을 뿐”이라고 ‘옥자’의 출발점을 설명한 봉준호 감독은 “도심에서 흔히 보는 커피전문점과 같은, 대기업에 관한 이야기”라고 밝혔다. 함께 한 배우 틸다 스윈튼은 “‘옥자’는 범우주적인 영화”라고 덧붙였다.

국내 관객이 봉준호 감독에 무한한 ‘애정’을 보내는 주요한 배경 가운데 하나는 그가 견지하는 비판의식에 있다. ‘옥자’를 통해 감독은 거대 기업의 야욕을 비판한다.

‘박열’…반일보다 제국주의 비판

배우 이제훈·최희서 주연의 ‘박열’은 숱하게 만난 일제강점기 시대극의 진일보를 알리는 작품이다. 일본 황태자 암살 주도로 조선인으로는 처음 일본 대역죄로 기소된 독립운동가 박열의 삶을 그리면서도 ‘반일’을 외치지 않는다. 당시 아시아를 점령한 일본 제국주의의 허점을 파고든다.

‘박열’은 다른 시선을 제기한다는 점에서 두고두고 회자될 만한 영화다. 이준익 감독은 “일제강점기를 아직도 선명하게 밝히지 못했고, 그래서 엄숙하게 그려야 한다는 관념이 있었다”면서도 “감정적 호소, 억울함에 대한 문제제기를 넘어 제국주의의 모순을 지적하는 일도 지금 필요하다”고 밝혔다.

영화의 지향이 이 같이 설정된 데는 실제 박열의 삶이 그랬기 때문. 이 감독은 “‘일본에는 반감이 있지만 민중에는 친밀감이 들지’라는 박열의 대사가 영화의 상징”이라고 했다. 영화에는 1923년 도쿄에서 일어난 간토대지진의 참혹함도 담았다. 26억원에 불과한 순제작비, 6주간의 촬영으로 만들었다고 믿기 어려운 완성도다. 규모보다 내실과 메시지에 주력한 제작진과 출연진의 저력도 엿볼 수 있다.


● ‘리얼’…사드 역풍, 놓친 中시장

‘리얼’은 김수현이 그 출발점이자 종착지인 영화다. 제작과 투자, 촬영에 이르기까지 그의 역할이 절대적이었다. 검은 세계를 지배하는 한 남자가 겪는 분열과 혼돈을 그린 이야기다.

투자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시나리오에 매료된 김수현이 출연을 결정하자 중국 최대 영화사인 알리바바픽쳐스는 한국영화 처음으로 투자에 참여했다. 제작자이자 후반작업 과정에서 감독이 된 이사랑 감독은 김수현의 사촌형이기도 하다. 모든 게 가능한 이유는 한류스타 김수현의 존재다. 2015년 제작이 공식화할 때만해도 ‘리얼’은 중국 개봉을 염두에 둔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지난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사드) 역풍으로 상황은 달라졌다. 주력 무대를 놓친 ‘리얼’은 후반작업에 더 집중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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