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나경민.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롯데 나경민.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롯데 외야수 나경민(26)은 31일까지 타율 0.277(94타수 26안타), 출루율 0.333, 장타율 0.404를 기록 중이다. 어떻게 봐도 돋보이는 성적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1개 뿐인 홈런에서도 알 수 있듯 장타에 능한 타자도 아니다. 좌타자로서 좌투수에 대한 약점도 뚜렷했다.

그러나 이런 ‘결함’에도 나경민은 1군에 남아있다. 갈수록 비중은 커지고 있다. 3600만원 연봉인 나경민은 결정적 순간에 가치를 입증하며 자신의 입지를 다져가고 있다.

무엇보다 대수비든, 대주자든, 대타든 기회가 주어지면 악바리 같은 이미지를 준다. 롯데 팬들이 그리워하는 몸을 사리지 않는 허슬 플레이다. 요즘에는 위험하다고 다들 기피하는 헤드 퍼스트 슬라이딩도 마다하지 않는다.

롯데 나경민(오른쪽).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롯데 나경민(오른쪽).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6월 11일 울산 두산전에서 런다운을 피해가는 신기의 베이스러닝으로 게임 흐름을 바꿨다. 스리피트를 벗어난다고 볼 수 있는 상황에서도 나경민은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최선을 다해 살았다.

7월 30일 인천 SK전, 롯데를 4연패 위기에서 기사회생시킨 천금의 1승도 나경민에서 비롯됐다. 1-2로 밀리던 9회초 마지막 공격. 선두타자가 나경민이었다. 나경민은 SK 좌완 마무리투수 박희수를 상대로 11구까지 가는 접전 끝에 볼넷을 얻어냈다. 이를 계기로 롯데는 무사만루에서 터진 전준우의 역전타로 3-2 뒤집기에 성공했다.

롯데 벤치가 중견수를 맡길 정도로 나경민은 수비 범위도 넓다. 지금 롯데는 더 이상 보강전력을 기대할 수 없는 전력이다. 꺼낼 수 있는 카드를 모두 빼낸 가운데 ‘악바리’ 나경민이 보너스카드처럼 기능하고 있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