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코파이가 무슬림 금지식품이었다고?

입력 2017-09-08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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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서울 태평로 호텔 더 플라자에서 열린 한국관광공사 주최한 할랄 푸드 시연회에서 국내 무슬림 파워블로거들이 이날 무함마드 셰프가 요리과정을 선보인 음식들을 맛보고 있다(왼쪽 사진). 시연회에서 초대받은 두바이의 바흐자드 무함마드 셰프(왼쪽)가 양 정강이와 오리엔탈 라이스를 만들고 있다. 이날 행사는 할랄 푸드에 대한 국내 관련 산업의 이해를 넓히기 위해 마련했다.  사진|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7일 서울 태평로 호텔 더 플라자에서 열린 한국관광공사 주최한 할랄 푸드 시연회에서 국내 무슬림 파워블로거들이 이날 무함마드 셰프가 요리과정을 선보인 음식들을 맛보고 있다(왼쪽 사진). 시연회에서 초대받은 두바이의 바흐자드 무함마드 셰프(왼쪽)가 양 정강이와 오리엔탈 라이스를 만들고 있다. 이날 행사는 할랄 푸드에 대한 국내 관련 산업의 이해를 넓히기 위해 마련했다.  사진|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이슬람 율법 허용 식재료로만 조리한 음식
세계시장규모 급성장 2019년 2941조 전망
두바이 셰프 초청 ‘할랄 푸드 시연회’ 성황


‘할랄 푸드(Halal Food)를 아시나요?’

할랄은 아랍어로 ‘허락된 것’이란 뜻으로 할랄 푸드란 이슬람 율법에서 허용한 육류, 어류, 채소 등의 기본 식재료와 그 규범에 맞게 조리한 음식을 가리키는 말이다. 무슬림의 종교적 음식 관습을 통칭하는 할랄 푸드는 요즘 관광산업부터 외식 및 식품산업에 이르기까지 여러 분야에서 높은 관심을 갖는 테마이다. 그 이유는 무슬림 시장의 엄청난 규모 때문이다.

세계 인구의 4분의1인 약 17억 명이 무슬림이다. 관광의 경우 무슬림 시장은 2015년 기준 1510억 달러(172조원). 세계관광시장의 11.2%로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크다. 식품시장은 더 거대하다. 톰슨로이터의 ‘이슬람 경제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할랄식품 세계시장 규모는 2013년 기준 1조2920억 달러(1485조원), 전체의 17.7%를 점유하고 있다. 2019년에는 2조5370억 달러(2941조원), 점유율 21.2%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98만 명의 무슬림 관광객이 한국을 찾았는데 매년 15.4%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고 있다. 너도나도 ‘할랄 푸드’, ‘무슬림 프렌들리’를 외치는 이유이다. 하지만 큰 관심에 비해 아직 할랄 푸드에 대한 우리의 일반적인 이해도는 무척 낮다. 기껏해야 ‘돼지고기와 술을 안 먹는다’ 정도이다.
바흐자드 무함마드 셰프가 시연회에서 선보인 중동식 정통 할랄 푸드. 왼쪽부터 오이 요거트, 파투쉬, 양 정강이와 오리엔탈 라이스. 사진 l 김재범 기자

바흐자드 무함마드 셰프가 시연회에서 선보인 중동식 정통 할랄 푸드. 왼쪽부터 오이 요거트, 파투쉬, 양 정강이와 오리엔탈 라이스. 사진 l 김재범 기자



●할랄 푸드의 이해…할랄과 다비하 그리고 하람

할랄은 당초 음식에만 적용되는 개념이었지만, 지금은 의류, 화장품, 각종 생활행동까지 범위가 넓어졌다. 일단 식품으로 좁힐 경우, 할랄 의식으로 도축한 양, 소, 닭 등의 온순한 동물고기와 어류, 채소를 말한다.



다비하(Dhabihah)는 이슬람식 도축법으로 이 방식으로 가축을 잡아야 할랄 인증을 받을 수 있다. 가축 머리를 메카 카바신전 방향으로 향해야 하고, 무슬림 신자가 정해진 관례에 따라 기도를 하고 목을 따서 몸 속의 피를 다 빼내야 한다는 등이 대표적이다.

반대 개념이 하람(Haram)이다. 아랍어로 ‘허용되지 않는 것’이란 뜻으로 돼지고기, 개고기와 맹수고기, 독을 가진 생물을 먹으면 안 된다고 금지한다. 이런 식재료가 포함된 부재료(기름, 소스, 크림 등)을 사용해도 안되고, 하람 음식을 조리한 기구(도마, 칼, 냄비) 등으로 요리해도 안된다.

이 규정은 무척 엄격해 “겨우 요만큼 뿐인데”라고 적당히 넘어가질 않는다. 실제로 우리 인기 수출품인 초코파이가 한때는 무슬림 지역에서 금지식품이었다. 마시멜로에 돼지껍데기서 추출한 젤라틴을 썼기 때문이다. 그래서 요즘은 소가죽에서 추출한 젤라틴으로 만든다.
할랄 푸드 마크

할랄 푸드 마크



●글로벌 시장화되는 할랄 푸드

7일 오전 서울 태평로 더 플라자 호텔에서는 ‘2017 할랄 레스토랑위크 할랄푸드 시연회’가 열렸다. 두바이 특급호텔 총주방장인 바흐자드 무함마드 셰프를 초청해 정통 중동식 할랄 푸드를 시연하고 시식했다. 한국관광공사가 주관한 이 행사는 할랄 푸드에 대한 인프라를 넓혀야 한다는 필요성에 비해 제대로 된 정보를 접하기가 어려운 현실을 고려해 마련한 자리다.

무함마드 셰프는 이날 샐러드의 일종인 파투쉬(Fattoush)를 비롯해 양 정강이와 오리엔탈 라이스(Oriental rice with lamb shank), 오이 요거트(Cucumber Yoghurt), 디저트인 루카이맛(Loukimat) 등 대표적인 중동 할랄 요리를 선보였다. 또한 케이블TV 프로그램 ‘비정상회담’에 출연하는 파키스탄인 방송인 자히드 후세인이 할랄의 의미와 무슬림으로 한국서 살면서 음식에서 겪었던 경험을 소개하는 순서도 있었다. 행사장에는 할랄 푸드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국내 호텔 셰프, 조리전문가, 주한 무슬림 파워블로거, 취재진 등 많은 사람들이 모여 성황을 이뤘다.

할랄 푸드의 이제 단순히 자국을 찾는 무슬림 관광객을 위한 차원을 넘어간다. 엄청난 규모의 할랄 푸드 시장을 겨냥해 맥도널드, KFC, 버거킹 같은 글로벌 패스트푸드 업체들이 할랄 인증을 받아 이슬람 국가에 진출했다. 프링글스처럼 글로벌 시장을 가진 과자도 무슬림 시장에 맞춰 할랄 인증 마크를 찍어 판매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이미 신라면과 과자, 초콜릿, 김, 햇반 등에는 할랄 인증을 받아 수출하고 있다.

또한 수요가 비단 무슬림 국가에만 한정되지도 않는다. 엄격한 종교적 인증과정 덕분에 위생적이고 신선도가 좋고 몸에 유익한 식품이라는 인식이 많아 이슬람 신도가 아닌 사람들 사이에 건강식으로 수요가 늘고 있다. 실제로 네덜란드의 할랄 과자 제조업체의 전체 소비자 중 25%는 비무슬림 신자로 나타났다.

미국 뉴욕 등에서는 ‘할랄 가이스’같은 푸드트럭 형태의 할랄 푸드점도 인기리에 영업하고 있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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