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길의 스포츠에세이] ‘독수리’ 최용수는 언제쯤 날갯짓을 할까

입력 2018-02-08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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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용수 감독. 스포츠동아DB

최용수 감독. 스포츠동아DB

지난해 6월초 중국 슈퍼리그 장쑤 쑤닝과 결별한 최용수 감독은 지금 백수다. 선수시절 대표팀 스트라이커로서 주름을 잡았고, 지도자로서도 최고 감독이라는 수식어가 항상 따라다녔던 그지만 현재는 명함이 없다.

그렇다고 마냥 노는 건 아니다. 그의 이름 석자는 쉴 새 없이 불려 다녔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물러났을 땐 대표팀 사령탑으로 거론됐다. U-23 대표팀과 올림픽대표팀 감독으로도 물망에 올랐다. 일본 J리그 몇몇 구단에서도 관심을 가졌다. 감독이 공석인 곳에선 매번 하마평에 오를 정도로 단골 후보였다. U-23 대표팀 김봉길 감독이 경질되면서 아마도 그의 이름은 당분간 오르내릴 게다.

어떻게 지내냐고 묻자 그는 “오라는데도 없고, 관심 밖으로 밀려났다”며 가벼운 농담으로 받았다. 사투리 억양은 그대로였고, 목소리는 편안하게 들렸다. 가족이 관심사였다. “10년 이상을 앞만 보고 달려왔다. 지금 가족과 함께 보내는 시간이 정말 소중하다.”

2012시즌 FC서울을 이끌고 우승을 차지한 최용수 감독. 스포츠동아DB

2012시즌 FC서울을 이끌고 우승을 차지한 최용수 감독. 스포츠동아DB


사실 그는 지도자로서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FC서울에서 유니폼을 벗은 뒤 2006년부터 이장수~세놀 귀네슈~넬루 빙가다 감독을 보좌했다. 2011년엔 시즌 초반 황보관 감독이 성적부진으로 물러나자 감독대행을 맡았고, 연말에 정식감독이 됐다. 첫 해인 2012년 K리그 우승으로 한껏 날아올랐다.

FC서울에서 선수, 코치, 감독으로 우승한 진기록도 세웠다. 1년 만에 끝나긴 했지만 2016년 여름엔 중국 슈퍼리그에도 도전했다. 숨 가쁜 순간들이었고, 이제야 스스로를 돌아보며 가족과 시간을 보내고 있다.

쉬는 동안 후회와 반성도 많이 했다. “지도자생활을 하면서 내가 했던 선택이나 판단이 그렇게 나쁘지는 않았다. 하지만 좀 더 완벽했으면 하는 후회와 반성을 했다.”

어떤 반성을 했을까. 그는 2014년 FA컵 결승전을 떠올렸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성남과 맞붙었는데, 경기장 분위기는 굉장했다. 경기력으로 팬들에게 감사를 표하겠다고 장담했는데, 결국 연장까지 단 한골도 없었고, 승부차기에서 졌다. 내 자신에게 실망했다. 많은 축구인들이 보는 앞에서 내용과 결과 모두 다 주고 나니 허탈했다. 결국 내가 감독 자격이 없구나 하고 생각했다.” 중요한 경기일수록 더 철저히 대비하고, 이를 통해 내용과 결과를 다 잡아야한다는 반성과 다짐이 묻어났다.



중국생활은 나름 보람된 1년이었다. “내가 가진 축구 열정을 선수와 구단 프런트에게 보여줬다. 중국축구는 디테일이 조금 부족한데, 축구의 본질에 대한 생각을 전해줬고, 어떻게 팀이 작동할 때 결과와 성취감이 달라질 수 있는 지를 알려줬다. 다들 좋아했다.”

장쑤 쑤닝 시절 최용수 감독.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장쑤 쑤닝 시절 최용수 감독.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하지만 실패의 아픔도 겪었다. “중국에 가면서 간절하게 원했던 건 광저우(에버그란데)를 제치고 우승 트로피를 들어보는 것이었다. 기회가 두 번 정도 있었는데, 결국엔 못했다. 그 목표를 이루지 못한 게 가장 아쉽다.”

그는 FC서울 감독이던 2013년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결승에서 광저우 에버그란데에 졌다. 홈 1차전에서 2-2, 2차전 중국 원정에서 1-1로 비겼는데, 원정다득점 원칙에 따라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았다. 앙갚음을 간절히 원했던 이유다. 다시 중국 클럽에서 제안이 온다면 가겠느냐는 질문에 “안 간다고는 말 못하겠다”고 말한 건 그 때문이다.

배움의 중요성도 깨달았다. “밖에서 보는 축구는 현장에 있을 때와는 또 다른 느낌이더라. 그걸 깨달으면서 열정을 다 바칠 축구인생의 후반전을 준비 중이다. 또 어떤 실패 상황이 나올지 모른다. 그걸 대비하고 있다.”

팬들을 위해서 스스로를 다그쳤다. “지도자들이 질적으로 수준을 높여야한다. 남들과 똑같은 것을 가지고 경기장에 나서면 안 된다. 프로페셔널하게 해야 한다. 팬들에게 높은 수준의 경기력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늘 고민해야한다. 자신이 만족한다 해도 팬들이 볼 때는 부족할 때가 많다.”

그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크게 3가지다. K리그 클럽이나 중국 및 일본 무대, 그리고 대한축구협회의 부름을 받는 자리다. 그는 “쉬고 있는 지금이 굉장히 중요한 시기다”며 말을 아꼈다.

독수리가 언제쯤 날갯짓을 할지는 모른다. 다만 현장으로 복귀할 때는 과거보다는 훨씬 성숙해진 지도자가 되어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생겼다.

최현길 전문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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