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28세인 LG 오지환은 현역 입대 대상자로 병무청의 해외여행 허가서를 받지 못해 스프링캠프에 참가하지 못했다. 2018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국가대표 선발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전반기 입대할 가능성도 남아있다. 스포츠동아DB
LG는 그동안 대외적으로 오지환의 시범경기 출장에 대해 “양상문 단장과 류중일 감독이 상의해서 곧 결론을 내릴 일”이라고 말해왔다. 류 감독은 오키나와 스프링캠프 때 오지환 얘기가 나오자 “지금으로서는 노코멘트”라고 답하기도 했다. 그 어떤 말도 조심스럽다는 뜻이다.
그러나 시범경기가 당장 13일부터 시작된다. 어떤 결정이든 내려야 될 시점이다. 이제 객관적 정황은 류 감독이나 LG가 주도할 단계를 넘어간 듯하다. 이와 관련해 LG 안에서 “일단 오지환 없이 시범경기에 임할 것”이라는 방침이 정해진 것으로 11일 알려졌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오지환의 발목 상태가 아직 100% 회복되지 못했다. 이미 LG는 오지환 없이 미국 애리조나~일본 오키나와 스프링캠프를 진행했다. 오지환은 병무청의 해외여행 허가서를 받지 못했다. 몸 상태만이 문제가 아닌 것이다.
허가서를 받지 못했다는 의미는 가볍지 않다. ‘만 25세까지는 병무청 허가 없이 여권이 발급’되지만 오지환은 만 28세다. 병무청에서 오지환을 주시하고 있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실제 만 27세부터는 징병대상자에 해당한다.
오키나와에서는 “오지환이 필드에 서는 순간, 병무청이 입대 영장을 발부한다”는 소문이 돌았다. 이에 관해 LG는 시인도, 부인도 하지 못하고 있다. 병무청의 판단 영역에 속하기 때문이다.
LG 오지환. 스포츠동아DB
그나마 지금까지는 ‘발목이 아프다’는 사유가 있었다. ‘아파서 야구를 못하는 선수인데 군대에 데려갈 수 있겠는가’라는 논리가 성립됐다. 그러나 오지환이 시범경기든, 정규시즌이든 필드에 서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결국 딜레마다. 오지환은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대표팀 선발을 위해 병역을 미뤘을 것이다. 그러나 국가대표팀에 선발되려면 2018시즌 유격수 중 돋보이는 성적을 보여줘야 가능하다. 그런데 그만큼 야구를 잘할 정도로 몸이 좋다면, 언제든 군대에서 부를 수 있다.
그렇다고 몸이 회복된 오지환을 언제까지 LG 2군에 박아둘 수도 없다. 캠프에서 유격수는 백승현(23), 장준원(23) 등 검증이 안 된 신예들이 경합했는데 ‘몸 건강한’ 오지환에게 기회를 안 주는 것도 사리에 맞지 않는다.
LG는 언젠가 오지환을 기용할 것이다. 그의 신변이 어찌될는지는 그때 가서, ‘운명’에 맡길 수밖에 없다. 다만 오지환을 쓰는 타이밍이 시범경기 초반은 아니다. 지금 LG는 불확실성에 빠진 오지환보다 백승현과 장준원을 테스트하는 것이 우선이기도 하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