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유해진, 이렇게 따뜻해도 되나요?

입력 2018-04-28 09: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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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9일 개봉하는 영화 ‘레슬러’에서 아빠로 나오는 유해진(왼쪽)과 아들로 나오는 김민재.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아들 “아빠는 꿈이 뭐야?”
아빠 “아들의 꿈이 아빠 꿈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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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나한테 레슬링 좋아하냐고 물어본 적도 없잖아!”
아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모르겠어. 내 꿈이 뭔지.”

여기, 아빠와 아들이 있다. 아빠는 전직 국가대표 레슬링 선수. 하지만 그토록 원하던 금메달을 따지 못한 채 선수생활을 마쳤다. 메달 대신 택한 건 사랑이고, 태어난 아들이다.

그의 아들이 있다. 물려받은 유전자에, 아빠로부터 받은 특훈 덕에 레슬링 유망주로 불리는 선수다. 탁월한 실력을 자랑하지만 국가대표가 돼 금메달을 따는 일이 자신의 꿈인지, 아빠의 꿈인지 헷갈리기 시작하고 그런 마음을 감추지 못한 채 드러내고 만다.

5월9일 개봉하는 영화 ‘레슬러’(감독 김대웅·제작 안나푸르나필름)는 일단 유쾌한 코미디 영화다. 보는 내내 웃음이 터지고, 영화가 끝난 뒤 가뿐한 기분으로 자리에서 일어날 수 있는 따뜻한 영화다.

또 의외로 속이 꽉 찬 영화이기도 하다. 웃음과 함께 때때로 공감을 일으키고 뭉클한 마음을 동하게 한다.

아빠와 아들의 이야기이자 꿈을 잊고 살아가는 중년의 이야기이고, 나이 들었어도 노모에겐 여전히 걱정거리인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

성별이나 나이와는 무관한, 곧 인생을 살아가는 바로 우리의 이야기이다.

영화 ‘레슬러’에서의 유해진.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 유해진, ‘럭키’ 이어 또 흥행 예고

‘레슬러’의 중심은 유해진이다.

그가 맡은 인물 귀보는 어린 나이에 연상의 첫사랑과 불같은 사랑에 빠져 아들 성웅(김민재)을 얻었다. 아내가 세상을 떠난 뒤 아들과 남은 그는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이 곧 아들이 꿈인듯 레슬링 선수로 아들을 키워낸다.

귀보의 집 위층에는 가영(이성경)의 가족이 산다. 반찬까지 나눠먹는 이들 가족은 10년 넘도록 모여 살았다.

평온해보이던 일상에 파문이 인 건 스무살이 된 가영의 ‘폭탄선언’ 때문이다. ‘친구 아빠’인 귀보를 향한 사랑을 더는 숨기지 않겠다고 결심한 그는 성웅에게 털어놓는다.

“내가 너의 엄마가 돼 줄게!”

유해진과 이성경, 김민재가 만들어가는 ‘레슬러’의 초반부는 곳곳에서 웃음이 터진다.

아들 친구로부터 ‘맹목적인 애정 공세를 받는 아저씨’라는 설정이 최근 사회 분위기를 반영할 때 다소 위험할 수 있다는 일부 지적도 나오지만 영화는 어디까지나 영화일 뿐. 주연 유해진은 물론 감독은 자칫 부정적으로 비칠 수 있는 관계를 적절하게 표현하면서 관객의 몰입을 이끈다.

영화 경험이 전혀 없는 이성경과 김민재는 탁월한 재능과 가능성을 보이며 작품을 탄탄하게 채운다. 향후 다양한 영화에서 활약할 것이라는 긍정적인 기대까지 낳는다.

영화 ‘레슬러’에서의 김민재(왼쪽)와 이성경.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실제로 이성경은 곧장 여성 투톱 액션 ‘걸캅스’ 주연으로 확정됐고, 김민재는 하반기 영화 ‘명당’ 개봉을 앞두고 있다.

유해진은 앞서 2년간 출연한 4편의 영화를 통해 이어온 높은 흥행 타율을 이번 작품으로도 이어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2015년 ‘럭키’를 통해 700만 관객 동원에 성공하고 코미디 영화 열풍을 이끈 그는 지난해 ‘공조’(781만)를 시작으로 ‘택시운전사’(1200만), ‘1987’(730만)까지 출연작을 전부 흥행으로 이끌면서 관객을 웃기고, 울렸다.

대중과 소통을 넘어 깊은 공감까지 나누는, 그래서 관객에 위로의 마음까지 전할 수 있는 배우의 길로 접어든 듯한 분위기다.

유해진의 부성애 연기도 한층 무르익고 있다.

2015년 주연한 ‘극비수사’ 당시만 해도 아버지 역할을 맡은 경험이 거의 없어 그 스스로가 낯선 느낌을 털어내며 연기했지만 3년여가 지난 지금의 상황은 다르다.

특유의 정감 있는 매력을 앞세워 특히 가족 이야기에서 자신의 장기를 발휘하고 있다.

유해진은 “‘레슬러’ 출연을 결정할 때 성장한 아들을 둔 아빠라는 설정은 크게 신경 쓰지 않았다”며 “배우로도 자연스럽게 나이 들어가고 있구나를 받아들이고 있다”고 했다. 마음 속 여유는 영화에 그대로 묻어난다.

‘레슬러’는 유해진이 중심을 든든히 받친 덕분에 작품 자체에서도 인간미가 물씬 풍긴다.

연출을 맡은 김대웅 감독은 “유해진에게는 우리 옆에 있는 아저씨 혹은 형 같은 자연스러움이 있다”며 “촬영을 함께 해보니 자연미뿐 아니라 남성다운 면과 유머까지 겸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영화 ‘레슬러’의 한 장면. 사진제공|롯데엔터테인먼트


● 왜 레슬링인가…“아버지와 아들이 살을 부비는 운동”

‘레슬러’는 유해진과 김민재가 서로 부둥켜안고 레슬링을 하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맨살을 맞댄 두 배우의 근육 움직임, 비처럼 흐르는 땀방울의 열기가 스크린을 넘어 관객에 그대로 전달된다.

김대웅 감독은 “아버지와 아들이 살을 부빌 수 있는 운동, 그 이미지에 가장 부합하는 종목이 레슬링이어서 선택했다”며 “가족 이야기에 주력하면서 한편으론 한 인물이 다양한 사람들과 관계를 맺으면서 어떻게 발전하는지 흥미롭게 그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금메달 유망주를 연기한 김민재는 영화 촬영을 앞두고 한 달 반 동안 매일 3~4시간씩 레슬링 훈련에 몰두했다. 촬영을 시작하고도 쉬는 날엔 어김없이 레슬링 훈련을 받았다.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유해진이 “레슬러만 하고 영화 안 할 것도 아닌데 살살 좀 하라”고 말렸을 정도다. 소용은 없었다.

완벽한 외모와 연기에 몰두한 김민재의 노력은 영화에 그대로 담겼다. 고난도 레슬링 기술을 구사하는 장면에서도 실제 선수인 듯한 착각을 일으킬 만큼 현실감 넘치게 완성했다.

‘레슬러’는 5월 가정의 달에 최적화한 영화다. 주연진을 비롯해 유해진 모친 역의 나문희, 이성경의 부모 역으로 나선 성동일과 진경까지 실력파 베테랑 배우들은 등장할 때마다 스크린을 따뜻하게 데운다.

스포츠동아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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