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건의 아날로그 스포츠] V리그 FA시장 비하인드 스토리

입력 2018-05-25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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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프로배구 FA시장에서 최대어였던 전광인은 한국전력의 품을 떠나 현대캐피탈을 선택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소문이 배구계에 나돌았다. 과연 전광인은 어떤 판단을 근거로 이적을 결심했을까. 스포츠동아DB

올해 프로배구 FA시장에서 최대어였던 전광인은 한국전력의 품을 떠나 현대캐피탈을 선택했다. 이 과정에서 많은 소문이 배구계에 나돌았다. 과연 전광인은 어떤 판단을 근거로 이적을 결심했을까. 스포츠동아DB

■ 3억 포기하고 이적…선수는 ‘돈벌레’가 아닙니다


좋은 환경과 팀 문화도 이적의 이유
돈보다 의리를 택한 어느 선수처럼
가고 싶은 구단, 돈이 전부가 아니다


전광인 ‘3년 최대 30억’ 소문만 무성
뒷돈 난무 현 샐러리캡 허점도 존재
이는 한 구단만이 아닌 모두의 문제


최근 프로배구 V리그의 화제는 3억원을 뿌리친 어느 베테랑 선수의 얘기다. A구단의 베테랑은 이번에 FA자격을 다시 얻어 원소속구단과 협상했다. 그 자리에서 “팀에는 자리가 없다. 다른 팀을 알아보라”는 실망스런 얘기를 들었다. A구단은 다른 젊은 선수를 데려오기로 했다.


사실상 방출통고를 받은 베테랑은 실망했지만 프로페셔널답게 현실을 받아들였다. 다른 구단에 일자리를 알아봤다. 다행히 능력을 높게 평가해주는 B구단이 있었다. 하지만 세상일은 누구도 몰랐다. A구단으로 오려던 선수가 막판에 마음을 바꿨다. 떠나기로 했던 팀에서 상상도 못할 돈으로 주저앉혔다.


A구단은 부랴부랴 베테랑에게 연락했지만 그는 구단의 전화를 받지 않았다. 다급한 A구단은 집까지 찾아와 남아달라고 부탁했다. B구단이 약속한 금액보다 연봉을 1억원 더 주겠다고 했다. 베테랑은 거절했다. 3년간 3억원의 거금을 포기했다. 이처럼 돈 때문에 약속을 취소하는 선수도 있지만 돈 말고 다른 것에 더 높은 가치를 두는 선수도 있다. 그 베테랑은 운동하는 사람으로서의 자존심, 자신의 능력을 알아봐주고 어려울 때 손잡아준 사람과의 의리가 긴 배구인생에서 보자면 3억원보다 더 중요하다고 봤을 것이다.

스포츠동아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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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빈틈이 많은 KOVO의 샐러리캡은 어디서부터 문제였을까?


남자배구는 현대캐피탈로 이적한 전광인을 놓고 말들이 많다. 현대캐피탈은 이번 FA시장의 최대어 전광인을 5억2000만원에 영입했다고 발표했다. 물론 누구도 그 액수를 믿지 않는다. 그런 까닭에 18일 전광인을 탐냈던 KB손해보험과 전광인을 놓친 한국전력의 요구로 긴급 이사 간담회가 열렸다.


현대캐피탈 신현석 단장이 간담회 도중 자리를 떴을 정도로 간담회 분위기는 좋지 못했다. 간담회는 “앞으로 FA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하자”는 내용의 결정을 내렸지만 과연 잘 지켜질지는 모르겠다.


소문이 많은 배구계에서는 전광인이 3년에 최대 30억원을 받았을 것이라고 믿는다. 원 소속구단과 계약한 다른 선수는 고급 승용차를 선물로 받았고 발표액보다 최소 1억원은 더 받았다는 소문도 나돈다.


4년 전 삼성화재는 연속우승을 했지만 모든 선수의 연봉을 깎은 계약서를 제출했다. 샐러리캡 때문이었다. 해외토픽에나 나올 일이었지만 누구도 어필하지 않았다.


현재 KOVO의 샐러리캡 규정은 이처럼 빈틈이 많다. 수당을 샐러리캡에서 제외하는 규정이 존재하는 한, 뒷돈을 막을 방법도 없다. 샐러리캡 규정을 지금처럼 느슨하게 만든 것도 이사회다. 그 빈틈을 이용해 대부분의 구단이 선수들에게 뒷돈을 준다. 수당 혹은 광고비 등 명목은 다양하다.


이뿐만이 아니다. 구단들은 FA계약의 우선협상기간도 지키지 않는다. 여기저기서 템퍼링이 난무한다. 선수들의 연봉도 공개하지 않는다.


그러다보니 웃기는 일도 벌어진다. 타 구단 FA선수와 영입계약을 하면서 KOVO에 그 선수의 연봉이 얼마인지 일일이 확인해야 한다.


시즌 도중에 트레이드 됐던 어느 선수는 새로운 팀에 “이전 구단에서 받던 뒷돈은 어떻게 되느냐”고 물어봤다. 만일 연봉이 투명하게 공개됐다면 생기지 않을 일들이었다.


KOVO는 그동안 제도의 보완을 요구했지만 이사들은 귀를 닫았다. 그런데 이제 와서 제도를 탓한다. 몇몇 구단은 반칙행위를 막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에 이 문제를 가져가자고 주장한다. 모든 구단의 금융거래를 조사하자는 의견도 내놓는다.


말은 쉽지만 섣불리 결정할 사안은 아니다. 리그의 문제를 제3의 기관으로 끌고 가는 것도 문제고, 각 구단이 민감한 금융정보를 쉽게 내놓지도 않을 것이다. 뒷돈을 주는 것이 쉽게 발각되도록 허술하게 일처리 하는 구단도 없다. 금융 전문가가 조사해도 찾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사진제공|한국배구연맹

사진제공|한국배구연맹


● 선수는 돈이 아닌 다른 것도 본다


기자는 제도를 탓하기에 앞서 자신을 먼저 돌아보라고 얘기하고 싶다. 어느 누구도 룰을 지키지 않아놓고 이제 와서 남을 먼저 탓하는 지금의 상황이 안타깝다. 최소한 모든 구단이 그동안의 잘못을 덮고 기존의 룰부터 착실하게 잘 지키는 생각의 전환이 새로운 제도의 도입보다 먼저라고 본다.


앞에서 언급한 베테랑 선수의 경우에서 보듯 선수가 팀을 결정하는 요인은 돈 말고도 많다. 분명 돈이 중요한 부분이지만 꼭 돈이 아니라는 사실도 알았으면 한다. 신인 드래프트에서 선택권을 박탈당한 선수들은 FA제도를 통해 팀 선택권을 갖는다. 선수들은 자신이 원하는 팀을 고를 권리가 있다. 그렇다면 그 선수들의 눈으로 자기 팀을 봐야 한다.


과연 우리 팀은 선수들이 좋아할만한 팀 문화와 시스템을 가지고 있는지, 선수들 사이에서 우리 팀의 평판은 어떤지 먼저 살펴봐야 한다.


요즘 선수들은 나를 위해 팀과 코칭스태프가 얼마나 마음을 열고 대해주는지, 나의 미래를 위해 구단이 어떤 비전을 보여주고 몸 관리를 해줬는지, 동료와 선배들에게 구단이 그동안 어떻게 대우해줬는지 등등을 선택의 중요한 요소로 본다.


선수가 그 팀을 싫어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다. 돈이 다가 아니다. 우리 구단에 선수가 오지 않는 이유는 남 탓이 아닌 내 자신에게 있다.


구단과 선수는 어쩔 수 없이 갑을관계지만 선수들과 같은 눈높이에서 마음을 먼저 헤아리는 팀도 있다. 이런 팀은 돈보다 더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잘 안다. 이것에 특화된 팀은 모든 선수가 가고 싶어 하는 인기구단이다.


잊지 말자. 선수는 감정을 가진 인간이고 인간은 감정의 동물이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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