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2일 개막하는 제2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 상영되는 북한 영화 ‘우리집 이야기’(위쪽)와 ‘김동무는 하늘을 난다’. 사진제공|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지난달 11일 올해 영화제 상영작을 발표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하지만 이번 북한 영화 특별상영 계획은 빠져 있었다.
최용배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집행위원장은 스포츠동아와 전화통화에서 “북한 영화 공식 상영 및 관계자 초청을 위한 노력을 이미 하고 있었다. 하지만 성사될 가능성을 확신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최 집행위원장에 따르면 영화제 측은 이미 지난해 5월부터 관련 프로그램을 기획했다. 하지만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는 이전과 크게 달라지지 못했고, 결국 포기해야 했다.
영화제가 다시 관련 프로그램을 실행키로 한 것은 올해 4월. 남북 및 북미정상회담이 잇따라 열리고 한반도 평화 분위기가 조성되면서다. 이미 지난해 추진 단계에서 얻은 경험을 발판 삼아 발 빠르게 움직였다.
핵심은 상영작.
최근작이 그리 많지 않은 상황에서 2016년 9월 열린 평양국제영화축전의 수상작이자 모스크바국제영화제 초청작인 ‘우리집 이야기’를 비롯해 ‘김동무는 하늘을 난다’ 등 체제선전과 같은 정치적 요소가 비교적 덜한 작품을 위주로 선정했다.
최 위원장은 “전체 구성과 스토리 라인, 인물 간 갈등 등 충분히 흥미로운 인상을 준다”면서 “기본적인 내러티브의 완성도를 의식하며 만든 듯하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공식 절차.
영화제 측은 통일부의 사전접촉 승인을 받고 문화체육관광부의 협조 아래 북측 민족화해협의회에 작품 상영 허가와 감독, 배우 등 초청장을 전했다.
작품 상영 허가를 얻은 뒤 해외 영화 수출입업체를 통해 상영작의 디지털 소스를 받았다. 관련 저작권 사용 문제는 북한의 문화예술 저작권을 대행하는 남측 민간기구인 남북경제협력재단을 통해 해결했다.
하지만 북한 영화는 엄격한 과정을 거쳐 선별된 사람만 볼 수 있는 ‘제한상영’ 대상. 그 필름과 소스를 보관하는 것조차 ‘특수자료 취급 인가자’만 가능하다.
한국영상자료원이 관련 업무를 관장하고 있어 영화제 측은 이번 상영작 디지털 소스를 위탁했고, 일정한 절차를 거쳐 상영 허가를 받았다.
이어 문체부 등 관계당국에 적극적인 협조를 요청해 일반 공개 상영 승인을 얻음으로써 처음으로 공식 상영하게 됐다.
이제 관심은 북측 영화관계자들의 방남 여부.
최 위원장은 “아직 북측의 확답을 받지 못했다”면서 “현재로서는 쉽지 않아 보인다. 불투명한 상황이지만 폐막일까지 답을 기다릴 예정이다”고 밝혔다. 이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를 통해 북한 영화를 공식상영하게 된 만큼 이제 남북영화 교류 역시 활발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한편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22일까지 부천시청 잔디광장 등 부천 일원에서 펼쳐진다.
스포츠동아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