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산 기자의 아빠 까바르 자카르타] ‘여홍철 딸’ 여서정, AG 도마 금메달…체조 부녀의 기적

입력 2018-08-24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여자체조 ‘차세대 스타’ 여서정(왼쪽)이 대회 출격에 앞서 아버지 여홍철 경희대 교수와 다정하게 포즈를 취했다. ‘도마의 신’으로 불리며 한국체조의 간판스타로 활약한 여 교수는 자신보다 둘째 딸의 잠재력이 훨씬 뛰어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는다. 스포츠동아DB

대한민국 여자 기계체조 요정이 아시아 여제로 등극했다.

여서정(16·경기체고)은 23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JI엑스포홀에서 열린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AG) 기계체조 여자 개인 종목별 결선 도마 부문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차시기 14.525점, 2차시기 14.250점을 받아 평균 14.387점으로 시상대 꼭대기에 섰다.

한국 여자 도마가 AG에서 정상을 밟은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역대 최고 성적은 1978년 방콕대회 은메달(정진애)이었다. 기계체조 전체로 범위를 넓혀도 1986년 서울 대회 서연희(이단평행봉), 서선앵(평균대)이 동반 금메달을 딴 이후 ‘노 골드’를 이어왔다.

32년 만의 한풀이. 출발은 좋았다. 21일 예선에서 14.450점을 기록해 1위로 결승티켓을 땄다.

1차시기 14.600점, 2차시기 14.300점으로 최종 14.450점을 땄다.

여서정은 자신의 이름을 딴 기술인 ‘여서정(도마를 짚고 두 바퀴 몸을 비틀며 공중회전·국제체조연맹 기술점수 6.2점)’을 연마해왔지만 완성도가 덜하다고 판단해 가장 잘하는 연기를 실수 없이 하는 데 집중했다. 그가 준비한 기술은 핸드스프링 후 한 바퀴 반 비틀기, 땅 먼저 짚고 구름판 굴러 뒤로 두 바퀴 돌아 720도를 비트는 동작이다.

여서정은 또 하나의 기록도 추가했다. ‘부녀 AG금메달리스트’이란 값진 영광이다. 여서정은 ‘도마의 신’으로 불린 여홍철(47) 경희대 교수의 둘째 딸이다. 1996애틀랜타올림픽 도마 은메달리스트 출신인 여 교수는 1994년 히로시마, 1998년 방콕대회에서 AG 도마 금메달을 획득했다. 어머니는 1994년 히로시마대회 여자체조 주장으로 활약한 김윤지(45) 코치.

부모로부터 특별한 재능을 물려받은 여서정은 어릴 적부터 남다른 감각을 뽐냈다. 전국대회를 휩쓸었고, 첫 출격한 시니어 대회인 6월 FIG 월드챌린지컵 도마 정상에 오르며 가능성을 확인했다.

그러나 여서정이 항상 순탄한 과정을 거친 것은 아니다. 부담이 대단했다. 특히 ‘여홍철 딸’이라는 수식이 마음을 짓눌렀다. 해설위원으로 현장을 찾은 아버지는 “주변 신경 쓰지 말고, 하던 대로 하라”고 격려했고, 딸은 결국 해냈다. “이제 여홍철 딸이 아닌, 여서정으로 평가받고 싶다”는 바람대로 화려한 ‘아시아 여제’ 대관식을 치른 여서정은 2020도쿄올림픽을 향해 달려갈 참이다.

남자체조 김한솔(23·서울시청)은 앞서 열린 마루 결선에서 14.675점으로 생애 첫 AG 금메달을 땄다. 양학선(26)이 2010년 광저우대회 금메달을 획득한 후 8년 만의 우승이다. 김한솔은 24일 도마 결선에서 2관왕을 노린다.

# 아빠 까바르(apa kabar)는 인도네시아어로 ‘안녕하세요’를 의미하는 인사말입니다.

자카르타(인도네시아)|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