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최고 인기 프로스포츠를 자부하던 프로야구가 팬 서비스 부실, 몸값 거품 등에 이어 2018자카르타-팔렘방아시안게임 대표팀 선발 논란까지 불거지면서 팬들의 외면을 받고 있다. 관중은 5년 만에 감소세다. 지난 9월 13일 KT 위즈-두산 베어스전이 열린 잠실구장 3루 관중석의 모습. 스포츠동아DB
최근 KBO리그를 향한 대중의 시선은 차디차고 엄정하다. 그라운드에서 울려 퍼지는 관중들의 함성은 변함없이 커 보인다. 매 경기가 TV를 통해 생중계되는 것도 변함이 없다. 그러나 여론은 다르다. 찬사는 비난으로 바뀌었다. 프로야구 선수는 어린이들에게는 우상이었고 성인들에는 스타였고, 영웅이었다. 팬들은 선수가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마치 자신의 가족처럼 함께 눈물을 흘렸다. 얼마 전까지 이러한 선망의 시선이 대부분이었지만 지금은 원망에 조소가 뒤섞인 성토가 뒤따른다.
지난 10년간 프로야구는 이전에 상상도 하지 못한 번영을 누렸다. 곳곳에 최신 시설을 자랑하는 새 야구장이 문을 열었다. 팀들은 앞 다퉈 초대형 2군 전용훈련장도 지었다. 선수들의 평균 연봉은 가파르게 치솟았다. 최정상급 선수들은 한 해 20억, 30억원 씩 수입을 올렸다. KBO리그는 스포츠산업화에 가장 바짝 다가선 종목으로 꼽혔다.
그러나 이미 그 순간 균열은 시작되고 있었다. 야구팬들은 KBO리그 선수들의 야박한 팬 서비스에 어리둥절하기 시작했다. 세계최고의 스타들이 모인 메이저리그 선수들의 미담과 비교되며 왜 그들을 향해 박수를 쳐야 하는지 근본적인 의문이 들었다. 강민호(삼성 라이온즈) 등 몇몇 선수를 제외하면 초대형 계약을 맺은 선수가 기부와 선행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는 얘기는 듣기 어려웠다. 야구가 호황을 누릴 때 사회전체의 경제는 계속해서 어려워졌다. 공허함을 채워줘야 할 야구 선수들은 오히려 박탈감을 줬다. 구단은 뒷돈을 주고받으며 선수를 사고팔았다. 이면 계약도 서슴지 않았다. 아직 재정적 자립을 이루지 못한 상황에서 선수 영입에 경쟁적으로 돈을 썼다. 그리고 갑자기 새로 선임된 KBO 커미셔너와 함께 졸속 규제 신설을 밀어 붙여 선수와 내분까지 일으키고 있다.
그래도 지금까지 흔들리는 기둥을 붙잡았던 것은 야구가 국내 구기 종목 중 가장 국제경쟁력이 있다는 자부심이었다. 그러나 선수선발의 공정성까지 의심을 산 아시안게임은 이마저도 스스로 놓쳐버렸다. 국제대회를 통해 배출됐던 국민적인 스타도 몇 해 동안 등장하지 않았다. 프로야구 관중은 5년 만에 감소세로 돌아섰다. 현재 흥행 속도면 2016년 이후 KBO의 자부심이었던 ‘800만 관중 리그’ 타이틀도 어려울지 모른다.
KBO리그의 10년 황금기는 이미 끝났을지도 모른다. 쇠망의 속도는 생각보다 빠르지 않다. 그래서 더 고통스럽지만 이를 바로 잡을 수 있는 희망을 남긴다. 큰 부를 쌓은 선수들은 그라운드 안 뿐 아니라 밖도 바라봐야 한다. KBO는 리그평준화와 국제 경쟁력, 산업화를 위해 구단, 관련 업체와 머리를 맞대야 한다. 아시안게임 논란은 스스로 먼저 결자해지해야 한다. 지금은 시간이 약인 시대가 아니다.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