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발리볼] 여자부 개막경기가 확인해 준 것들…

입력 2018-10-23 13: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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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K기업은행. 사진제공|KOVO

22일 김천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도드람 2018~2019 V리그 도로공사-IBK기업은행 경기는 여자배구의 독립을 선언하는 첫 번째 경기였다. V리그 출범 이후 남자부의 보호 속에 있던 여자배구가 팬들의 인기에 힘입어 의미있는 첫 걸음을 뗐다. 첫 주중 오후 7시 경기. 같은 시간 장충체육관에서 벌어진 남자경기(우리카드-대한항공)와 인기경쟁을 벌인 여자부의 시즌 개막전은 많은 것을 확인해줬다.

● 여자 경기 시청률이 2배 높았지만 아직은 지켜봐야

시청률과 온라인을 통한 경기 시청에서 여자배구가 남자배구를 압도했다. 포털사이트(네이버)의 동시접속자 수는 도로공사-IBK기업은행 경기가 2배 이상 많았다.

TV시청률도 우리카드-대한항공(0.23%)보다 도로공사-IBK기업은행(0.58%) 경기가 높았다.

지난시즌 여자부 경기평균 시청률은 0.79%, 남자는 0.81%다. 이 수치보다 낮은 것은 같은시간대 진행된 프로야구 한화 이글스-넥센 히어로즈의 플레이오프 3차전의 영향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여자부 챔피언결정전에서 맞붙었던 두 팀이 5세트 총력전을 펼쳐서인지 경기를 본 사람들의 반응은 호평 일색이다. 사실 배구는 5세트까지 가면 어느 정도 시청률은 보장된다.

그런 면에서 3-0으로 끝난 남자부 경기보다는 유리했다. 수치뿐 아니라 경기내용도 좋았다.

매 세트가 접전이었고 역전을 거듭했다. 끝까지 승패를 알 수 없는데다 선수들의 플레이도 합격점을 넘어섰다. 여자부 경기가 계속 이 수준을 유지해준다면 전혀 걱정할 것이 없었다. 이날 관중은 5617명이었다.

IBK기업은행 어나이(왼쪽)-도로공사 이바나. 스포츠동아DB


● 이정철 감독의 선수육성, 김종민 감독의 정확한 판단

감독들의 지략대결은 경기를 더욱 흥미롭게 만든 요소였다. IBK기업은행은 새 외국인선수 어나이의 활약이 빛났다. 프로무대 데뷔전에서 22살의 어나이는 무려 40득점(3블로킹 1에이스)을 기록하며 눈길을 사로잡았다. 높은 타점과 파괴력, 블로킹을 포함한 수비와 리시브능력 등 흠잡을 곳이 없었다. 몇달전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에서 최하위 순번으로 뽑힌 선수라고는 믿기지 않을 활약이었다. 이런 선수를 찾아내고 조련시킨 이정철 감독의 능력을 새삼 확인했다.

1세트 초반 리시브가 흔들리는 가운데서도 무너지지 않고 먼저 2세트를 따낸 것은 수비의 힘이었다. 수비는 오랜 반복훈련을 통해 완성된다. IBK기업은행이 시즌을 앞두고 흘려왔던 땀의 결과다.

도로공사는 주포 이바나의 부진과 배유나의 부상 결장 속에서 다 내줬던 경기를 역전했다. 몇 차례 중요한 순간에서 김종민 감독의 선수기용이 흐름을 바꿨다. 위기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선수들에게 신뢰감을 심어주며 헤쳐 나가는 모습은 디펜딩챔피언 팀 사령탑의 여유가 보였다.

첫 경기의 부담으로 실수를 하고 얼굴색이 하얘진 선수도 있었지만 감독은 이들을 달래가며 팀을 정상적인 리듬과 분위기로 바꿨다. 그 침착함과 판단력이 놀라웠다. 하혜진과 정선아의 성장을 확인했고 박정아는 클래스가 다른 선수라는 것을 입증한 도로공사는 가동선수 폭이 전보다 넓어져 긴 시즌동안 선수운용이 편해졌다.

도로공사 이원정(가운데). 스포츠동아DB


● 이원정 논란 어떻게 봐야하나

개막전 잔칫상에 재를 뿌리는 일도 있었다. 도로공사 세터 이원정의 출전여부를 놓고 대한배구협회와 한국배구연맹이 충돌했다. 두 단체의 힘겨루기는 하루 이틀의 일도 아니다. 팬들은 그런 싸움에 관심도 없다. 누구를 편들 생각은 없지만 협회에 하나 궁금한 것이 있다. 자신들이 상급단체라면서 따르라고 주장하지만 그러기 위해서는 명분이 필요하다. 이번 이원정 논란은 명분이 없다. 왜 부상책임을 힘없는 선수에게 지워야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프로구단이 이런저런 이유로 대표팀에 빠지려는 것을 막는 규정을 만들기 이전에 왜 이들이 가지 않으려는지 이유부터 생각해봐야 옳다. 귀중한 선수들을 제대로 대우해줬고 훈련이나 경기에서 부상을 당했을 경우 적절한 조치와 보상을 해줬는지 생각해보자. 국가대표는 명예이자 봉사다. 특혜가 아니다.

선수등록을 둘러싼 알력도 마찬가지다. 현재 돈과 선수는 KOVO에 있다. 대한배구협회가 KOVO를 압박해서 실익을 얻고 싶다면 더 냉정해졌으면 좋겠다. 소리치고 강요한다고 해서 원하는 대로 다 들어주지 않는다. 세상의 이치는 좀더 현명하고 유연한 방법을 요구한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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