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출신 감독들의 주가가 연일 뛰고 있다. ‘쌀딩크’로 불리는 베트남의 박항서 감독뿐만이 아니다. 거대자본의 중국 팀들도 한국인 사령탑들에 군침을 흘리고 있다. 1990년대 스타트를 끊은 故 최은택을 필두로 ‘충칭의 별’ 이장수(맨 왼쪽), ‘강희대제’ 최강희 감독(가운데)이 중국팀 지휘봉을 잡았다. 세레소 오사카의 성공을 이끈 윤정환(맨 오른쪽) 감독도 아시아 축구계의 관심을 받고 있다. 사진|스포츠동아DB·울산 현대
선수만 해외로 나가는 것은 아니다. 지도자들도 영역을 넓혀나가고 있다. 베트남 축구대표팀을 맡은 박항서 감독의 성공은 아시아 무대에서 한국 지도자들의 입지를 더 높이는 요소가 됐다. 박 감독이 부임한 이후 베트남은 2018년 역사에 남을 업적을 남기면서 최고의 한해를 보냈다. 박 감독은 베트남에서 국민영웅으로 등극했다.
국내 지도자들을 가장 많이 중용하고 있는 나라는 이웃나라 중국이다. 중국 슈퍼리그 클럽들은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등을 치르면서 K리그 팀들이 익숙하다. K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는 선수들을 영입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눈여겨 본 지도자들에게도 적극적인 러브콜에 나선다. 최근에는 텐진 취안젠이 K리그1 최고의 지도자로 손꼽히는 최강희 감독을 3~4년 동안 꾸준히 공을 들인 끝에 영입했다.
중국은 1990년대 후반부터 한국 지도자 영입에 열을 올렸다. 故최은택 감독은 강등위기에 있던 옌볜 푸더(당시 옌볜 현대)현대의 감독으로 부임해 팀을 4강까지 끌어올려 찬사를 받았다. 이장수 감독은 1998년 충칭 사령탑 자리에 올라 2000년 FA컵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이 때 이 감독은 ‘충칭의 별’이라는 기분 좋은 수식어를 얻기도 했다.
최근에는 실패 사례가 빈번했다. 2016년에는 중국 슈퍼리그 16개 팀 중 박태하(옌볜), 장외룡(충칭), 홍명보(항저우), 이장수(창춘), 최용수(장수) 등 무려 5개팀이 한국인 지도자를 감독자리에 앉혔지만 서로에게 상처만 남겼다. 중국 슈퍼리그 팀들은 막대한 자금을 통해 투자에 인색하지 않다는 강점이 있지만, 그만큼 구단의 간섭이 심하고 단기간의 성적을 요구해 감독과 마찰을 일으키는 경우가 많다. 장외룡, 홍명보, 이장수, 최용수 감독은 모두 계약기간을 채우지 못한 채 자리에서 물러났다.
윤정환 감독은 일본에서 능력을 인정받은 지도자다. 사간 도스에서 은퇴한 뒤 수석코치, 감독대행을 거쳐 2011년 정식 감독으로 부임, 4시즌 동안 팀을 이끌었다. 그는 부임 첫해 2부리그에 있던 팀을 1부리그로 승격시켜 능력을 인정받았다. 지난해에는 세레소 오사카 감독으로 부임해 올 시즌까지 팀을 맡았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