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현.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순탄치만은 않았던 여정이었다. 시계는 3월 5일로 거슬러 올라간다. 박성현은 싱가포르에서 열렸던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HSBC 여자 월드 챔피언십을 제패하며 세계랭킹 1위를 차지했다. 이후 한동안은 박성현의 시간이 계속됐다. 당시 대회 직후 있었던 필리핀여자골프투어(LPGT) 나들이에선 주최 측으로부터 특급 의전을 받으며 여왕 대접을 만끽했고, 4월 첫 대회로 열렸던 기아 클래식에서도 준우승을 기록해 거침없는 전성기를 달렸다.
그러나 이후 한동안 박성현의 이름은 리더보드에서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 퍼트 난조가 이어지면서 만족스럽지 않은 성적표가 계속해 작성됐다. 4월 ANA 인스퍼레이션 52위, LA 오픈 컷 탈락, 5월 퓨어 실크 챔피언십 35위, 6월 마이어 LPGA 클래식 39위. 그러는 사이 세계랭킹 역시 1위에서 2위, 3위, 4위로 점차 내려앉았다. 일각에선 박성현의 부진이 길어질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극심한 기복이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판도 있었다.
그러나 박성현은 자신만의 스타일을 꿋꿋이 유지하며 이러한 비난을 잠재워버렸다. 특유의 공격적인 스타일을 고수하면서 동시에 퍼트 난조를 스스로 극복하며 제 감각을 되찾았다.
메이저대회에서 누구보다 월등한 기량을 발휘하는 장점도 발휘됐다. 반전의 계기는 지난달 KPMG 여자 PGA 챔피언십이었다. 모처럼 선두권을 유지하며 우승을 다퉜다. 비록 준우승으로 만족해야 했지만 본인의 표현대로 자신감을 얻는 값진 기회가 됐다.
이 대회에서 세계랭킹을 2위로 끌어올린 박성현은 마침내 1일 끝난 월마트 NW 아칸소 챔피언십에서 왕좌를 되찾았다. 한때 라운드당 30개가 넘어가던 퍼트 개수를 28개로 줄여낸 점이 결정적인 우승 요인이었다. 물론 기복을 두려워하지 않는 공격적인 성향(평균 드라이버 비거리 289야드)도 한몫을 했다.
이번 정상 등극으로 박성현은 3년 연속 다승자 반열로 올라서며 LPGA 투어의 강자임을 또 한 번 입증해냈다. 또한 2일 발표될 여자골프 세계랭킹에서 1위 복귀를 사실상 예약하면서 자신의 귀환을 알렸다.
3월 5일에서 7월 2일까지. 120일간 온도를 달리했던 박성현의 여정은 이렇게 흘러갔다.
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