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방탄소년단의 콘서트 티켓은 이제 불법과 편법으로는 구매할 수 없다. 팬들에게 공정한 관람의 기회를 주기 위해 ‘암표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사진제공|빅히트엔터테인먼트
본인 아니면 NO…투명한 관람 기회
아미들도 5단계 인증 통과해야 입장
신분증 필수…암표 땐 통보 없이 취소
“불법거래 차단…새 공연문화 출발점”
‘빽’도 줄도 안 통한다. 돈이 있다고 되는 것도 아니다. 부정한 수법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그룹 방탄소년단이 공정하고 투명한 콘서트 관람의 기회를 부여하고 보장하기 위해 전면적인 ‘암표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나섰다. 이전의 조치보다 더 강화한 절차를 통해서다. 가요계 등 공연계는 이를 계기로 향후 암표 거래 등 불법의 행태를 근절하는 또 다른 계기가 되기를 바라는 분위기다.
방탄소년단은 10월26∼27일, 29일 3회에 걸쳐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주경기장에서 스타디움 투어 ‘러브 유어셀프:스피크 유어셀프’의 공연을 펼친다. 소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31일 공연의 티켓 예매와 관련해 암표를 근절하기 위한 ▲ 사전 응모 ▲ 무작위 추첨 ▲ 단일 예매처 지정 ▲ 당첨자들 별도 인증 ▲ 신분증 확인 강화 등 대책을 공개했다.
● 아미도 ‘응모-당첨-인증-예매-좌석확인’
빅히트 측은 방탄소년단의 팬클럽인 아미 회원들을 대상으로 전용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관람 신청을 받고 1일 추첨을 진행한다. 당첨자는 예매사이트 인터파크의 예매 페이지에서 인증 과정을 거쳐 티켓을 구매할 수 있다. 인증된 회원은 반드시 자신의 명의의 ID가 있어야 구매가 가능하다.
이는 콘서트 현장에서 신분증을 대조하기 위해서다. 직계 가족이나 법정대리인 등 타인의 명의의 ID로 사용해 예매한 입장권과 현장에서 실제 관람하는 사람과 다를 땐 입장을 시키지 않겠다는 방침이다. 암표를 통한 입장을 어떠한 경우에도 허용하지 않겠다는 의지다.
이후 미결제 잔여분이 있는 경우 9월25일부터 26일 단 이틀간 예매를 진행한다. 팬들이 실명으로 티켓을 모두 구매할 경우 이 같은 예매는 가능하지 않다는 얘기다. 암표 거래를 원천적으로 봉쇄하겠다는 것이다. 콘서트 현장에서는 이 같은 절차를 거쳐 구매한 티켓 소유자의 여권, 주민등록증, 운전면허증, 청소년증 등 실물 신분증을 통한 본인 확인을 거쳐야 콘서트 관람이 가능해진다.
지난 6월15일 부산 아시아드 보조경기장에서 방탄소년단의 팬미팅이 열린 가운데 일부 팬들이 인근 도로변에서 행사장을 엿보고 있는 모습. 사진제공|부산경찰청
● “공연 문화도 바꿀 수 있을 것”
방탄소년단은 앞서 6월 진행한 부산과 서울 팬미팅에서 일일이 신분 확인 과정을 거쳤다. 하지만 6만 명의 관객이 입장하는 이번 콘서트에서는 모든 관객에 대한 신분 확인하는 절차가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이에 방탄소년단 측은 현장에서 무작위로 본인 확인을 진행하기로 했다.
사실 그동안 가요계에서는 불법 티켓 거래를 위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해왔지만 이렇다 할 방안이 없어 골머리만 앓아왔다. 법적으로도 처벌할 수 있는 기준이 마땅치 않았다. 하지만 방탄소년단이 시도한 강력한 조치 등의 계기로 각 기획사에서도 여러 가지 시도를 하고 있고, 관련 분위기도 조성되고 있다.
강태규 대중음악평론가는 “그동안 모든 공연에서 양도나 구매대행이 있었지만 이를 막기엔 역부족이었다”면서 “특히 매진되는 아이돌 공연에서는 일련의 작업을 거쳐 불법으로 거래되는 과정을 추적해왔고, 올해 특히 방탄소년단이 엄격한 제한을 두면서 공연 문화도 많이 달라졌다. 부정거래와 개입 등을 막을 수 있는 환경이 점차 바뀌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연 기자 annj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