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민호. 기장|김종원 기자 won@donga.com
반드시 이겨야 한다는 부담감 따위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시종일관 씩씩한 표정으로 마운드에서 버틴 멘탈 또한 인정받을 만했다. 2일 니카라과전에서 5이닝 동안 볼넷 1개만을 허용(5삼진)하며 노히트 피칭을 선보인 기록도 중요하지만, 강점을 모두 이끌어냈다는 점이 더욱 긍정적이다.
이민호는 올해 서울권 3개팀(LG~키움 히어로즈~두산 베어스) 가운데 1순위 지명권을 가진 LG의 선택을 받았다. LG가 고교 최고의 타자로 손꼽히는 박주홍(휘문고·키움 1차지명)과 고민 끝에 이민호를 지명한 이유는 확실했다. 최고구속 152㎞의 빠른 공을 지닌 데다 변화구로 카운트를 잡는 능력이 뛰어나고, 제구력도 괜찮았다. 실제로 이민호는 올 시즌 13경기에서 50.2이닝을 소화하며 삼진(70개)/볼넷(10개) 비율이 7이었고, 이닝당 출루허용(WHIP)도 0.88에 불과했다. 그만큼 마운드에서 안정감을 보여줬다는 의미다.
국제대회에서도 전혀 다르지 않았다. 타자 무릎 높이에 형성된 로케이션이 일품이었고, 많은 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별다른 영향을 받지 않았다. 포심패스트볼(포심)이 조금씩 스트라이크존을 벗어나자 커브로 카운트를 잡는 임기응변도 돋보였다. 이민호의 투구를 지켜보던 일본의 프리랜서 기자 오시마 히로시도 “LG에 지명된 그 투수 아니냐. 공이 정말 좋다”고 감탄했다.
LG 차명석 단장도 2일 이민호의 투구를 지켜봤다. 차 단장은 “한 경기로 판단하긴 이르지만 좋은 투구를 했다”며 “우리는 (이민호가) 아직 성장판이 닫히지 않아 완벽하게 몸이 만들어지지 않았음에도 빠른 공을 던진다는 점과 유연성에 주목했다. 더 좋은 선수로 만들어야 한다. 좋은 선택을 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기장|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