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격태격 케미’ 양동근과 서명진이 함께하는 법

입력 2019-09-26 14: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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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 현대모비스 양동근(왼쪽)과 서명진이 26일 태국 방콕의 한 호텔에서 스포츠동아와 만나 정답게 어깨동무를 하고 있다. 18살 차이의 선후배 관계지만 케미스트리만큼은 최고를 자랑하는 둘이다. 방콕(태국)|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18살 차이의 막내를 놀리는 모습은 영락없는 ‘철부지 삼촌’이다. 그런데 까마득한 후배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은근슬쩍 삼촌의 흉을 보는 재치가 ‘영특한’ 조카 이상이다.

울산 현대모비스의 든든한 주장 양동근(38·180㎝)과 수줍은 막내 서명진(20·188㎝)을 보고 있자니 삼촌과 조카 사이의 케미스트리가 자연스레 떠올랐다. 세대 차이를 느낄 법도 하지만, 능구렁이 삼촌과 애교만점 조카는 어색함을 차차 풀어가며 진솔한 대화를 이어나갔다.

태국 방콕에서 열리고 있는 ‘2019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아 챔피언스컵’에서 흥미로운 호흡을 자랑하는 양동근과 서명진을 스포츠동아가 만났다. 인터뷰는 먼저 호텔 로비로 내려온 양동근의 재치 넘치는 한 방으로 시작됐다.

“이제는 제가 (서)명진이에게 얹혀서 인터뷰를 하는 처지가 됐지 뭐예요. 어느 샌가 저 혼자 불러주는 인터뷰는 사라졌더라고요, 하하.”

첫 질문인 ‘세대차이’ 이야기가 나오자 양동근은 “명진이가 가끔 핀잔을 준다. 내 말투가 자기 아버님이 평소 쓰시는 말투와 비슷하다고. 생각해 보니 그럴 수도 있는 이유가 있더라. 나와 명진이 아버님 나이 차이가 불과 3살이다”고 멋쩍게 웃었다.

이를 듣던 서명진은 “(양)동근이 형은 꼭 하실 말씀이 없어지면 제게 ‘야, 부모님 모시고 교무실로 와’라고 놀리시곤 한다”고 숨겨둔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이처럼 티격태격하던 둘도 농구 이야기가 나오자 자세를 달리 했다. 지난 2018~2019시즌 갓 데뷔를 마친 약관의 신예는 “사실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유재학 감독님께서 항상 ‘자신 있게 플레이를 해라. 너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말씀해주셨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래도 팀에서 형들이 많이 도와주셔서 잘 적응할 수 있었다”고 루키 시즌을 되돌아봤다.

이처럼 후배가 조심스러워하는 모습을 본 베테랑은 칭찬으로 힘을 북돋우기 시작했다. 양동근은 “선수별로 차이가 있겠지만 명진이는 얼리 엔트리로 큰 효과를 본 경우다. 물론 나처럼 대학에서 체격이 좋아지고 기량도 느는 선수도 있지만, 명진이는 일찍 프로로 와서 좋은 기량을 펼치고 있는 케이스다”고 후배를 치켜세웠다.

칭찬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양동근은 “명진이는 우선 가드로서 훌륭한 슛 감각을 지니고 있다. 농구에선 ‘가드는 슛이 있어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명진이는 능력도 좋지만 자신감 있게 공을 쏘는 모습이 기특하다”면서 “루키 시즌 여기저기 아파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고등학교를 마치고 갓 프로로 올라온 점을 감안한다면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고 덧붙였다.

1981년생 양동근은 새 시즌에도 1999년생 서명진과 왕성하게 코트를 누비겠다는 각오다. 어느덧 은퇴를 생각할 나이가 됐지만 여전히 현대모비스는 양동근의 존재감을 필요로 한다. 이 모두가 현역 내내 꾸준히 이어온 자기관리 덕분이다. TV로만 봐오던 대선배의 플레이를 직접 곁에서 지켜보고 있는 서명진이 “동근이 형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만 든다. 정말 하나부터 열까지 다 배우고 싶다”고 혀를 내두르는 이유다.

지난 시즌 통합우승의 감격을 나란히 누린 둘은 최근 속초 전지훈련과 이번 대회를 통해 계속 손발을 맞추고 있다. 유 감독은 경험이 아직 부족한 서명진을 조별리그 동안 양동근과 함께 투입시키며 성장을 돕고 있다.

양동근은 “참 오래 뛰었지만 아직도 개막이 다가오면 설레는 기분이 든다. 그런데 막상 새 시즌이 시작하면 ‘이 일정이 도대체 언제 끝나지’라는 마음이 생긴다”며 웃고는 “이제는 언제든 은퇴를 결정할 마음의 준비가 돼 있다. 그래도 선수 양동근은 언제나 업그레이드가 되고 있다는 점을 팬들께 보여드리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서명진 역시 “나도 시즌이 시작되면 빨리 끝났으면 하는 마음이 생길 듯하다”고 호응했다. 이를 잠자코 듣던 양동근의 마지막 대답이 걸작이다.

“야, 네가 벌써 그런 생각을 갖고 있으면 어떡하니!”

방콕(태국)|고봉준 기자 shutou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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