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리드오프 중책을 맡은 심우준. 그에게 동기 김하성은 절친한 친구이자 경쟁자다. 투손(미 애리조나주) | 최익래 기자
절친한 단짝이지만 그라운드 안에서는 넘어야 할 벽이자 목표. 심우준(24·KT 위즈)에게 김하성(24·키움 히어로즈)이 그렇다. 리드오프 변신을 시도 중인 심우준에게는 김하성이 건넨 격려의 메시지는 긍정적 자극이다.
미국 애리조나주 투손의 키노 스포츠 콤플렉스에서 스프링캠프를 지휘 중인 이강철 KT 감독은 2020시즌 타순 변화를 구상 중이다. ‘키 플레이어’로 지목한 심우준을 1번으로 끌어올리는 계획이다. 2015년 1군 데뷔한 심우준은 전체 1536타석 중 1032타석(67.1%)을 9번타순에서, 150타석(9.8%)을 1번에서 소화했다. 빠른 발을 갖췄기 때문에 매번 1번타자 후보로 꼽혔지만 잠재력을 터뜨리지 못했다.
최근 캠프지에서 만난 심우준도 앞선 150타석의 실패를 통해 느낀 점이 많았다. “낯선 자리가 아니다.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안다”면서 출루율 상승을 최대 과제로 내걸었다. 타격훈련 때도 마음에 들지 않는 공은 연달아 ‘버리는 것’과 익숙해지고 있다. 워낙 공격적인 성향 탓에 삼진이 많고 출루율이 낮다. 리드오프에 적합하지 않은 스타일인 걸 본인도 알고 있다. 김강 타격코치 역시 “본인이 강한 존만 노리라고 주문했는데 제법 잘 이행하고 있다”며 대견해했다.
이 감독이 캠프 초반 ‘리드오프 심우준’ 카드를 취재진에게 이야기하며 보도가 나왔다. 심우준의 입단 동기이자 KBO리그 현 최고 유격수 김하성도 기사를 본 뒤 심우준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KT 리드오프 심우준”이라는 짧은 말이었지만 격려와 응원이 담겨있었다. 김하성과 심우준, 그리고 지난해 주전급으로 도약한 박찬호(KIA 타이거즈)까지. 1995년생 내야수들은 최근 KBO리그에서 조금씩 존재감을 뿌리내리고 있다.
심우준은 “야구를 처음 시작할 때 봤던 1982년생 선배(이대호, 김태균, 정근우 등)들과 1990년생 선배(안치홍, 오지환, 김상수, 박건우 등)들이 한국야구의 상징 아닌가. 1995년생 동기들도 그렇게 기억되고 싶다”면서 “(김)하성이는 이미 충분하지만 나와 찬호는 더욱 성장해야 한다”고 다짐했다.
투손(미 애리조나주) |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