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다큐멘터리 후보인 ‘부재의 기억’의 이승준 감독과 세월호 유가족인 오현주, 김미나 씨와 감병석 프로듀서(왼쪽부터)가 아카데미상 레드카펫을 밟았다. 사진출처|감병석 프로듀서 페이스북
수상 못했지만 세월호 아픔 알려
‘기생충’이 4개의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쥐기 전, 또 다른 한국영화 관계자들도 아카데미 시상식 레드카펫을 밟았다. 이들의 곁에는 검은색 드레스를 입은 낯선 여성들이 함께 섰다. 목에는 노란색 이름표들이 목걸이에 걸려 있었다. 다소 긴장한 표정의 여성들은 목걸이를 손에 꼭 쥐었다. 세월호 참사 희생자인 경기 안산 단원고 장준형 군의 어머니 오현주 씨와 김건우 군의 어머니 김미나 씨다.
두 사람은 세월호 참사를 다뤄 한국영화로는 처음으로 이날 제92회 아카데미 단편다큐멘터리상 후보에 오른 영화 ‘부재의 기억’ 이승준 감독과 감병석 프로듀서와 함께 시상식 레드카펫 행사에 참석했다. 이들은 참사로 희생된 단원고 학생들의 노란색 이름표를 한 데 모아 목걸이에 달고 카메라 앞에 섰다. 영화는 수상하지 못했지만 이 감독 등 제작진과 유족들은 참사의 아픔과 이에 대한 관심을 꿋꿋하게 환기시켰다.
오 씨와 김 씨는 참사 유족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전한다는 취지로 이 감독 일행과 해외 일정을 함께 소화해왔다. 단원고 학생들의 얼굴과 이름이 새겨진 노란 천과 함께였다. 1월 말 미국 뉴욕 등에서 열린 ‘부재의 기억’ 상영회에 참석한 후 이달 초 LA로 이동해 현지 각종 언론매체와 인터뷰 등에 나섰다.
‘부재의 기억’은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당시 각종 영상과 통화 기록을 통해 현장을 재구성하며 국가의 부재를 되묻는 29분 분량의 단편 다큐멘터리영화다. 2018 년 11월 미국 뉴욕 다큐영화제 단편 다큐멘터리 부문 대상에 이어 아카데미상 후보에까지 올랐다.
이 감독과 유족들은 이날 SNS를 통해 “수상을 크게 기대하지는 않는다”면서 “여기까지 온 것만으로도 참 감사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날 단편다큐멘터리상 트로피는 캐롤 다이싱거 감독의 ‘러닝 투 스케이트보드 인 어 워존’에 돌아갔다.
유지혜 기자 yjh030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