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2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기생충’이 최고작품상을 수상하자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브래드 피트를 비롯한 많은 배우들이 기립박수를 보내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 아카데미는 왜 기생충을 택했나
작년 59개국 842명 새 회원 위촉
인종·여성 등 다양성 포용 노력
뉴욕타임즈 “역사적인 승리였다”
인종·여성 등 다양성 포용 노력
뉴욕타임즈 “역사적인 승리였다”
“올해 아카데미상은 인식 개선을 위해 노력했다.”
작품상 시상자인 배우 제인 폰다의 ‘선언’처럼 올해 아카데미상은 인종과 젠더 등 차별과 한계를 딛고 다양성을 포용하는 데 주력했다. 그동안 지적받아온 ‘백인 중심의 잔치’라는 비판에서 벗어나려는 적극적인 변화 움직임 속에 ‘기생충’이 주인공의 자리에 올랐다.
● “다양성 추구의 승리”
아카데미상은 2015년과 2016년 백인 중심으로 후보를 꾸려 ‘유색인종을 차별한다’는 거센 비판을 받았다. 2016년에는 영화인들의 보이콧 선언에 직면하기도 했다. 여성영화인에 대한 평가가 인색하다는 비판도 끊이지 않았다. 변화 촉구가 내외적으로 끊임없이 나왔다.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10일 “‘기생충’은 계급 이슈를 통해 세상의 변화를 촉구하는 영화이고, 그런 작품을 아카데미가 선택했다는 건 다양성을 추구하려는 상의 지향을 드러낸다”고 분석했다. 이어 “주류인 백인에서 탈피해 여러 인종, 여성과 연대하겠다는 변화의 선언이 ‘기생충’의 수상으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외신들도 비슷한 해석을 내놨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기생충’의 비영어권 영화 최초 작품상 수상은 과거 ‘#오스카 소 화이트(#Oscars So White·백인남성 중심에 대한 비판)’로 대표되는 보이콧에 맞서 인종 다양성 확보에 노력한 역사적인 승리”라고 평했다. 윤성은 영화평론가도 “올해 아카데미상은 그동안 방식에서 탈피함을 넘어 오히려 ‘기생충’을 통해 쇄신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해 보인다”고 봤다.
● “언어와 정서, 문화의 장벽을 넘었다”
한국영화계에서는 아카데미 시상식이 열리기 전 ‘기생충’이 각본상을 수상한다면 작품상도 가능하다는 전망을 내놓았다. 각본상은 언어와 정서, 문화의 장벽을 뛰어넘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예상은 적중했다. 전찬일 영화평론가는 “최근 3년 동안 아카데미 작품상은 ‘반(反) 트럼프’ 노선의 영화들이었다”면서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탄핵 움직임 등 반대 정서가 계속되는 상황에 ‘기생충’이 부합했다”고 짚었다.
1차 세계대전에 관한 이야기를 그리며 ‘기생충’의 최대 경합 대상으로 꼽힌 샘 멘데스 감독의 ‘1917’은 작품상과 감독상을 전부 내줬다. 전 평론가는 “아카데미상이 전통적으로 선호하는 영웅주의에 오히려 반기를 드는 영화라서 작품상 수상권에서 멀어진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아카데미상은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의 8400여 회원의 투표로 결정된다.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는 다양성 추구를 위해 지난해 59개국 출신 842명의 영화관계자들을 새 회원으로도 위촉했다. 다른 상과 달리 소수 심사위원들의 조율을 통한 선정이 아닌 회원들의 순수 투표로 이뤄지는 상이라는 점으로 차별성을 갖는다.
● ‘기생충’ 해외 주요 수상 내역 (57개 영화제 초청 및 57회 수상·2020년 2월 10일 현재)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