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정도 결과도 아쉬운 닷새…수원의 말레이 원정은 쓰라렸다

입력 2020-03-04 14: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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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원 이임생 감독. 스포츠동아DB

수원 이임생 감독. 스포츠동아DB

FA컵 우승 팀 수원 삼성에게는 오래 기억될 최악의 원정이었다.

수원은 3일 말레이시아 조호르주 술탄 이브라힘 스타디움에서 끝난 조호르 다룰 탁짐(말레이시아)과 2020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G조 원정 2차전에서 1-2로 졌다. 동남아시아 클럽을 상대로 한 구단 역사상 첫 패배. 지난달 비셀 고베(일본)와 대회 홈 1차전 0-1 패배에 이은 2연패로 16강 진출은 더욱 험난해졌다.

무딘 경기감각에 발목을 잡혔다. 연말 중국 우한에서 발생, 전 세계로 빠르게 확산 중인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한국 축구는 올 스톱됐다. K리그 개막은 무기한 연기됐고, 이달 말 2022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도 미뤄질 공산이 크다. ACL도 동·서아시아 권역 모두 스케줄이 조정됐다.

고베전은 시즌 첫 경기, 이후 보름여 만에 치른 조호르 원정은 두 번째 실전으로 경기력이 좋을 수 없었다. 조호르는 홈 이점을 최대한 활용했다. 섭씨 영상 30도와 높은 습도에 더해 전반 킥오프 전에만 물을 4회나 뿌렸다. 측면이 막힌 하프 돔 형태의 경기장 구조는 잔뜩 달궈진 그라운드에 열기를 더했다. 수원 관계자가 “거대한 찜통”이라고 혀를 내두른 더위에 수원 선수들은 후반 중반부터 거의 걸어 다니다시피 했다.

이동부터 고역이었다. 지난달 29일 경기도 화성의 클럽하우스를 떠나 조호르의 리조트에 여장을 풀기까지 18시간이 걸렸다. 말레이시아 콸라룸푸르 국제공항에서 대폭 강화된 입국수속을 밟고 환승대기만 8시간이 소요됐다.

통상적인 루트를 따르지 않은 여파다. 방문자들은 인접국 싱가포르를 거쳐 육로 한 시간 거리의 조호르를 찾는다. 길어야 8시간이다. 그런데 싱가포르가 선수단 출국 이틀 전, 한국인 입국제한 조치를 발표해 단거리 길이 막혔다.

걱정은 또 있었다. 기내에서도 마스크와 라텍스 장갑을 착용, 전염병에 만전을 기했으나 정작 현지는 뎅기열로 비상이었다. 살충제와 벌레 기피제를 수시로 뿌렸지만 끊임없이 달라붙는 모기를 쫓는 데 한계가 있었다.

선수단의 피로는 상상 이상이었다. 외출은 꿈도 꾸지 못했다. 독서와 태블릿PC, 수영으로 공식 일과 이외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래도 조호르주 왕세자이자 말레이시아축구협회장인 툰쿠 이스마일 술탄 이브라힘 구단주의 위상을 반영하듯 손님대접은 훌륭했다. 악명 높은 교통지옥은 경찰 에스코트로 경험할 수 없었고, 자쿠지와 사우나까지 준비된 최신식 원정 라커룸은 불편함이 없었다.

한편, 4일 조호르에서 콸라룸푸르까지 비행기가 아닌 4시간 육로 이동을 선택해 귀국길에 오른 수원은 휴식과 훈련을 병행하며 언제 시작될지 모를 새 시즌 개막을 대비한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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