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현길의 스포츠에세이] 이청용도 이동국처럼 K리그에서 제2의 전성기 만들었으면…

입력 2020-03-05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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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C서울, 볼턴, 보훔 시절의 이청용(왼쪽부터). 사진 | 스포츠동아DB, 게티이미지코리아

FC서울, 볼턴, 보훔 시절의 이청용(왼쪽부터). 사진 | 스포츠동아DB, 게티이미지코리아

이청용(32·울산 현대)은 10대 중반에 일찌감치 프로 무대에 뛰어들었다. 그를 한 눈에 알아본 스승은 조광래 대구FC 사장이었다. 조 사장의 선수 보는 눈은 축구계에서도 정평이 나 있다. 그는 FC서울 감독 시절인 2003년의 어느 날, 서울 도봉중학교 연습경기를 보고 깜짝 놀랐다. 이청용 때문이었는데, 뛰는 걸 단 10분만 보고 15세의 어린 선수를 전격적으로 스카우트했다. 조 사장은 당시 “영리한 플레이와 저돌적인 드리블이 매력적이다”며 칭찬했다.

조 사장의 판단은 정확했다. 이청용은 고단한 2군 생활을 씩씩하게 버텨냈고, 실력은 일취월장했다. 2007년 세뇰 귀네슈 감독(터키)이 부임하면서 많은 기회가 찾아왔다. 20세 때 이미 서울뿐 아니라 K리그를 대표하는 윙어로 성장했다. U-17, U-20, U-23 등 연령별 대표를 두루 거쳤고, 2008년엔 국가대표팀에도 발탁됐다. 단짝인 기성용과 함께 ‘쌍용시대’를 활짝 열어젖힌 것이다.

아시아 무대는 좁았다. 2009년 여름, 꿈에 그리던 유럽무대로 건너갔다. 역대 7번째이자 최연소 한국선수 프리미어리거로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볼턴 원더러스에 입단했다. 체격이나 체력이 걱정되긴 했지만 거친 EPL에서도 경쟁력은 충분했다. 볼턴 입단 첫해인 2009~2010시즌 34경기에 출전하며 성공적으로 안착했다. 이듬해엔 더 발전된 모습이었다.

호사다마라고 했던가. 연이은 부상이 발목을 잡았다. 그의 축구인생에서 가장 뼈아픈 사건이 2011년 7월 터졌다. 뉴포트 카운티와 프리시즌 경기에서 상대 선수의 살인적인 태클에 정강이뼈가 부러지고 말았다. 되돌아보면 그 때부터 하향 곡선이었다.

1년여의 긴 재활 끝에 복귀했지만 단 2경기만 뛰었다. 볼턴은 2부리그로 강등됐다. 2015~2016시즌 겨울이적시장을 통해 크리스탈 팰리스로 이적했지만 주전 경쟁에서 밀리는 등 순탄치 않았다. 감독과의 불화설도 나왔다. 2017~2018시즌을 끝으로 방출됐다.

사진제공 | 울산 현대

사진제공 | 울산 현대


도전은 멈추지 않았다. 독일 분데스리가 2부리그 보훔 유니폼을 입고 재기를 노렸다. 지난 시즌엔 꾸준한 출전 기회로 명예회복을 하는 듯 했다. 하지만 이번 시즌 또다시 부상이 문제였다. 결국 그의 선택은 K리그 복귀였다. 11년 만에 돌아왔다. 친정인 FC서울이 아니라 그를 간절히 원한 울산 현대에 둥지를 틀었다.

그의 복귀를 지켜보면서 이동국(41·전북 현대)이 떠올랐다. 그도 10대 후반에 이미 태극마크를 단 축구천재였다. K리그에서 정점을 찍은 뒤 유럽 무대에 도전했다. 2001년 독일 분데스리가 베르더 브레멘 임대와 2007년 EPL 미들즈브러 이적으로 큰 기대를 모았지만 모두 실패했다. 2008년 성남 일화를 통해 K리그에 복귀했지만 부진은 계속됐다. 방출의 수모도 겪었다. 한때 천재였던 그의 축구인생은 그렇게 끝나는 듯 했다.

이동국이 2009년 전북 현대 유니폼을 입었을 때 서른이었다. 반전은 그때부터였다. 전북에서 다시 꽃을 피웠다. 정규리그 7번 우승,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1회 우승 등 가장 화려한 선수생활을 보내고 있다. 철저한 자기관리와 긍정적인 마인드, 그리고 구단 및 코칭스태프의 믿음 덕분에 그는 K리그 전설의 반열에 올라섰다.

이동국.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이동국. 사진제공 | 한국프로축구연맹


이동국의 모습은 아마도 이청용이 꿈꾸는 것인지도 모른다. 복귀 일성으로 “우승”을 외쳤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우선 꾸준히 뛸 수 있는 몸을 만드는 일이다. 부상이 축구인생의 발목을 잡은 만큼 이제부터 자기관리에 더 많은 신경을 썼으면 한다. 타고난 기량은 물론이고 논리적인 말솜씨와 반듯한 성품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이청용이 K리그에 오래토록 머물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유럽파로서 팬들에게 뭔가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감이나 조급함에서도 벗어났으면 한다. 그런 심리적인 압박감이 일을 그르칠 수도 있다. 최상의 컨디션을 만들고 최선의 자세로 뛰어주면 그걸로 충분하다. 그러다보면 소속팀이 우승할 수도 있고, 또 파울루 벤투 국가대표팀 감독의 눈에 들지도 모를 일이다. 부디 이번 복귀가 선수 생활 마무리를 위한 선택이 아니라 또 다른 도전의 시작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최현길 전문기자·체육학 박사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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