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스볼 브레이크] 구창모·배제성·최채흥·김민우…각양각색 토종 영건의 러시

입력 2020-05-26 05:3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KT 배제성(왼쪽)-NC 구창모. 스포츠동아DB

최근 KBO리그 선발투수진은 외국인선수의 놀이터였다. 각 구단은 걸출한 외인투수 영입을 한 해 농사의 절반으로 여기고 사활을 걸어왔다. 2000년대 중반 KBO리그에 데뷔한 류현진(토론토 블루제이스),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 양현종(KIA 타이거즈) 이후로 10년 넘게 리그를 대표할 만한 국내투수를 배출하지 못한 것은 한국야구의 슬픈 자화상이었다.

올해는 다르다. 다승, 평균자책점(ERA) 순위를 살펴봐도 토종, 특히 젊은 투수들의 약진이 눈에 띈다. 아직 시즌 초반이지만 젊은 투수들의 대거 등장은 한국야구의 현재, 그리고 미래에 더없이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 신생팀 역사를 쓴 ‘배구 듀오’의 성장

가장 돋보이는 것은 ‘배구 듀오’다. 25일까지 규정이닝을 채운 투수들 중 0점대 ERA를 기록 중인 이는 NC 다이노스 구창모(23·0.41)와 KT 위즈 배제성(24·0.89)뿐이다. 이들에게는 나란히 지난해 팀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는 공통점이 있다. 구창모는 지난해 23경기에서 10승7패, ERA 3.20을 찍으며 2013년 1군에 진입한 NC의 사상 첫 10승 좌완투수가 됐다. 배제성은 28경기에서 10승10패, ERA 3.76을 기록하며 KT의 창단 첫 토종 10승 투수가 됐다.

지난해 얻은 경험과 자부심은 올해 호성적으로 이어지고 있다. 구창모는 시속 150㎞을 상회는 속구의 위력에 지난해 새로 장착한 포크볼을 더해 9이닝당 10.23개의 삼진을 뽑아내고 있다. 반면 배제성은 탈삼진 능력보다는 땅볼유도 능력(땅볼/뜬공 1.14)과 안정적 경기운영으로 0점대 ERA를 유지 중이다.

● 만년 유망주의 성장, 고졸 루키의 등장

중심을 잡고 있는 ‘배구 듀오’를 제외하고도 젊은 투수들이 주요 지표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3승으로 다승 선두에 올라있는 6명 중 국내투수는 양현종과 최채흥(25·삼성 라이온즈)이다. 2018년 신인드래프트 당시 삼성의 1차지명자인 최채흥은 올해 3경기에서 17이닝을 던지며 3승, ERA 2.65를 기록 중이다. 아직 제구가 완벽하진 않고 삼진을 많이 잡는 타입도 아니지만, 장타 허용을 최소화하는 투구가 돋보인다. 선발 마운드가 초토화된 삼성에서 유일하게 제 역할을 해주고 있다.

김민우(25·한화 이글스)도 올해 4경기에서 ERA 2.25로 도약에 성공했다. 비록 등판 때마다 불펜의 난조로 승리 없이 1패만을 기록 중이지만 마운드에서 보여주는 위력은 지난해까지와는 딴판이다. 자체 청백전이 한창이던 4월말부터 평균 구속이 3㎞ 가까이 오르며 밸런스를 완벽히 잡았다는 평가다.

아직 평가는 이르지만 고졸 루키들이 선발로테이션에서 활약하는 사례도 있다. KT 소형준(19·3경기 2승1패·ERA 6.48)과 LG 트윈스 이민호(19·3경기 1승·ERA 0.00)의 존재도 반갑다.

모처럼 젊은 투수들이 동시에 등장했다. 시즌 초반이라 이른 얘기지만 이들이 올해 보여줄 이야기에 벌써부터 관심이 쏠린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