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완 수석코치. 스포츠동아DB
“목소리가 듣고 싶지만….”
SK 와이번스 박경완 수석코치는 당장이라도 병상에 있는 염경엽 감독에게 전화를 걸어 안부를 묻고 싶다. 하지만 그 마음을 애써 꾹 참고 있다. 사령탑이 잠시만이라도 야구와 거리를 두고, 온전히 회복에 집중하길 바라는 마음에서다.
과도한 스트레스로 쓰러진 염 감독에게는 충분한 시간이 필요하다. 27일 병원의 정밀검진 결과 “안정이 더 필요하다”는 소견을 받았다. 아직 왼쪽 팔다리에 저림 현상이 남아있어 거동이 어려운 터라 입원해 경과를 지켜보는 중이다. 혈관과 신경 쪽으로는 추가 검사도 진행할 예정이다. 식사는 조금씩 하고 있지만, 여전히 영양과 수면 상태가 좋지 않다. 이렇다보니 퇴원 날짜도 쉽게 가늠할 수 없는 처지다.
당장 지휘봉을 이어받은 박 수석도 애가 탄다.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선수단을 이끌어나가면서도 염 감독의 소식에 늘 귀를 바짝 가져다 대고 있다. 행여 염 감독이 자리를 비우는 데 대해 미안한 마음을 느낄까봐 제대로 연락도 하지 못했다. 그러면서도 “팀 분위기는 여느 때와 똑같다”며 애써 환한 얼굴로 선수들을 다독이는 것이 박 수석이 해야 할 일이다. 그나마 장기연패의 숫자를 8에서 끊은 것이 천만다행이다.
28일 인천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LG 트윈스와 홈경기에 앞서 박 수석은 “아직 염 감독님과 통화를 하지 못했다. 어떤 상황인지 알고 싶다. 나도 감독님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면서도 “하지만 야구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쓰러지신 것 아닌가. 최대한 전화를 드리지 않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밝혔다. 이어 “감독님이 하루라도 빨리 돌아오시는 게 팀으로서도 안정적이다. 최대한 쾌차해서 돌아오셨으면 좋겠다”고 털어놓았다.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감독대행의 역할을 맡은 박 수석에게는 숙제도 산더미다. 당장 선발 로테이션을 꾸리는 것부터 만만치 않다. 27일 LG전에선 선발투수 리카르도 핀토가 타구에 손을 맞아 경미한 부상을 입었다. 28일 부상자명단에 올렸고, 선수보호 차원에서 한 차례 정도는 휴식을 줄 계획이다. 1선발 닉 킹엄이 팔꿈치 부상으로 한 달 이상 전열을 벗어나있고, 김태훈의 보직 변경으로 5선발까지 공석이 된 사실을 고려하면 SK 마운드에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박 수석은 “다행히 생각보다 핀토의 상태가 괜찮다. 멍 자국이 바로 올라와 걱정을 했는데, 뼈에도 이상이 없고 손을 움직일 수도 있다”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어 “본인은 공을 던질 수 있다고 하지만 다음 등판은 쉽지 않을 것 같다. 한 게임으로 인해 한 시즌을 망칠 수 있다. 완벽한 상태로 돌아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핀토의 대체자로는 백승건, 양선률, 조영우 등을 후보군에 넣어뒀다.
여전히 9위에 머무르고 있는 SK는 갈 길이 멀다. 하지만 “선수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다”는 것이 박 수석의 속마음이다. 염 감독의 건강한 복귀를 기다리는 SK는 서로를 믿고 배려하며 어려운 시기를 헤쳐 나가고 있다.
인천 | 서다영 기자 seody306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