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의 피버피치] 신속·정확한 응급조치, 안전한 K리그에 박수를

입력 2020-08-07 06:0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강원FC 한국영. 사진|스포츠동아

강원FC와 상주 상무의 ‘하나원큐 K리그1 2020’ 14라운드 경기가 열린 2일 강릉종합운동장. 전반 30분쯤 가슴 철렁한 장면이 연출됐다. 상주의 프리킥 상황에서 공중 볼 다툼을 벌인 상주 최전방 공격수 오세훈(21)과 강원 수비형 미드필더 한국영(30)의 머리가 부딪혔다. 그라운드에 쓰러진 한국영은 의식을 잃었다. 김용우 주심은 경기를 중단시켰다. 강원 선수들과 의무진의 응급조치 후 한국영은 병원에 후송됐다. 다행히 의식은 빠르게 회복됐고, 정밀검사에서도 이상소견이 나오지 않았다.

2017년 9월 십자인대를 다친 뒤 1년여 긴 재활을 마치고 지난해 복귀한 ‘철인’ 한국영의 두 시즌에 걸친 ‘전 경기·풀타임 출전’ 기록이 51경기로 마무리됐다. 끔찍한 사고를 겪었지만 그는 약간의 회복기를 거치면 그라운드로 돌아올 수 있다. 3일 퇴원한 한국영은 훈련참가 의지를 보였으나 김병수 감독은 “푹 쉬고 완전히 회복한 뒤 돌아오라”고 지시했다.

응급 상황에서의 대처가 완벽에 가까웠던 덕분이다. 첫 충돌부터 한국영을 실은 구급차가 경기장을 빠져나가기까지 정확히 3분이 소요됐다. 빠른 휘슬로 경기를 중단시킨 주심이 지체 없이 구급차를 호출했고, 강원 신세계가 한국영의 혀가 말려들어가는 걸 손으로 붙잡아 기도를 확보했다. 몸을 주무르며 혈액순환을 돕는 동안 의료진은 머리와 목의 2차 충격을 막기 위해 부목을 하는 조치를 했다.

K리그는 안전사고에 민감하다. 2011년 신영록이 급성 심장마비로 쓰러지는 불의의 사고를 당한 뒤 ‘만에 하나’까지 꼼꼼히 챙겨왔다. 대응 매뉴얼이 잘 준비돼 있다. ▲경기장에 반드시 특수 구급차를 배치해야 한다. ▲의사·간호사·1급 응급구조사로 구성된 전문 의료진이 전반전 킥오프 90분전부터 경기종료 후 모든 관중과 관계자들이 퇴장할 때까지 대기한다. ▲양 팀 벤치에는 물리치료사와 운동처방사(AT) 이외에 의사 면허를 소지한 팀 닥터가 착석해야 한다. 경기장장내에 심폐소생술을 위한 제세동기(자동심장충격기) 비치는 기본이다.

교육 프로그램도 철저하다. 구단 임·직원들부터 선수들까지 K리그 구성원들은 2년에 한 차례씩 심폐소생술 교육을 이수한다. 심판들은 매년 동계훈련에서 같은 과정을 반복해 숙달하도록 했다. 사고와 거의 동시에 빠른 속도로 반응할 수 있었던 것은 교육의 힘이다.

응급조치도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5월 23일 상주시민운동장에서 열린 K리그1 경기에서 광주FC 김효기가 상주 골키퍼와 부딪히며 의식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는데, 당시 K리그 의무위원회에서의 지적 사항이 있었다. ‘부목 미설치’였다. 한국영 케이스에서 드러났듯 문제점이 확실히 보완됐다. 꾸준한 교육과 훈련, 지속적인 매뉴얼 보강으로 안전한 축구장이 조성되고 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