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김준태.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연결고리가 전무한 사람에게 다가가는 일은 쉽지 않다. 하물며 넉살 좋은 유형이 아닌 이들에게는 더더욱 어렵다.
김준태(26·롯데 자이언츠)도 그렇다. 시종일관 진지한 표정으로 일관해 팀 동료 댄 스트레일리(32)가 티셔츠를 제작했을 정도다. 하지만 오직 야구를 더 잘하고 싶다는 열망은 자신의 교과서인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31·두산 베어스)와 연결고리를 만들었으며 ‘캡틴’ 민병헌(33·롯데)에게도 적극적으로 다가가게 했다. 몰라보게 달라진 김준태의 비결은 바로 이 욕심과 용기다.
눈 갖춘 포수, 롯데 안방 고민 지우다
김준태는 12일까지 64경기에서 타율 0.233, 3홈런, 21타점을 기록했다. 높지 않은 타율이지만 출루율은 이보다 1할 이상 높다. 타석당 볼넷 비율 14.1%로 150타석 이상 소화한 타자들 중 8위다. 25볼넷은 포수 전체 1위. 규정타석에 못 미치는 데도 평균 이상의 볼넷을 골라내고 있다는 의미다. 현대야구에서 선호도가 높은 유형의 타자다.
하지만 만족은 없다. 김준태는 13일 “출루에 가장 많이 신경 쓰고 있으니 기분은 좋지만 아직 부족하고 고칠 부분이 많다”고 덤덤히 말했다. 우투좌타 포수인 김준태는 ‘잘 친다’는 좌타자들의 영상을 탐독하며 자그마한 요소라도 배워 자신의 것으로 만들려고 애쓴다. 최근 ‘꽂힌 선수’는 페르난데스다. 김준태는 “페르난데스의 영상을 많이 봤다. 타격 시 어깨가 열리는 게 고민이었는데, 오른쪽 어깨를 최대한 닫아둔 채 치는 페르난데스의 영상을 보고 참고했다. 이 부분에 주안점을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좌타자가 스윙을 하면 오른쪽 어깨가 회전하는데, 정확한 타이밍보다 빠르게 돌아가면 ‘열린다’고 지적받는다. 자연히 좌투수의 흘러나가는 변화구나 우투수의 떨어지는 공에 약점을 드러낸다. 김준태는 이를 고치기 위해 타격 메커니즘의 정석으로 평가받는 페르난데스를 탐구했다. 12일 사직 NC 다이노스전에선 생애 첫 만루홈런을 때려내는 등 최근 타격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2018시즌을 앞두고 강민호(삼성 라이온즈)를 떠나보낸 롯데는 지난 2년간 지독히도 안방 약점을 노출했다. 수비에서 제 역할을 해주는 김준태가 타자로서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은 기대이상의 효과다.
롯데 김준태가 최근 꾸준히 사용 중인 두산 호세 미구엘 페르난데스의 방망이. 김준태는 약간의 인연도 없는 페르난데스에게 배트를 요청하는 용기를 냈다. 성장의 원동력은 이 욕심이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호세와 캡틴의 배트, 용기로 얻어낸 성장
단지 영상만이 아니었다. 김준태는 페르난데스의 방망이를 수소문했다. 직접 말을 걸진 못했지만 인연이 있는 페르난데스의 동료 박건우, 류지혁(현 KIA 타이거즈)에게 부탁했다. 이 소식을 전해들은 페르난데스는 흔쾌히 자신의 방망이 두 자루를 내줬다.
민병헌에게도 용기를 냈다. 민병헌은 롯데 이적 후 줄곧 후배들과 함께 개인훈련을 실시하는 등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김준태 역시 민병헌과 호흡하며 ‘콘택트 장인’의 노하우를 보고 배우는 중이다. 민병헌 역시 김준태에게 자신이 아끼는 방망이를 건넸다.
김준태가 12일 사직 NC전서 생애 첫 만루홈런을 때렸을 때도 방망이는 민병헌의 것이었다. 김준태는 민병헌의 방망이가 맘에 들었고 같은 제품으로 주문까지 했다. 평소 사용하던 배트의 무게는 860g인데 민병헌과 페르난데스는 10g 덜 나간다.
기술보다 성향을 바꾸는 것이 훨씬 더 어렵다. 김준태의 최근 활약은 이러한 용기에서 출발했다.
사직|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