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수승리의 가치 감소? KT 소형준, 만23세 이하 투수 3위의 진가

입력 2020-08-17 15:4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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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발투수의 승리와 패전에는 개인이 통제할 수 없는 요소가 다분하다. 8이닝 1실점으로 쾌투하더라도 타선이 1점도 지원하지 못하면 패전투수가 될 수 있다. 반대로 5이닝 5실점으로 고전하더라도 팀 타선이 폭발하면 머쓱한 승리를 챙길 수 있다.

선발로 등판해 최소로나마 팀 승리의 토대를 만들어준다면 얘기는 좀 달라진다. 올해 입단한 고졸신인 소형준(19·KT 위즈)의 가치도 여기에 있다. 소형준은 16일 잠실 두산 베어스전에 선발등판해 5이닝 1실점으로 시즌 7승(5패)째를 따냈다. 개인 최다인 4사구 7개를 내주고도 버티는 능력을 증명했다.

KT가 61경기를 남겨두고 있기에 부상 등의 이유만 아니라면 소형준은 12경기 정도 추가등판이 가능하다. 보수적으로 계산해도 2006년 류현진(한화 이글스) 이후 14년만의 신인투수 10승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소형준은 늘 “승리보다 이닝을 더 신경 쓴다”며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유지해왔다. 류현진과 비교에 대해서도 적극적으로 손사래를 치며 “감히 따라갈 수 없는 대선배”라며 겸손으로 일관해왔다. 실제로 소형준이 10승을 거둬도 류현진의 발자취까지는 가야 할 길이 구만 리다.
소형준의 진짜 가치는 ‘게임 메이킹’이다. 만 23세 이하 투수들 중 등판 시 팀 승리가 가장 많은 것은 최원태(키움 히어로즈·등판경기 팀 10승7패)다. 그 뒤를 구창모(NC 다이노스·9승4패)와 소형준(8승5패)이 잇고 있다. 서준원(롯데 자이언츠·8승7패), 이승호(키움·8승8패), 이영하(두산 베어스·8승9패)도 8승씩을 기록했지만 소형준보다 많은 경기에 나섰기 때문에 승률은 상대적으로 낮다. 10경기 이상 선발로 나선 23세 이하 투수들 중 구창모(69.2%)에 이어 등판경기 승률 2위가 소형준(61.5%)이다. 설령 소형준이 승패 없이 마운드를 내려가더라도 팀이 이겼다면 제 역할은 충분히 해낸 것이다.

KT의 강타선을 고려했을 때 선발이 계산을 세워준다는 것은 엄청난 가치다. 이강철 감독이 “지금 데스파이네와 소형준이 우리 팀에서 가장 믿을 만한 투수”라고 강조한 데는 다 이유가 있다.

최익래 기자 ing1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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