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윤섭 글·백대승 그림 | 푸른숲주니어)
따뜻한 역사적 상상력, 절제된 문장의 긴장, 치열한 성장통 뒤에 드리우는 긴 여운. 10만 독자의 사랑을 받은 ‘서찰을 전하는 아이’의 작가 한윤섭이 오랜 기다림 끝에 돌아왔다. 여섯 번째 장편 동화이자, 10년 만에 펴내는 두 번째 역사 동화다.
2011년 출간된 역사 동화 ‘서찰을 전하는 아이’는 동학 농민 운동 시대의 한복판을 가로지르는 열두 살 보부상 아이의 여정을 담았다. 탁월한 구성력과 세련된 문체로 역사성과 문학성을 겸비한 새로운 문법의 성장 동화로 주목받았다. 극작가로도 활동 중인 저자는 명성황후 시해 사건, 아관 파천, 신흥 무관 학교 등을 소재로 한 무대를 선보여 온 근대사 이야기꾼이다.
그런 그가 이번에는 전작의 무대인 동학 농민 운동기로부터 16년이 흐른 시대를 무대로, 항일 운동 최전선에 서 있던 의병의 기억을 되살린다.
서찰을 전하는 아이가 자랐다면 누군가의 아버지가 되었을 시점인 1910년. 일제 강점기가 시작된 그때로부터 2년 간, 꿈이라고는 없던 열한 살 문맹 소년이 암흑에 뒤덮인 팔자를 고치기 위해 아버지의 무덤을 찾아 나선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지게 하나로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 간다.
작가는 아버지(을사 의병)에서 아들(봉오동 전투 독립군)로 이어지는 두 세대의 항일 운동 이야기를 풀어내며 한국 근현대사에서 가장 어둑했던 시절을 돌파해 낸 용기의 시작점을 한 아이의 성장담에 빗대어 감동적으로 그리고 있다.
한윤섭의 역사 동화를 읽다 보면 역사란 성장하는 인간들의 발자취라는 생각이 든다. 이름이 지워졌으나 존재감은 또렷한 주인공 ‘아이’를 통해 우리는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더 나은 미래를 쟁취하기 위해 분투하는 역사적인 존재라는 귀중한 사실을 느낄 수 있다.
어른이 함께 읽는다면 실제의 역사 현장과 인물 자료를 찾아보고 동화 속 인물들과 연관 지어 보는 재미도 특별할 것이다. 작품 뒤쪽에는 항일 의병의 발자취와 역사적 배경을 살펴보는 부록도 실었다.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