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말의 작가’ 박재희, “내 그림 속 말들이 사람처럼 보이는 이유” ②

입력 2020-09-06 12: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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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시 태어난다면 말 같은 사람으로
-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말 초상화
- 내년에는 미공개작 담은 아트앤북 출간


(박재희 작가와의 인터뷰가 1부에서 이어집니다)


- 다시 ‘말’로 돌아가 보겠습니다. 원래 말이란 동물을 좋아하셨던 건가요.

“엄청 좋아했죠. 어려서부터 좋아했어요. 동화 속에는 백마 탄 왕자님이 등장하니까요. 커서는 삼국지의 적토마를 알게 되었고, ‘나폴레옹’ 하면 앞발을 쳐들고 뛰어 오르는 백마가 제일 먼저 연상되잖아요. 역사를 통틀어 말과 연관된 사람들이 정말 많아요. 다 떠나서 너무 예쁜 말들이 많거든요. 사람이 천태만상이듯 말도 다양한 말들이 있는데요, 제가 좋아하는 부류의 말도 있어요.”


- 말씀만 들어도 정말 말을 사랑하시는 것이 느껴집니다.

“다시 태어난다면 말의 우아함과 자태를 지닌 사람으로 태어나고 싶어요. 말은 굉장히 스마트한 동물이기도 해요. 영리하고 영특하죠. 사람과 교감하고 신뢰를 중요하게 여겨요. 성경 속에서도 말은 굉장히 중요한 동물이죠. 하나님의 군대가 말을 타고 있는 것으로 표현되어 있고, 요한계시록에서도 백마가 등장하죠.”


- 작품을 봐도 백마를 특히 좋아하시는 것 같습니다.

“맞아요. 하지만 제 작품 속에는 다양한 색깔의 말이 등장합니다. 제 감성을 색깔로 표현하기 때문이죠.”


- 많은 말들을 그려 오셨는데, 아직도 그릴 말이 남아 있나요.

“아직도 그릴 말이 ‘많이’ 남아 있어요. 시대적인 흐름과도 관련이 있을 겁니다. 한 시대를 살아가면서 어느 순간 떠오르는 생각, 아이디어, 사상 같은 것을 영감과 함께 이미지화 하는 작업이니까요. 요즘 신작을 구상 중이에요. 지금까지 그려온 말의 이미지를 업그레이드화 시킨 것이랄지. 조금 더 의미를 부여하고 싶어요. 아직은 제 머릿속에만 있습니다.”


- 말 그림 하나하나마다 ‘나누고 싶은 스토리가 있다’라는 말씀을 하신 적이 있습니다.

“그림은 보는 사람이 느껴야 하고, 왜 그려졌는지 궁금해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제 성격이 오픈하는 걸 좋아하는 편이기도 하고. 내가 원하는 걸 왜 말하지 말아야 할까요. 물어보면 당연히 얘기를 해야 하고, ‘나는 이런 의미로 그렸다’라는 걸 알리고도 싶은 거죠.”


- 나누고 싶은 메시지나 상징 같은 것이 있더라도 직접 이야기하는 것보다는 작품 속에 감춰 두는 쪽을 선호하는 작가들이 있는데요.

“저는 조금 다른 것 같아요. 저는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같은 것보다는 ‘이렇게 느끼셨나요. 그러시군요. 저는 이런 얘기 때문에 그렸습니다’하고 솔직히 얘기하고 싶은 거죠. 대화법의 차이인 것 같습니다.”



- 작품에서도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강하게 드러내는 편이신가요.

“어떻게 보면 제 그림은 일러스트화 같다는 느낌을 받으실 수도 있을 거예요. 어떤 것을 상징적으로 표현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고, 어떤 부분은 색감으로나 구상적인 것으로 표현할 수도 있고. 이미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포함해서 그릴 수도 있는 것이고요.”


- 그래서일까요. 그림이 어렵게 느껴지지 않습니다.

“일부러 복잡하게 그리지 않는 것이 제 그림의 특징이거든요. 우리들 삶이 너무나도 복잡한데 굳이 그림까지 복잡하게 이해시키고 싶지 않아요. 제 그림을 있는 그대로 보고 좋아해 주시면 더 바랄 게 없는 거죠. 제 그림은 간결해요. 어떻게 보면 군더더기 없이 딱 원하는 엑기스만 모아 놓았다고나 할까요. 동양적인 여백과 서양적인 기법이 들어가 있고 색깔 안에는 제가 담아내고 싶은 정서가 어우러져 있죠.”


- 다시 말하지만 작품 속의 말들이 꼭 사람처럼 보입니다.

“제 자신을 의인화 시킨 객체니까요. 사람을 대신해서 말을 선택했기 때문에 말들을 하나의 인간으로 표현했습니다. 특히 눈이 사람의 눈을 닮았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그런데 제가 만나는 여러분들도 말로 대체해서 해석을 할 수 있어요. 이 분은 이런 말, 저 분은 저런 말이라는 이미지가 떠오르는 거죠. 어느 기간에 그게 계속 꽂히기도 했어요. 그럴 때는 잠시 주문제작 건을 받기도 하죠. 본인의 이야기를 듣고 현재 시점에서 가장 이루고 싶은 꿈, 하고 싶은 일 같은 걸 듣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의 이야기를 담은 초상화를 말의 모습으로 표현하는 거죠.”


- 말 초상화라니, 상당히 흥미로운 작업일 것 같습니다.

“굉장히 즐거운 작업이었어요. 물론 짧은 기간이었지만. 저는 독특한 발상이 오래 지속되는 걸 지향하지는 않거든요. 컬렉션이 될 수 있는 분기점에만 딱 열어서 한정적으로 작업을 합니다. 너무 재미있었어요. 제가 소통을 좋아하기도 하고. 누군가의 인생의 한 꼭지를 듣는 것 특히 앞으로 정말 행복하고 싶은 이야기를 듣는 거니까요. 그 희망적인 부분을 들추어내는 것에 보람을 느끼는 거죠.”


- 지금까지 그려 오신 말 그림의 키워드는 역시 ‘사랑’인 것일까요.

“제 인생에서 모티프로 삼은 게 사랑이었습니다. 제 삶에서 묻어난 주제거든요. 삶에서 필요한 부분이 부족했을 때 느끼는 고통. 하지만 사랑으로 인해 극복할 수 있는 것들. 영원할 수 없는 행복을, 그래도 행복한 순간을 감사하며 힘든 삶을 이겨내는 힘. 그 원동력은 사랑의 에너지 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박 작가는 누군가를 용서하기 위해서는 자신 안에 충만한 사랑의 에너지가 있어야 한다고 했다. 사랑은 신뢰와 믿음으로 지지된다. 박 작가는 최근 진행하고 있는 ‘선악과 시리즈’에 대한 이야기를 꺼냈다. 구약성경 창세기에 등장하는 아담과 하와의 이야기를 다룬 선악과 시리즈는 말 그림이 없는 작품들도 있다.
“아담과 하와가 태초에 하나님과의 약속을 어기지 않았다면 영원한 낙원에서 염려없이 살 수 있었겠죠. 하지만 신처럼 되고 싶은 교만 때문에 신과의 약속이 파기되고 결국 평화로운 에덴동산과 세상이 분리돼 세상에는 희로애락이 생기게 되었습니다.”


선악과 시리즈는 전 세계를 팬데믹으로 몰아넣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계기가 되어 세상에 나오게 됐다.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하지 말라는 것을 누군가가 하지 않았다면 코로나19로 인한 불행을 막을 수 있었을 것이다.

“흐드러지게 벚꽃이 필 무렵이었지만 정부의 각종 금지령이 내려지고 우리는 자유롭게 나갈 수 없게 되었죠. 너무 안타까우면서도 자신을 성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되더라고요. 많이 다니지 않아도, 많이 사지 않아도 되는 삶. 미니멀리즘적인 삶 속에서도 내가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것들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시는 이런 일을 만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선악과 시리즈를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박재희 작가는 2016년 연세대 생활환경대학원에서 디자인경영 이학석사 학위를 받았다. 그의 ‘아트콜라보를 통한 아티스트의 퍼스널 마케팅 이론’ 논문은 아티스트의 관점에서 기업과 아티스트 사이의 중재적 연결고리로 활동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국내 최초로 쓴 관련 논문이기도 하다.

“아티스트로 활동을 하면서도 제가 국내 미술시장을 잘 모르다보니 두려운 장벽들을 느끼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일단은 주변의 러브콜을 모두 스톱시키고 먼저 자생할 수 있는 길이 없을까 탐색을 하게 된 거죠.”

기업에서 마케팅 관련 업무를 담당한 경험도 있다보니 기업과 아티스트가 협업을 할 수 있는 사례를 먼저 찾아보았다. 해외처럼 국내에도 분명 가능성이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실질적인 케이스를 스터디해 자료를 모으고, 대학원에 들어가 논문을 쓰기로 했다. 박 작가는 “그러다보니 길이 보이더라”고 했다.

“국내에도 초창기에 하셨던 분들이 계셨어요. 이 분들의 경로를 보니까 충분히 할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죠. 아티스트의 개인 브랜드화를 위한 퍼스널 마케팅 연구를 위해 아티스트의 인지도를 높이는 전략과 퍼스널 마케팅 아티스트들의 대표 사례를 모으고 왜 브랜드화를 시킬 수 있는지, 이를 위해 아트콜라보가 기업과 어떤 식으로 협업이 이루어지는지를 윈윈버전으로 들여다보았습니다.”

아트콜라보는 작가와 특정 제품이 컬래버레이션한 것을 동시다발적으로 대중에게 알릴 수 있고, 이는 아티스트의 인지도 확산에 큰 도움이 된다. 대중에게 알려지고 파고 들 수 있다는 것은 그만큼 아티스트에게 더 높은 수익과 더 좋은 기회의 제공을 보장한다. 박 작가의 논문은 이러한 것들을 전문적이고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

내년에는 책도 출간할 계획이다. 지금까지 그린 작품들 중 작가만 알고 있는, 즉 공개되지 않은 작품들도 비로소 책을 통해 세상에 나오게 된다.

“제가 직접 고른 그림들을 두고 제가 왜 이 그림을 그렸는지 내면의 스토리를 설명하는 책입니다. 간단하게 독백을 하듯 독자와 나누는 형식이죠. 아트앤북 스타일을 구상하고 있습니다. 힐링적인 요소와 함께 약간은 성인 동화같은 느낌으로 내볼까 합니다.”

긴 인터뷰를 마쳤다. 일어서려는 박재희 작가 앞에 마지막까지 남겨 두었던, ‘뻔한’ 질문을 슬그머니 내려놓았다.



- 사람들에게 어떤 작가로 기억되고 싶습니까.

박 작가는 오래 생각하지 않았다. “힐링의 메시지를 전하는 작가. 평화와 사랑과 치유의 메시지를 나누고 싶은 소통의 작가”라고 했다.

작가와 잠시 눈이 마주쳤다. 그는 그의 그림 속 말 만큼이나 크고 선한 눈망울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리고 문득 궁금해졌다. 그의 머릿속에서 나는 과연 어떤 말로 이미지화되었을까.
물론 이 질문을 지금 당장 던져볼 용기는 없었다.

●박재희 작가 프로필
1995 미국 MICA (oil painting major, BFA) 졸업
2016 연세대학교 생활환경대학교(디자인경영 이학석사 )졸업 - ‘아트콜라보를 통한 아티스트의 퍼스널 마케팅 이론’ 논문을 국내 최초로 연구

수상 및 공모전
2016 한국마사회 선정작가전 공모 당선
2012 제8회 대한민국평화예술제 서양화 부문 특선
1992 미국 MICA 우수 장학생.

개인전
2020 박재희 제3회 초대개인전 - Gallery well
2016 한국 마사회 /렛츠런 파크 - 서울 말 박물관 초대작가전/공모선정작가전-제2회 초대개인전
2015 박재희 전 - 갤러리 Toast 제1회 초대개인전

단체전
2020 ‘평화와 사랑 치유의 메세지’ - 박재희 초대전 - 구로 엘컨벤션 메인 초대작가 전시
2020 ‘평화와 사링 치유의 메세지’- 박재희 초대전 - 신사역 오르셀 병원 메인 작가초대전 전시
2019 ‘새로모아’ 전 -평창동 KEB 하나은행골드클럽- 하나 갤러리
2019 AAF Hong Kong - Mookgi Gallery
2019 에코락 Gallery 100전-하림기업.
2019 미국 LA Art Show- Gallery KARO
2018 AAF 싱가폴- Mookgi Gallery
2018 ‘Hug Teraphy’기획전 -세브란스 아트 스페이스 갤러리 -(아트 앤 아트 기획)
2018 ‘ Everything Under the Sun’- 갤러리 Toast 기획전
2018 AAF Belgium -Mookgi Gallery
2018 AAF London - Mookgi Gallery
2018 Pink Art Fair -인터켄티넨탈 Hotel,Seoul,Korea
2017 He’s Art Fair - 임페리얼펠리스 HoTel, Seoul,Korea
2016-2017 Art Market - ‘좋은 사이’ 갤러리 M 기획전
2016 아트바겐 ‘착한 그림 장터’- 갤러리 Toast
2012 제8회 대한민국평화예술제 수상자 전시/특선 수상-한전 아트 센터

그룹전
2012 ‘예술에 감염되다’- 갤러리 바이올렛 기획전

양형모 기자 hmyang030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 | 박재희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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