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장현의 피버피치] ‘K리그 망신’ 엉망 그라운드, 정말 이별할 수 있을까?

입력 2020-10-16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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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동아DB

더는 보고 싶지 않은 뉴스가 있다. 축구장의 엉망진창 그라운드에 대한 이야기다. 올해도 예외 없었다. 오랜 유럽 여정을 마치고 돌아온 기성용(FC서울)은 인천전용경기장의 누더기 잔디에서 뛰다 부상을 입었다. 곳곳의 잔디 뭉치가 뜯겨졌고, 푹푹 파인 그라운드는 얼핏 보기에도 최악이었다.

광주FC의 광주축구전용경기장, 강원FC의 강릉종합운동장과 춘천송암스포츠타운도 조롱거리가 됐다. 모두 비슷한 이유를 둘러댔다. 태풍, 폭염, 장마, 고온다습한 기후 등이다. 변명이다. 일본의 날씨는 우리보다 더하다. 하지만 여름을 날 때마다 잔디 탓에 축구를 못할 정도란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그렇다면 반복되는 문제의 원인은 무엇일까. 결국은 프로구단들이 공적 재산인 경기장을 사용하면서 빚어진 사태다. 경기장 운영권이 없다보니 관리가 소홀하다. 세입자보다 못한 처지에서 집안 인테리어에 신경 쓸 이유가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경기장을 구단이 직접 관리하도록 하는 지방자치단체의 통 큰 배려가 없는 한, 50년 후에도 반복될 일이다.

쥐꼬리 예산의 영향도 크다. 개선 의지가 있는 일부 구단도 있지만, 번번이 예산에 발목을 잡힌다. 대개 ‘땜질 처방’에 그친다. 물론 외부전문가들을 적극 고용할 수도 없다.

잔디를 잘 관리하는 구단에 ‘그린스타디움상’을 수여해온 한국프로축구연맹은 지자체 교육 프로그램 중 하나로 잔디 관리를 포함시켰으나, 수시로 담당자가 바뀌어 제자리걸음이다.

그러나 쾌적한 그라운드 조성은 더 미룰 수 없는 문제다. 경기장 소유권을 줄 수 없다면 확실한 시설보수라도 이뤄져야 한다. 월드컵경기장도 완공 20년에 가깝고, 종합경기장은 더 오래된 곳도 많다.

잔디가 썩는 현상은 배수 문제 때문인 경우가 많다. 결국 잔디 아래층 바닥부터 새로 다져야 한다. 대형 선풍기와 인공조명으로 잔디 생육을 돕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누렇게 변색되고 논두렁으로 바뀐다. 잔디를 새로 깔고, 망가지고, 다시 까는 작업의 무한반복이다.

일각에선 인조·천연잔디를 혼합한 하이브리드 그라운드를 대안으로 제시하지만, 아직은 시범단계다.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도 최근 훈련장 1개 면을 어렵게 하이브리드로 조성했을 뿐이다. 비용도 10억~12억 원으로, 약 4억 원 안팎인 천연 그라운드보다 한참 비싸다.

한국축구는 어느 정도 높은 수준에 다다랐다. 선수들의 실력도 우수하고, 해외 곳곳으로 중계 전파를 타기도 한다. 준수한 실력에 어울리는 인프라를 갖춰야 하지만, 여전히 갈 길은 먼 듯하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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