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라이온즈 최채흥. 스포츠동아DB
엄청난 노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직구, 슬라이더, 체인지업, 커브의 다양한 피칭 메뉴를 살리기 위해 타자 몸쪽을 효과적으로 공략하고자 부단히 노력했다. 실전에서 효과를 보면서 자신감과 적극성이 더 커졌다. 직구 최고 구속을 146㎞까지 끌어올리며 변화구의 위력을 배가한 것도 업그레이드의 비결 중 하나다.
루틴도 정립했다. 삼성 허삼영 감독은 “최채흥의 준비과정이 서서히 자리 잡히는 모습이 보이고 있다”고 말했고, 최채흥도 “중간에는 내 루틴이 없다 보니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이 있었고, 체력도 떨어졌다. 피로를 느꼈던 이유도 루틴이 없었던 것”이라고 돌아봤다. 12.1이닝이 남은 데뷔 첫 규정이닝 진입과 시즌 10승의 기회는 그냥 얻은 것이 아니다. 또 규정이닝을 채우면 팔꿈치 뼛조각제거수술을 받기 위해 시즌 아웃된 문승원(SK 와이번스)의 ERA(3.65)를 뛰어넘어 이 부문 토종 1위까지 노릴 수 있다.
최채흥의 눈부신 퍼포먼스는 팀으로서도 무척 반가운 일이다. 삼성은 올 시즌을 앞두고 선발진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 4년간(2016~2019시즌) 외국인투수들이 마이너스(-) 30(39승69패)의 처참한 승패 마진을 기록했지만, 이들을 확실히 받쳐줄 국내선발자원의 존재감 또한 미미했다. 2017시즌 윤성환(12승) 이후 아직 국내 10승 투수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러나 최채흥이 자리를 잡으면서 토종 에이스를 확보할 수 있다는 희망이 꿈틀대기 시작했다. 에이스 확보는 강팀으로 가기 위한 필수조건이다. 외국인선수 스카우트의 성패와 관계없이 롱런할 수 있는 토종 에이스를 보유하고 있다면 그만큼 팀 전력도 안정된다. 양현종이 꾸준히 활약 중인 KIA 타이거즈를 보면 알 수 있다. 최채흥은 단순히 선발자원 한 명이 아닌, 삼성이 강팀으로 재도약하기 위한 카드다.
최채흥도 그 자격을 갖췄다. 성실함과 긍정적 마인드, 포커페이스까지 합격점을 받기에 충분하다. 지금의 활약을 유지한다면 내년으로 연기된 도쿄올림픽에 나설 야구대표팀에 선발되는 시나리오도 불가능하지 않다. 한마디로 올 시즌을 통해 오랫동안 팀의 에이스로 군림할 수 있는 초석을 닦고 있는 것이다.
강산 기자 posterbo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