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라운드 마친 프로농구, 가드의 시대가 왔다!

입력 2020-11-02 13: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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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온 이대성-KGC 변준형-KT 허훈(왼쪽부터). 사진제공|스포츠동아DB, KBL

농구는 장신 선수에게 유리한 종목이다. 201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미국프로농구(NBA)를 비롯해 유럽, 아시아 리그 모두 준수한 기량의 빅맨(센터·파워포워드)들이 주름잡았다.

2010년대 중반부터 흐름이 달라졌다. 제임스 하든(휴스턴), 스테판 커리(골든스테이트), 데미안 릴라드(포틀랜드), 루카 돈치치(댈러스) 등 빼어난 득점력과 볼 핸들링 능력을 겸비한 가드들이 득세하기 시작했다. 이들이 볼을 잡고 빅맨들이 스크린을 거는 2대2 플레이는 현대농구의 필수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가드들은 한 번의 스크린만 받고 공격을 시도할 수 있기 때문에 공격속도가 과거에 비해 몰라보게 빨라졌다.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등 유럽 명문 리그에서도 득점 랭킹 10위 안에 빅맨은 1, 2명뿐이다. 대부분이 가드 또는 득점력 좋은 포워드다.

국내프로농구도 올 시즌 세계농구의 추세와 발을 맞추고 있다. ‘2020~2021 현대모비스 프로농구’는 1일까지 10개 팀이 최소 9경기씩 치르며 1라운드 일정을 소화했다. 시즌 초반 가장 두드러진 부분은 토종 가드들의 선전이다. 국내선수 득점 순위 톱7 중 6명이 가드다. 1위는 평균 16.4점의 이대성(고양 오리온)이다. 그 뒤를 두경민(원주 DB·평균 16.1점·2위), 김선형(서울 SK·평균 16.0점·3위), 김낙현(인천 전자랜드·평균 14.2점·5위), 변준형(안양 KGC·평균 13.8점·6위), 허훈(부산 KT·평균 13.8점·7위)이 잇는다. 빅맨은 이대헌(전자랜드·평균 15.7점·4위)뿐이다.

가드들이 승패에 미치는 영항도 절대적이다. 오리온, KGC, KT는 각각 이대성, 변준형, 허훈의 활약에 따라 팀의 운명이 엇갈렸다. 오리온은 개막 2연패 후 4연승을 달렸는데, 이 때 이대성의 평균 득점은 21.5점이었다. 이후 상대 수비의 견제가 강해지면서 최근 3경기에서 평균 11.3점에 그치자 오리온도 3연패를 당했다. KT도 허훈이 한 자릿수 득점에 그친 2경기에서 모두 20점차 이상의 완패를 당했다. 또 KGC가 승리한 경기에선 변준형의 평균 득점이 16.7점인 반면 패한 경기에선 평균 9.5점이다.

전국을 돌며 프로농구 경기를 관전하고 있는 김상식 국가대표팀 감독(52)은 “KBL도 2대2 공격 비중이 높아지면서 득점력 있는 가드의 존재감이 엄청나게 커졌다”며 “경기 흐름을 조율하고 패스를 돌리는 정통 가드보다는 본인이 득점을 해결할 수 있는 가드의 가치가 높아졌다. 세계농구의 흐름을 빠르게 따라가고 있는 것 같다”고 밝혔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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