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 사커] 20번 이동국·16번 김주성·38번 윤성효, 그리고 12번…K리그 영구결번 이야기

입력 2020-11-03 05:3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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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전북에서 등번호 ‘20’을 달고 그라운드를 누빌 수 있는 선수는 없다. 전북은 올 시즌을 끝으로 은퇴하는 이동국의 등번호를 영구결번으로 처리했다. 포지션에 따른 등번호 사용이 일반적이기에 축구에서 영구결번은 흔치 않다. 이동국이 지닌 상징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전주|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이동국(41·전북 현대)이 은퇴했다. 대구FC와 K리그1 최종전(1일)을 통해 23년간 입었던 정든 유니폼을 벗었다. 한 해 많은 선수들이 현역에서 물러나지만 그는 특별했다. ‘살아 있는 전설’의 퇴장답게 눈물과 감동이 한데 어우러졌다. 전북은 이동국의 고별전에서 사상 최초 K리그 4연패의 금자탑을 쌓았고, 8회 우승으로 K리그 최다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1998년 포항 스틸러스를 통해 프로에 데뷔한 그는 성남 일화를 거쳐 2009년부터 지금껏 전북의 상징으로 자리를 지켰다. 철저한 자기관리와 강인한 정신력으로 전북의 영광에 커다란 발자취를 남긴 그는 이제 영원한 별로 남는다.

또 하나, 그의 등번호도 영원히 기억된다. 구단은 그의 축구인생이 녹아 있는 20번을 영구결번으로 지정했다. 그의 업적을 기리기 위해 큰 선물을 안겼다. 20번은 이동국의 또 다른 이름이었다. 그는 1998년 포항 입단 때부터 줄곧 같은 번호를 달고 뛰었다. 팬들은 이날 전반 20분 일제히 기립해 2분간 박수로 고마움과 존경을 표했다.

축구의 등번호는 포지션과 무관치 않다. 수비수는 앞 번호, 공격수는 뒤쪽 번호를 다는 게 일반적이다. 주전급은 대개 1~20번을 사용한다. 또 팀 내 위상에 따라 달라지기도 하는데, 신인 때 뒤쪽 번호를 달다가 주전으로 도약하면 한자리 숫자를 부여받기도 한다. 또 9번, 10번, 11번 등 팀의 에이스이자 스타플레이어가 달았던 번호는 대물림되기 마련이다. 그래서 축구의 영구결번은 흔치 않다.

K리그 최초의 영구결번은 김주성의 16번이다. ‘야생마’ ‘아시아의 삼손’으로 불린 그는 부산 대우로얄즈(현 부산 아이파크)에서 뛰며 K리그를 호령했다. 1999년 은퇴할 때까지 12시즌 동안 255경기를 오직 부산에서만 뛴 ‘원 클럽맨’이다. 또 1986년 및 1990년 월드컵에서도 태극 유니폼에 16번을 단 그는 1989년부터 1991년까지 3년 연속 아시아축구연맹(AFC) 올해의 선수에 선정되는 기염을 토하기도 했다. 이런 활약으로 K리그 최초의 은퇴경기와 함께 영구결번까지 부여받는 영광은 누렸다.

수원 삼성의 38번도 영구결번이다. 주인공은 윤성효다. 한일은행~포항~부산을 거쳐 1996년 수원의 창단 멤버로 합류한 그는 수비형 미드필더로 맹활약하며 신생팀 돌풍을 주도했다. 1998시즌을 끝으로 은퇴했지만 팀이 위기를 맞자 2000년 다시 복귀해 힘을 보태기도 했다. 한 때 구단 실수로 38번을 다른 선수에게 주기도 했지만 수원은 2011년 38번을 영구결번으로 확정했다.

등번호 12번은 남다른 의미를 갖는다. 이 번호가 비어두는 구단이 꽤 된다. 전북도 마찬가지다. 이동국의 20번에 앞서 12번을 영구결번으로 남겨뒀다. 울산 현대, FC서울, 대구FC, 광주FC, 인천 유나이티드에서도 이 번호를 찾을 수 없다. 이는 흔히 12번째 선수로 불리는 팬을 위한 배려이자 마음으로 함께 뛰어달라는 부탁이기도 하다.

최현길 기자 choihg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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