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깜이’ 동물병원 진료비…표시제 언제쯤?

입력 2020-11-05 05:4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한국소비자연맹 조사 결과, 반려인 대부분은 “동물병원 진료비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이에 정치권은 동물병원 진료비를 낮추기 위한 법안들을 잇달아 발의했다. 사진제공|펫뉴스

반려견 송곳니 발치하는데 최소 5000원부터 최대 40만원

중성화 수술 최대 5배 격차…반려인 부담 커
경남 창원선 동물병원 70곳 자율표시제 시행
반려인들이 반려동물과 함께 하면서 가장 큰 부담을 느끼는 것이 동물병원 진료비다. 병원마다 진료비 차이가 크기 때문인데 깜깜이 가격에 진료비를 비교하기도 어렵다.

지난해 11월 한국소비자연맹이 전국 성인남녀 1000 명을 대상으로 동물병원에 대한 인식도를 조사한 결과 동물병원 진료비는 1회 평균 7만4700원이었고, 응답자의 약 85%가 진료비에 부담을 느낀다고 답했다.

반려견 송곳니 발치의 경우 병원별로 진료비가 5000 원부터 40만 원으로 최대 80배까지 차이가 났다. 반려동물 복부초음파의 경우 병원별로 최대 13.3배, 중성화 수술은 최대 5배, 예방접종은 항목에 따라 2∼4.7배까지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나 진료비 편차가 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진료비를 게시한 곳은 수도권 내 동물병원 50곳 중 9곳에 불과한 것으로 파악됐다. 모 지역 동물병원의 진료비는 암컷 소형견 중성화 수술비용을 기준으로 적게는 30만 원에서 많게는 65만 원에 달하며 두 배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동물 의료는 사람 의료와 달리 진료항목 표준화가 이뤄지지 않았다. 또한 사치재로 분류돼 부가가치세를 매기기 때문에 치료비가 높아지게 된다.

정부는 1999년 동물병원 의료비를 표준화하는 동물의료수가제를 폐지했다. 동물병원 간 자율 경쟁을 유도해 의료비를 낮추기 위해서다. 하지만 자율 경쟁을 통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됐던 진료비는 오히려 동물병원의 암묵적인 담합과 과도한 진료비 편차로 가격이 크게 높아졌다.

정치권에서도 동물병원 진료비를 낮추기 위한 노력이 시작됐다. 일단 경상남도에서는 ‘반려동물 진료비 자율표시제’를 도입했다. 경상남도와 경남 수의사협회가 협의한 끝에 이달부터 창원지역 동물병원 70곳이 우선 참여했다. 기본 진료와 예방 접종료, 기생충 예방약 등 20개 항목을 동물병원에 표시하게 했다. 자율표시제이기 때문에 법적 강제력은 없다.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14일 동물병원 진료비를 사전 고지하는 ‘수의사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반려인이 동물병원 진료내용과 내역을 사전에 확인해 동물병원과 소비자 간의 정보 격차가 해소될 것으로 기대된다. 전 의원에 앞서 허은아 국민의힘 의원도 같은 내용의 법안을 발의한 바 있다.

하지만 수의업계는 “진료비 공시제에 앞서 진료항목 표준화가 선행되어야 한다”면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동물병원들이 동등한 진료조건에서 진료비 비교가 되어야 의미가 있다는 것이다. 업계는 진료 환경이나 약제품의 차이 등이 있음에도 이를 고려하지 않고 무조건적인 공시제는 불합리하다는 입장이다.

김호승 객원기자 inewsman@nate.com




오늘의 핫이슈

뉴스스탠드